'신고식'은 일본어로 「申告式」? - 의견 구함
제 책에도 썼지만 '신고'라는 한자어도 한일 간에 쓰임새 차이가 있죠. 일본에 비해 한국 쪽이 쓰임새 폭이 더 넓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이유에서인지 일본은 '신고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국인 유튜버가 이걸 그대로 申告式라고 하길래 포스팅도 할 겸 여러분의 의견을 구하고 싶네요.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신고식'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신고식'이라는 한국어는 문맥에 따라 의역을 할 수밖에 없는데, 저 역시도 어떻게 번역하는 게 좋을지 참 골치가 아파서입니다.일단 일본은 정말 申告式라는 말을 안 쓰는지 확인부터 해 볼까요? 검색을 해 보니 아래와 같이 9만8천여 건이나 나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한국어 '신고식'을 그대로 직역한 것들입니다.그래서 나라는 일본, 언어는 일본어로 검색을 하니 역시나 쑥 줄어듭니다.그런데 여기서도 또 직역한 예들이 눈에 띄죠. 그런데 페이지를 넘겨 가다 보면 일본은 '신고식' 앞에 '자기'를 붙여서 自己申告式라고 쓰는 예가 많이 검색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제 책을 보신 분은 우리는 '자진 신고'라고 하는데 일본은 自己申告라고 한다는 건 아시죠? 그렇다 해도 '자진 신고식'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죠? 자진 신고를 하는데 무슨 '식'까지 치르나 싶죠. 그런데 自己申告式의 式은 의식, 다시 말해 세리머니라고 말할 때의 式이 아니라 방식이라고 할 때의 式입니다. 건식, 습식, 탈착식 등에서 쓰이는 式이란 거죠. 그러니까 위 캡처에 나오는 「自己申告式の調査」는 '자진 신고 방식의 조사'라는 뜻인 겁니다. 근데 이것도 뭔 말인지 긴가민가하시죠? 예를 들면 설문 조사가 바로 이 自己申告式の調査에 속하는 것입니다. 설문 조사는 조사에 참여한 본인이 직접 답을 달잖아요. 바로 이런 방식의 조사를 뜻하는 겁니다.그런데 '출발신고식', '개시신고식'이라고 적힌 게 눈에 띄길래 각각을 검색해 봤습니다. 먼저 '출발신고식'으로 검색해 보니...다음은 '개시신고식'.많지는 않지만 쓰인 사례가 있긴 있네요. 특히 소방, 자위대, 경찰 등의 용어로 쓰이는 모양이네요. 하지만 말 그대로 출발 또는 개시함을 신고하는 의식, 세리머니란 뜻으로 쓰인 것으로서 한국처럼 비유적으로 쓰이지는 않죠.결론적으로 일본은 한국과 같은 뜻의 '신고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댄스 신고식'이나 '데뷔 신고식', '신입 사원 신고식',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같은 식으로는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에 관해 일본 사이트에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답변을 준 4명의 일본인 모두가 처음 본다, 생경한 용어다 등의 반응이었습니다.아무튼 그럼 한국어 '신고식'을 어떻게 의역해 주는 게 좋을까요?먼저 옛날에 인기 많았던 오락 프로 X맨에 '댄스 신고식'이라는 코너?가 있었죠. 이 경우는 '개인적으로' 「ダンスお披露目(披露目会)」라고 의역해 주면 해결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그리고 '데뷔 신고식'의 경우 혹시나 해서 일본 사이트에서 "デビュー申告式"으로 검색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대로 직역한 예들이 주루루루룩 뜨더군요. 이 경우는 저도 뭐라 번역해야 할지 참 고민이 되던데 저라면 그냥 「デビュー舞台」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다음으로 '신입 사원 신고식' 같은 경우는 歓迎会・歓迎式 정도의 의역이 떠오릅니다.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의 경우 일본에도 이런 뉘앙스로 쓰이는 적절한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厳しい洗礼を受けた」입니다. 일본은 '세례'라는 한자어를 이런 식으로 비유적으로 쓰는데,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 표현은 나쁜 일의 경우에만 쓴다는 겁니다. 따라서 반대로 '화려한 신고식'의 경우는 「華麗な洗礼」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혹시 이 글을 읽는 일본인이 계신다면 제가 틀리게 알고 있는 거라면 지적 부탁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初舞台・初試合 등등 문맥에 따라 적절하게 의역해 줄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맨날 하는 말이지만 번역 정말 어렵습니다. ㅠ.ㅠ오늘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만 혹시 더 적절한 표현을 아시는 분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