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심이 되는 데 서툴다.

굳이 중심이 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트위터라는 이름의 거대한 어항 속에서 모두가 동시에 헤엄칠 때 나는 어항 모서리에 머물러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거품들을 바라본다.

번쩍이며 올라왔다가 터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라지는 걸 보는 게 이상하게 재미있다. 웃기다. 허무하다. 그치만 끌린다.

 

루테라는 이름은 우연히도, 필연적으로 내 손에 걸려들었다. 

원래는 고등학교 시절에 썼던 내 소설의 서사에서 빠져나간 존재다.

 

등장하지도 않고 애초에 공식도 아니고 심지어 존재를 설명할 이유조차 없는 그저 지워진 흔적 같은 이름인 것이다. 

 

그런 이름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엔 적당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무대 중앙을 원한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박수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모든 무대에는 빛이 닿지 않는 어둠도 있다.

나는 그 어둠 속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다. 거기선 누구도 내게 뭐라 떠들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

겉도는 것은 내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없는 건 아니다. 흐름에 끼지 못한다는 건 때때로 뒤늦게 농담을 알아차리는 것이고

이미 끝난 밈의 말단에 혼자 ㄹㅇㅋㅋ를 붙이는 일이다. 

 

그래, 명백히 쓸쓸하다. 동시에 그 쓸쓸함은 내 몫이다. 

내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 발생하는 고독은, 타인이 준 상처보다 훨씬 다루기 쉽다. 그건 통제 가능한 외로움이니까.

종종 이 위치는 어쩌면 일종의 특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때로는 연구자처럼, 때로는 구경꾼처럼. 그러다 간혹 마음이 통하면 슬쩍 뛰어들어 한마디 하고 다시 빠져나온다.

 

그럴 때 느끼는 자유는 묘하게 달콤하다.

여기가 내 집단이 아니라는 자각과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든다.

 

이런 태도를 비웃는 사람도 있겠다. 그냥 아싸잖아 ─ 반은 그렇다. 그러나 남은 반은 내가 직접 그린 전략이다. 

 

외톨이이면서 동시에 관찰자이고 방관자이면서 참여자다. TL의 물결을 즐기되, 물에 완전히 젖지는 않는다.

그 절묘한 거리. 나는 그것을 자기만의 안락의자라고 하리라. 

 

엉망진창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거실 구석에 놓인 낡지만 조용한 안락의자처럼

아무도 앉지 않지만 나만 앉을 수 있는 자리. 그게 루테다.

왜 겉도냐고 묻는다면, 생각보다 겉도는 자리는 생각보다 덜 불편하다. 

오히려 중심에서 비켜나 있을 때 보이는 풍경이 더 많다. 

 

뭐 애초에 공론화도 안당하기도 하고, 중심의 사람들은 서로만을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중심과 주변을 동시에 본다. 이중의 시선이다. 

 

다소 피곤하지만, 나는 동시에 유쾌하오. 이럴땐 에코서치까지가 유쾌하오.

나는 모두의 대화를 듣고, 아무 대화에도 깊이 관여하지 않는 특권을 갖는다.

그렇다고 내가 무관심한 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나는 더 섬세하게 본다. 

농담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속도, 사람들의 말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리듬, 

작은 오타에 웃음이 피어나는 방식. 

 

중심에서 흐름에 섞이면 이 모든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겉에서 보면, 이건 작은 기적이다. 

 

언어가 순간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소멸하며, 다시 새로운 언어로 환생하는 장면.

내가 루테라는 가면을 쓰고 구경하는 건, 바로 이런 생명력 때문이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님 뭐 그래서 행복하냐 물으면 뭐 대답은 복잡하다.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다고도 할 수 없다. 

나는 이 애매한 공간에서 내 자리를 찾았다. 불행하게도, 혹은 다행히도, 나는 루테라는 놈이 되어버렸다. 

 

중심은 나를 원하지 않고, 나도 중심을 원하지 않는다.

이 균형이야말로 내 안정을 지탱한다.

루테라는 이름을 닉네임으로 단순히 붙였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그건 자화상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트위터라는 어항의 모서리에서 물방울 하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 작은 물방울이 터지는 순간 안쪽의 사람들은 웃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그 침묵이야말로 내 방식의 발화다.

 

 

2025. 8. 27

루테 담당의 루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