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철봉에 일가견이 있지욤~

 

 

이 포스팅 역시 2권에 적었던 걸 지면 절약을 위해 블로그로 덜어 오는 겁니다.

제가 일본어를 한창 열심히 공부할 때 한국어 일가견(一家見)을 일본은 一家言(일가언)이라고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외우고 있었습니다. 한국인 일본어 학습자 중에서도 이렇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죠? 그런데 1권에서도 그런 예가 많이 나왔지만 제가 옛날에 외웠던 일본어를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아니까 이 역시 확인차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번에도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독자적인 경지나 체계를 이룬 견해.

일가견을 가지다.

일가견을 피력하다.

그는 요리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다.

뜻풀이는 저렇게 좀 어렵게 돼 있지만 한마디로 어떤 것에 대해 '좀 안다'는 뉘앙스로 쓰이죠.

日 참고로 여기서 쓰인 '좀'은 「少し」가 아니라 정반대의 뜻인 '제법'에 가까운 뉘앙스입니다.)

그럼 일본어 '일가언'은 사전에 어떻게 설명이 돼 있는지 봅시다. 다이지린 사전입니다.

いっか-げん [3] 【一家言】 〔史記(太史公自序)〕

(1)その人独特の主張や論説。

(2)一つの見識をもった意見。「教育については―をもっている」

2번 뜻풀이가 우리의 '일가견'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 '일가언'이라는 일본 한자어는 일상생활에서 쓰일 일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부정적 뉘앙스로 인식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왜일까요? 그건 바로 사전의 1번 뜻풀이에 가깝게 쓰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1번 뜻풀이도 딱히 부정적 뉘앙스는 아닌 것 같지만 바로 '독특한 주장'이라는 말을 일본인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이나 견해, 그 사람 개인만이 갖고 있는 고집스러운 견해, 주장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로 인식하게 됐다는 말인 것이죠.

제가 조사하면서 찾아낸 근거가 바로 아래 캡처입니다.

 

 

어떤가요? 딱 읽어봐도 그닥 긍정적인 뉘앙스가 아니죠? 따라서 한국어 '일가견이 있다'를 「一家言がある」라고 번역하면 일본인들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자기만의 주장을 고집한다는 부정적 뉘앙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어 '일가견이 있다'는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요? 비슷한 뜻을 가진 일본어로서 「一(いち)見識ある」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부정적 뉘앙스가 없고, 오히려 상대방을 칭찬하는 뉘앙스로 쓰인다고 합니다. 다만, 이 역시 일상생활에서 쓸 일은 별로 없는 한자어라고 하니까 일상생활에서 평범한 대화를 할 때는 「見識が高い」 정도로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日 다만, '일가견이 있다'는 표현이 사전의 뜻풀이대로 쓰였다면 위와 같이 번역하면 되겠지만,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이 말을 견식이 있다, 식견이 높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대상, 분야에 대해 '제법(상당히) 잘한다'는 뉘앙스로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엄밀히 따질 때 이건 오용이지만 이 역시 너무도 널리 퍼져 버린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춤에 일가견이 있다', '싸움에 일가견이 있다', '손맛에 일가견이 있다' 등의 예가 '잘한다', '뛰어나다' 때로는 '탁월하다'는 뜻으로 쓰인 예죠.

심지어 '오디션 낙방에 일가견이 있다', '열받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뻥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여자한테)차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삥땅 치는 데 일가견이 있다', '돈 뜯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도둑질에 일가견이 있다'는 식으로도 말합니다. 이렇게 오용하고 있는 경우는 적절한 일본어 표현으로 바꿔 줘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