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완벽하게 파악을 못 했기 때문에 책에 싣지 못했던 한자어 '상쾌'의 한일 간 쓰임새 차이에 관해 저번에 올린 글을 계기로 여러 분들의 의견도 듣고, 조금더 조사, 검색해 본 결과 제 나름대로 정리한 결과를 포스팅하려 합니다. 지난 글 못 읽은 분은 아래 글 참조.

 

일본어 「爽快」는 그대로 '상쾌'?(의견 구함)

 

우선, 한국도 일본도 '상쾌'라는 단어를 쓰지만 가장 큰 차이점을 들자면. 한국은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단어임에 반해 일본은 '한국에 비한다면' 사용 빈도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다신 말해 한국에서 '상쾌'라는 표현을 쓰는 장면에서 일본은 한자어 '상쾌'가 아닌 다른 표현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겁니다. 이를 방증하는 게 바로 일본의 한국어 학습 사이트인 Kpidia에서 한국어 '상쾌'를 번역한 아래의 예들입니다.

 

 

보시듯이 우리는 '상쾌'라는 한자어를 쓰는 장면에서 일본은 爽快가 아닌 다른 표현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는 겁니다. 이렇듯 일본은 '상쾌'라는 한자어를 일상 회화보다는, 바꿔 말해 구어체보다는 문어체로 쓰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구어체로는 안 쓴다는 말은 아닙니다. 특히 일본 気分爽快라는 일종의 사저성어 형태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도 썼듯이 일본은 한국에선 '통쾌'라고 표현할 만한 장면에서 爽快라고 말하는 예들이 많습니다. 제가 이런 뉘앙스로 쓴 예를 처음 접한 건 스포츠 기사에서였는데, 저 말고 다른 분들도 이렇게 쓰인 스포츠 기사를 접한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캡처해서 올린 엑셀 파일에는 B셀까지밖에 안 나오지만 C셀에 실제 사용례로 메모해 둔 것들이 바로 다음과 같은 표현들인데 이에 관해 확인차 아래와 같이 질문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한 분이 '상쾌'보다는 '통쾌'를 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재차 아래와 같이 되물었더니 그에 대해서 그분과 또 다른 한 분이 답변한 걸 캡처했습니다.

 

 

이로써 일본 한자어 '상쾌'는 한국 한자어 '통쾌'의 뉘앙스로 쓴다는 점이 증명된 게 아닌가 합니다. 참고로, 지난 글을 여러 카페에도 퍼 갔는데 어떤 회원분께서 중국도 '상쾌'라는 한자어를 쓰는데 중국의 경우 후련하다, 개운하다는 뜻으로도 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네이버의 중국어 사전을 찾아 봤더니 역시나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1.

형용사 상쾌하다. 개운하다. 후련하다.

洗完澡身上爽快多了

xĭ wán zăo shēnshàng shuăngkuài duō le

목욕을 하고 나니 몸이 훨씬 개운해졌다

谈了这许多话, 心里倒爽快了些

tán le zhè xŭduō huà xīnlĭ dăo shuăngkuài le xiē

이 많은 말을 나누다 보니 마음도 퍽 후련해졌다

2.

형용사 (성격이나 태도가) 시원스럽다. 시원시원하다. 호쾌하다. 솔직하다.

他爽快地说出了对我的看法

tā shuăngkuài dì shuō chū le duì wŏ de kànfă

그는 솔직하게 나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爽快地答应帮忙

shuăngkuài dì dāyīng bāngmáng

도와주겠다고 시원스레 응낙하다

제가 C셀에 또 '일본어 상쾌는 후련하다, 속이 뻥 뚫린다는 뉘앙스로도 쓰는 듯'이라는 메모를 해 뒀는데 저 중국어 사전의 뜻풀이를 보고 아!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상쾌하다'와 '후련하다'는 뉘앙스 차이가 좀 있죠. 그런데 중국에서는 저렇듯 후련하다, 개운하다는 의미로도 쓴다는 것이죠. 이걸로 판단해 볼 때 일본어 '상쾌'는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어 '상쾌'의 뜻으로도 지금도 쓰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일본어 '상쾌'가 위와 같은 뜻으로 쓰였을 때는 한국어로 '통쾌'라고 번역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