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번역 끝내고 보낸 작품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간략히 상황 설명을 하자면 여주인공이 혈혈단신 어떤 지방의 마을로 이사를 왔는데, 마을사람들이 그 여주인공에 대해 윤락녀였다느니, 도쿄에서 윤락업소에서 일하다가 야쿠자한테 쫓겨서 이리로 이사를 왔다느니 하는 뒷담화를 깝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말은 하는 것이죠.

참고로 여기서도 「噂」라는 말이 나오네요. 이 경우 역시 '소문'으로 번역하면 매끄럽지 않은 경우죠? 따라서 전 저 대사를 '완전 입방아에 올랐어'라고 번역했습니다. 해당 글 못 본 분은 아래 글 읽어 보시길.

 

「噂」는 '소문'이 아니고 「真面目」는 '성실'이 아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浮足立つ」는 좋은 뜻으로 쓰일까요? 나쁜 뜻으로 쓰일까요? 다른 사전도 다 비슷한데 아래 코토방크 사전의 설명을 보시죠.

 

 

 

​그러니까 원래 이 표현은 부정적 뉘앙스로 쓰이는 표현이었는데 지금은 긍정적 뉘앙스로 쓰는 일본인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죠. 하지만 위 대사에 쓰인 건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인 거라고 봐야겠죠? 그런데 처음에 저는 이걸 "다들 들뜬 거야"라고 번역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들뜨다'라는 말은 긍정적/부정적 의미로 둘 다 쓰이지만 자칫하면 긍정적 뉘앙스로 해석될 소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마음이 들떠서 갈팡질팡하고 어수선하다'는 뜻인 '싱숭생숭'으로 고쳤습니다. 더 좋은 표현 생각나신 분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으로 「いかがわしい」라는 일본어.

이건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요? 먼저 사전부터 찾아봐야겠죠? 네이버, 다음 순서입니다.

 

 

위의 대사의 경우는 네이버는 2번 뜻풀이, 다음은 3번 뜻풀이로 쓰인 것이죠. 그런데 얼굴이(생긴 게) 천하다, 저속하다, 외설스럽다, 추잡하다? 개인적으로 이것들 중에 그나마 조금 가까운 표현은 '외설스럽다'라고 생각하는데, 서로 친한,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인데 '키나코는 생긴 게 외설스러우니까'라고 말할까요? 저는 이렇게 번역하는 건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이카가와시이'라는 말은 분명 성적인 뉘앙스로도 쓰이는 말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외모를 묘사할 때는 '야하다', '색기가 있다'는 뉘앙스로 쓰는 것이죠. 그런데 친한 사람에게 야하다나 색기가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직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완화? 순화?된 표현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아래와 같은 번역을 택했습니다.

키나코는 좀 야릇하게 생겼으니까

더 적절한 번역 아시는 분 계시면 가르쳐 주십시오.

'야릇하다'를 국어사전은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성적인 표현인 건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 한국인들은 '주로' 성적인 묘사를 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시길.

1.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이 묘하고 이상하다.

야릇한 기분.

야릇한 표정.

야릇한 충동을 느끼다.

입가에는 좀 전보다 더욱 짙은, 자조인지 경멸인지 모를 야릇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출처 <<이문열, 그해 겨울>>

그 말이 내겐 야릇하게 들렸다. 악의 없는, 단순한 놀람의 표정 같기도 하고 빈정대는 소리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출처 <<이병주, 행복어 사전>>

 

<코패니지 한자어> 2, 3권 동시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