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執筆』という言葉を使うのも恥ずかしいほど、単なる趣味にすぎません。
비가 그친 뒤의 도시에는 설탕을 태운 냄새가 난다.
아침에 가까운 새벽, 사거리를 건너는 신호가 세 번 바뀌는 동안 나는 길모퉁이 드라이브인의 네온이 꺼졌다 켜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분홍 초크 같은 빛이 유리창에 한 겹 발리고, 안쪽에서는 굴절된 음악이 컵의 벽을 두드렸다.
롤러 스케이트의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그게 이곳의 시계였다.
바퀴가 한 번 돌아갈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미세한 전류가 튕겼다.
나는 그 전류에 이름을 붙여 본 적이 있다. 메스머라이저(Mesmerizer) ─
눈앞의 사물들이 천천히 스스로를 강조하고, 기억 속의 문장들이 어딘가로 데려가 달라고 팔을 잡아당기는 현상.
사람들은 취향이라고 불렀고, 연구실의 교수는 도파민 루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가 겪은 정확한 감각을 묘사해 주지 못했다.
드라이브인의 문을 밀자, 향신료와 기름과 달콤한 시럽의 온기가 폭죽처럼 터졌다.
칸막이 좌석마다 어제의 말들이 반쯤 담긴 컵처럼 남아 있었다.
여자는 트레이를 들고 레일 위를 미끄러졌고, 뒷머리에 꽂은 볼펜이 밧줄처럼 흔들렸다.
“오래 기다렸어.”
여자가 말했다.
“하린 씨 찾지?”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도, 내가 누구를 찾아왔는지 알아본다는 태도.
그건 친절처럼 보였지만 실은 계산된 동선에 가까웠다.
모든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드라이브인의 종업원들은 손목을 상체보다 먼저 움직였다.
하린은 여기서 사라졌다.
정확히 열흘 전, 마지막 메시지는 사진 한 장이었다.
접시 위에 설탕이 녹아 만든 투명한 고리, 그 안쪽에 ‘입장’이라는 단어가 겹쳐 찍혀 있었다.
우리는 농담처럼 “현대의 축문이네” 라고 말했고, 나는 답장을 보내다가 멈췄다.
어떤 축문은, 읽는 순간 세계의 질서를 미세하게 바꿔 버린다.
그 사실을 나는 여러 번 경험으로 배웠다.
그리고 그 축문이, 이 드라이브인의 바닥에 깔린 레일을 통해 작동한다는 사실도.
“주문은?” 여자가 물었다.
나는 결국, 메뉴판에서 가장 흔한 것을 골랐다. 흔한 것을 고르는 건 언제나 옳은 시작처럼 느껴졌다. 평범함은 늘 은신처를 준다.
“콜라 플로트.”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는 순간, 내 시야의 초점이 한차례 흔들렸다.
유리 너머 주방의 천장, 세 번째 타일에서 금이 시작되어 조리대 상단의 스테인리스에 흘러내리는 선.
금은 곧자기 빛을 가두는 용광로처럼 뜨거웠고, 나는 그 온기에 눈을 깜박였다.
나는 이 공간의 구조를 마음속으로 도해했다. 바퀴가 지나가는 선, 주문서가 올라타는 레일, 계산대 뒤의 작은 창,
그 뒤편—관계자 외 출입금지. 입장이라는 단어는 늘 금지와 닿아 있었다.
무엇을 금하는가를 정교하게 써 붙일수록, 반대 방향의 통로는 겉보기보다 넓어진다.
하린은 금지의 반대편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문턱을 찾으러 왔다.
콜라 플로트의 아이스크림은 시계처럼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설탕이 물에 용해되는 속도가 내 심박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진정했다.
“여기, 밤 열한 시 삼십일 분에 음악이 시작돼.”
여자가 불쑥 말했다. 목소리에는 영업용 억양이 없었고, 대신 약간의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메스머라이저 세트. 다들 그렇게 부르더라고. 디저트 주문이랑 같이 들어와서, 음악 끝날 때쯤 딱 나가.”
그녀는 마지막 문장을 말할 때 ‘딱’ 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클릭, 열림, 닫힘. 작은 경첩들이 연속해서 움직이는 소리. 나는 그 소리가 슬쩍 마음에 들었다.
“세트면, 안에 뭐가 있어요?”
내가 묻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데, 다들 다시 와. 별로 맛도 없더라.”
여자는 솔직했다. 솔직함은 종종 더 큰 기만을 위한 윤활유였지만, 이 경우에는 아닌 듯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몹시 피곤했고, 피곤한 사람은 보통 별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문이 열리고, 로고가 지워진 우비를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우비의 물방울이 따뜻한 공기에 닿자마자 스르륵 사라지는 모습이 유리에 비쳤다.
남자는 계산대에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복권처럼 긁힌 모서리. 금속 가루가 묻은 듯 은빛. 계산대 아래 어딘가에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소리가, 내가 찾던 문과 연관되어 있다는 직감을 가졌다.
어떤 소리는 존재의 벽을 흔든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사물은 자기 이면을 잠깐 보여 준다.
메스머라이저가 정확히 그런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나는 여러 번의 잘못된 사랑과 몇 차례의 올바른 실패로 배웠다.
“여기, 밤 열한 시 삼십일 분.”
여자가 내 앞에 두꺼운 종이 하나를 탁 내려놓았다. 분홍 빛의 목차 표지처럼 보이는 카드였다.
빛을 머금은 종이의 표면에 손가락을 대자, 종이는 마치 미지근한 피부처럼 탄력을 되돌려 주었다.
가장자리에는 양각으로 入場許可 (입장허가) 라는 글자가 파여 있었고, 가운데에는 작은 구멍.
그 구멍을 통해 반대편의 풍경이, 아주 작고 깨끗하게 보였다.
나는 그 구멍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구멍 속에서 그녀의 얼굴은 조금 더 단호했다.
“이걸로 들어가요?” 내가 묻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이걸로는 못 들어가. 대신, 이걸 들고 있는 사람은 들어갈 수 있어.”
말장난 같았지만, 언어는 종종 그 정도의 모순으로만 진실을 지킨다.
무엇이 무엇을 ‘들고 있다’고 말할 때, 실제로는 소유가 아니라 관계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카드의 구멍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구멍은 단지 작은 원이었는데, 오래 바라볼수록 그 원이 페이지의 목차처럼 보였다.
첫 줄, 둘째 줄, 그다음 줄. 하린의 사진에서 보았던 투명한 고리도, 결국은 어떤 목차였을 것이다. 세계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자리에 앉아 카드를 뒤집어 보았다. 뒷면에는 낯선 박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음표 대신 동그라미와 사선, 그리고 미세한 숫자들. 나는 템포를 입속으로 굴려 보았다.
서른둘, 예순넷, 다시 서른둘. 심박과 비슷해지는 순간, 드라이브인의 조명이 아주 조금 어두워졌다.
전력의 숨 고르기. 누군가가, 이 공간 바깥에서 스위치를 만지는 느낌. 나는 고개를 들어 주방 쪽을 보았다.
한 칸, 두 칸, 세 번째 타일의 금이 더 길어져 있었다.
금은 마치 지도처럼 확장했고, 대류처럼 잔잔히 떨렸다.
“하린 씨도 그거 들고 왔었어.” 여자가 말했다.
내가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기도 전에, 그녀는 덧붙였다.
“여기선 다 알아. 누가 뭘 들고 오는지. 누가 뭘 잃고 가는지.”
나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가 내 뒤를 쫓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 흔적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는 사실.
흔적은, 존재의 가장 오래된 증거다. 사라진 사람을 되찾는 일은 결국, 흔적과 흔적 사이의 값을 보간하는 일이다.
밤 열한 시 삼십일 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카드를 지갑에 넣고, 아이스크림의 곡면을 숟가락으로 살짝 눌렀다.
방금까지 뻣뻣하던 표면이, 손가락의 체온을 흡수하며 서서히 꺼지듯 무너졌다.
그 부드러운 붕괴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메스머라이저는 거대한 최면이 아니라, 아주 작은 압력들로 이루어진 배열이라는 것을.
방울 같은 압력들이 줄지어 서서, 나를 다음 문장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을.
그렇다면—나는 마음속으로 목차를 다시 썼다.
1장: 입장 허가
2장: 레일의 끝
3장: 이름을 잃은 노래
그때 바깥에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리창에 빗방울이 박히는 소리가 오선지처럼 줄줄이 올라타더니, 어느 순간 일정한 박자로 정렬되었다.
서른둘, 예순넷, 다시 서른둘.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창에 이마를 바싹 붙였다. 비는 종종 세계를 단순하게 만든다.
외부의 소리를 지우고, 내부의 소망을 기계적으로 증폭한다. 비의 표면에 도시의 네온이 녹아 흘렀다.
핑크, 블루, 레몬. 설탕을 색칠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잠깐 스쳤다가 사라졌다.
그 기억의 끝에서, 하린이 손을 흔들었다. 구멍처럼 작은 손짓. 나는 미처 다시 손을 들어 보이지 못했다.
“열한 시 삼십일 분엔, 음악이 너를 먼저 알아볼 거야.” 여자가 내 옆에 와서 조용히 말했다.
“여기선 늘 그래.”
그녀는 트레이의 위치를 조금 바꾸었다. 금속과 금속이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내 심장과 정확히 합쳐졌다.
그 소리 위로, 내가 불러 보지도 않은 노래의 첫 음이 떠올랐다.
메스머라이저. 입장 허가의 첫 음절. 나는 카드를 다시 꺼내, 구멍을 통해 바깥 비를 바라봤다.
구멍은 여전히 작았다. 하지만 그 작은 원 안에서만, 비는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그 느린 비 속에서라면 나는, 끝내 문턱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