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 년간 희한하게 여름만 되면 일이 한꺼번에 몰리네요.

한 업체의 의뢰가 마무리되려 하는 시점에서 또 다른 의뢰가 들어와서

따라서 포스팅할 시간적 여유가 당분간 없을 듯해서

근데 포스팅한 지 너무 오래된 거 같아서

번역하는 틈틈이 잘못된, 바람직하지 않은 줄나누기 발견했을 때 메모해 뒀던 걸 몇 개 공개합니다.

제가 누차에 걸쳐 언급한 바 있죠.(이건 자막 나누기의 예)

하나의 어구, 하나의 어절, 하나의 문장은 그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하나의 자막으로 처리하라!

그 이유는 쓸데없이 빈번히 자막을 나눠서, 바꿔 말해 자막에 지나치게 자주 눈이 가게 해서 몰입을 방해하는 걸 막기 위해서죠. 이와 비슷한 논리로, '하나의 의미 덩어리'로 볼 수 있는 걸(어구, 어절, 수식 관계 등) 끊어서 아랫줄로 보내는 건 가독성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므로 좋은 줄나누기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근데 요즘은 무슨 유행 같은 건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요상하게 줄을 나눠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거 같네요. 아무튼 간략히 씁니다.

1.

협조할 수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해도 어쩔 수 없죠', 딱 이것만 보면 뭔 말인지 알 수가 없겠죠. 따라서 이건 다음과 같이 줄을 나눠야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협조할 수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2.

얌전히 따라오면 크게

다치진 않을지도 몰라

'다치진 않을지도 몰라'와 '크게 다치진 않을지도 몰라'.

이 경우는 '크게 다치다'가 하나의 의미 덩어리죠. 그러니 어떻게 줄을 나누는 게 관객과 시청자의 가독성을 높여 주는 걸까요?

3.

자기 과거가 들통나는 것에

대해 무척 두려워해요

자기 과거가 틀통나는

것에 대해 무척 두려워해요

'대해 무척 두려워해요', '것에 대해 무척 두려워해요', 이러면 한눈에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까요?

물론 윗줄에 자막이 있으니 뭔 말인지 알기는 하겠죠? 하지만 늘 강조하듯이 영상번역 자막은 시청자들을 어? 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4.

그놈은 상대 선수를 가지고

노는 걸 즐기는 놈이니까

이 역시 마찬가지죠. '가지고 놀다'가 하나의 의미 덩어리죠. 근데 이걸 위처럼 나눠 버리니까 가독성이 확 떨어질 뿐 아니라, 자칫 다른 의미로 해석될 소지조차 있죠?

줄나누기. 사소하다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겁니다. 저걸 어떻게 일일이 신경 써? 대충 알아먹으면 되는 거지, 싶으실지도 모르지만 저런 식으로 줄나누기를 해서 샘플 테스트 같은 데 보내면 탈락 가능성이 쑥~ 올라갑니다.

아주 귀찮고 성가셔 보일지도 모르지만 구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됩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단 항상 시청자의 가독성을 염두에 두고 실천해야 이런 것도 몸에 배는 것이죠.

오늘은 간략히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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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대 앙~대 코패니즈 한자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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