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신 없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절대...는 불가능하고, 나이도 있고 여기저기 신호가 오는 건강 생각도 해야 하고 해서, 가급적 하루 번역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 두고 그것에 맞춰서 의뢰를 받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이번 의뢰 때문에 다음 날 10시까지 일한 게 한 번, 6시경까지 일한 게 한 번, 3시 정도까지 일한 게 한 번. ㅠ.ㅠ

이렇게 된 경위는 다음에 시간이 좀 널럴해지면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지금 번역한 작품에서 마침 '꺼리'가 나와서 간략히 포스팅 의무 방어를 하려 합니다.

원래 뜻과는 다르게 쓰이는 사례(한국도 마찬가지지만)를 이 블로그를 통해서 많이 소개했었죠. 그런데 이 「おもむろに」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한자로 표기하면 「徐に」죠. 한자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말은 어떤 동작을 '천천히' 행하는 걸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것과 '정반대'의 뜻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렇듯,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언어의 변천은 오용이 낳은 역사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적재적소, 전전긍긍, 초미의 관심사 등의 말은 이미 원래의 뜻과는 다른 뜻으로 정착돼 버린 상태고, 제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아련하다', '최후의 만찬' 등도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쓰이는 추세니, 이 역시 몇십 년이 지나면 이 오용된 사례가 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죠.

먼저 제 번역에서 어떤 상황이 나왔냐 하면, 남학생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한 명이 갑자기 큰소리로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라고 외칩니다. 그랬더니 주인공이 「何だ、おもむろに」라고 말합니다. "뭐야, 천천히"??? 또는 "뭐야, 느릿느릿"???

이상하죠.

사전의 원래 뜻과는 다른 뜻으로 쓰인 거라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죠? 그런데 제가 소개했던 사전 모음 사이트의 사전들 중에는 신명해 사전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원래의 뜻만 실려 있습니다. 원래부터 인터넷 사전으로 출발한 goo, 코토방크, weblio 사전은 역시나 발빠르게 오용 사례를 반영해서 '보충설명' 형식으로 게재하고 있지만요. 다만 거기서도 「誤り」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정반대'의 의미로 쓰이는 걸까요? 그건 바로 갑자기, 급히, 급작스럽게, 뜬금없이 등의 뉘앙스로 오용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있다는 뜻입니다. 위에서 말한 작품에서도 이런 뜻으로 쓰인 것이죠.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다 말고 갑자기 큰소리로, 그것도 영어로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라고 하니, 뜬금없이 뭐냐는 반응이 나온 것이죠.

더 길어지면 곤란하니 일본 문화청의 다음 설명을 보시죠.

 

이때만 해도 얼추 비슷하지만 어쨌건 원래 뜻으로 쓴다는 사람이 약간 많았죠. 그런데 이게 10여 년 전의 글이니 지금은 오용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겠죠. 그리고 젊은 층일수록 오용된 뜻으로 쓰고 있다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많고 말이죠.

오늘은 바빠서 이쯤에서 줄이겠는데, 지금 번역하고 있는 작품에서 <코패니즈 한자어> 2권과 3권에 실은 것도 나옵니다. 다음 주 수요일 정도면 한 업체의 의뢰가 마감이 돼서 (또 다른 의뢰가 오지 않는다면) 숨통이 좀 트일 거 같으니 그때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https://blog.naver.com/iveen/222528606059

<앙대 앙~대 코패니즈 한자어> 출간

■ 책 소개 ※ 이 책을 읽으셔야 하는 분들! 첫째, 일본어를 공부하는 한국인 학습자들. 초급자들은 무리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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