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인의 공기는 조금씩 눅눅해지고 있었다.
창가로 쏟아지는 빗줄기와, 천장에 드리운 형광등의 떨림,
그리고 내 앞에 놓여 있는 카드를 통해 새어 나오는 묘한 진동이 그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入場許可 (입장허가) ─ 네 글자는 단순한 활자에 불과했으나, 눈길을 뗄 수 없을 만큼 고집스러웠다.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종이의 표면이 숨을 쉬는 것처럼 들썩였고, 구멍 안쪽에서 번져 나오는 풍경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들어가야 하는가?
질문은 이미 늦은 것이었다. 마음이 의문을 품는 순간, 발은 어느새 문턱을 향하고 있었다.
사람은 언제나 결정을 하고 나서 그 이유를 찾는 법이다. 하린이 남긴 사진 속 ‘입장’은 경고가 아니라 초대였을지 모른다.
초대라면, 거절하는 순간부터 늦은 것이다.
“시계 봐.”
여자가 내 앞에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끝은 잔의 가장자리를 스쳐 지나가며 가볍게 흔들렸다.
액체 위에 일어난 파문은 또 하나의 시계처럼 보였다.
파문은 중앙에서 바깥으로 번졌고, 네온사인의 빛을 푸른 원으로 바꿔 가며 퍼져 나갔다.
“열한 시 삼십일 분까지 남은 시간, 많지 않아.”
시간.
그 단어는 나를 다시 붙잡았다.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분침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초침은 내 심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둑, 둑, 둑. 심장이 조금 빨라질 때마다, 초침도 함께 흔들렸다. 세계가 내 안의 장기와 공모하는 듯했다.
나는 갑자기,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예감을 품었다. 아니, 이미 빠져나갈 의지가 사라지고 있었다.
창문 너머의 도시는 더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었다. 빗방울은 더 굵어졌고, 간판은 글자를 잃어버린 채 색깔만 남았다.
남은 색깔은, 원색이었다. 빨강, 파랑, 초록. 미묘한 그라데이션과 농도는 모두 사라지고, 단순한 자극만이 눈에 남았다.
나는 무심코 눈을 찌푸렸다. 원색은 언제나 피로를 동반한다. 그러나 피로는 곧 무장을 해제시키고, 무방비한 무의식은 더 쉽게 조종된다.
もういいかい?— (다 숨었니?) 창밖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분명히 들렸다. 분명히 일본어였다.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할 때, 내가 숨어 있는 동안 누군가 외치던 목소리. 준비가 되었는지를 묻는 단순한 구절.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말은 준비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방심을 확인하는 말처럼 들렸다.
이미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 따라오라는 듯이.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속 핸드폰을 쥐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꺼진 화면 위로 알림이 겹쳐 떠오르는 착시가 보였다.
'입장하십시오, 지금'
'입장하십시오, 지금'
'입장하십시오, 지금'
알림은 무한히 반복되었고, 그 반복의 리듬이 내 눈동자와 동기화되었다.
깜박임, 심장, 알림 — 세 가지 박자가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순간, 나는 허공에 걸린 보이지 않는 선율을 들었다.
“그치?”
여자가 다시 말을 걸었다. 나는 대답 대신, 종이 카드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대 너머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까 보았던 우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우비는 젖은 흔적을 거의 다 잃고, 마치 증발한 수증기를 몸에서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문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나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천장의 금은 어느새 벽을 타고 흘러내려, 마룻바닥의 레일까지 이어졌다.
금은 빛이 아니라 그림자였고, 그 그림자 위를 따라 작은 붉은 꽃잎들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하나였으나, 곧 셋, 다섯, 일곱—홀수로 늘어나며 바닥을 덮었다.
꽃잎은 종이 같았고, 종이는 구멍에서 보이던 목차의 글자와 비슷했다.
나는 한 발짝을 떼었다. 그 순간, 레일 위에서 트레이가 덜컥이며 움직였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트레이는 내 쪽으로 미끄러져 와서 멈췄다.
그 위에는 하린의 사진에서 본 것과 똑같은 투명한 고리가 놓여 있었다.
설탕을 녹여 만든 듯한 고리, 빛을 반사하지 않는 무광의 원. 나는 순간, 온몸이 싸늘해졌다.
“하린이…?”
내 입에서 저절로 이름이 흘러나왔다.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그것이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 하린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흔적은 언제나 존재의 가장 확실한 증거다.
"다 숨었니?"
목소리가 세 번째로 들려왔다. 이번에는 멀지 않았다.
바로 내 귓가에서, 내 뒷목의 솜털을 건드리며. 나는 몸을 돌려 문을 향했다.
우비의 남자가 손잡이를 내렸다. 문틈 사이로, 현실과 닮았으나 미묘하게 다른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은 흔히 보는 전등빛이 아니라, 종이의 구멍 안에서 보이던 빛과 같았다. 과장되지 않은데도 눈길을 강제로 끄는 빛.
나는 마지막으로 카드를 쥔 손을 내려다보았다. 종이는 여전히 뛰고 있었다.
심장과 함께, 초침과 함께, 빗방울과 함께.
모든 리듬이 한 점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문턱에 발을 올렸다. 입장과 퇴장, 시작과 끝이 같은 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의심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꽃잎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치솟았다.
붉은 폭죽처럼 흩어지며, 내 앞길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나는 눈을 감지 않았다.
눈을 감는 순간, 세계는 허상으로 변할 테니까. 눈을 뜬 채로, 나는 걸음을 내디뎠다.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