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서 포스팅을 합니다. 저번 글에서 지금 번역하고 있는 작품에서 <코패니즈 한자어> 2권에 넣은 한자어가 나왔다고 스케줄 여유가 생기면 글 쓰겠다고 한 게 바로 이 '순정'이라는 한자어입니다. 제목에 저렇게 밝혔으니 한국 한자어 순정과 일본 한자어 純情도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건 다들 짐작하시겠죠?

제목의 글은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옛 가요에 나오는 가사인데, 따라서 이 '순정을 바쳐'라는 걸 제목처럼 직역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먼저 제가 한 번역에서 어떤 대사가 나왔는지부터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シャワーを浴びているように見せかけて、男子の純情を弄んだ?

아미라는 등장인물이 류지라는 주인공을 아래 대본과 같이 놀려 먹습니다. 애니치고는 살짝 야한 대사들이 자주 나오는데, 청소하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 남자 주인공이 욕실(세면장)도 청소해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들어갔다가 아래와 같은 봉변(?)을 당한 거죠. 여자애가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니까 남자 주인공이 화들짝 놀라자, 욕조에 친 커튼을 열어젖히면서 "욕실 청소"라며 놀려먹은 거죠. 그러자 얼굴이 빨개져서는 여자 주인공 타이가한테 가서 하소연을 하니까 타이가가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죠.

 

 

 

그렇다면 위에서 쓴 일본어 '순정'은 어떻게 번역해야 올바른 것일까요? 아래는 제 책에 쓴 퀴즈와 그 모범답안 설명입니다. 말씀드린 바 있듯이 3권까지 쓰고도 미처 집어넣지 못한 코패니즈 한자어를 페이지 위아래 여백을 줄여서 억지로 욱여넣은 한자어들이 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A : [       23        ]なのに[           24          ]困るな。

A : 술김에 뱉은 말인데 진짜로 받아들이면 난감한데.

B : [          25             ]。この町の子らは[            26          ]。

B : 진짜로 받아들인다고! 이 동네 애들은 다들 순진하다고!

26. 다들 순진하다고 : みんな純情(じゅんじょう)なんだよ

‘순정’이라는 한자어도 한국과 일본이 다른 뜻으로 쓰입니다. 다이지센 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純真で邪心のない心。また、その心をもっているさま。「―な少年」「―可憐」

다른 사전에는 ‘순진’ 대신 ‘순수’라고 해 놓은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한자어 ‘순정’은 순수나 순진과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죠. 여자가 말을 거니까 얼굴이 빨개지는 남자를 보고 일본은 「純情な男」’라고 합니다.

한국어 ‘순정’은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이라는 뜻의 명사로만 쓰입니다. 돌아가신 제 어머님이 즐겨 부르셨던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옛 가요에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이라는 가사가 있듯이 말이죠.

이건 <별들의 마을>이라는 영화에 실제로 나오는 대사를 퀴즈로 내기 위해 약간 변형한 건데 '순정' 부분의 대사는 완벽히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애니에서 나온 純情를 그대로 '남자의 순정을 갖고 놀았어?'라고 번역하면 오역이 되는 것이란 말이죠. 상황을 보더라도 욕실에 잘못 들어갔다가 여자애한테 놀림을 당하고 당황해하는 걸 한국어 '순정'이라고 표현하는 건 어폐가 있죠. 따라서 저는 '순진'이라는 한자어를 역어로 택했는데 '남자의 순진(함)을 갖고 놀았어?'라고 하면 부자연스러우니까 '순진한 남자를'이라고 도치를 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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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대 앙~대 코패니즈 한자어> 출간

■ 책 소개 ※ 이 책을 읽으셔야 하는 분들! 첫째, 일본어를 공부하는 한국인 학습자들. 초급자들은 무리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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