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포스팅 일본어 情景・光景・景色・風景의 구분법(나더러 틀렸다는데...)에서 다음과 같은 예제를 퀴즈로 냈다고 했었죠.

합격자 발표 현장에는 희비가 교차하는 정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희비가 교차하다'는 표현은 「悲喜交々(こもごも)」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옛날에는요(참고로 우린 '희비'라고 하는데 일본은 '비희'라고 하죠).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게 아니란 걸 알 게 됐죠. 한국에선 위의 예제와 같이 어떤 사람은 기뻐하고 어떤 사람은 슬퍼하는 걸 묘사할 때 '희비가 교차한다'고 하지만 일본어 표현 「悲喜交々」는 한 사람의 마음에서 기쁨과 슬픔이 동시 혹은 번갈아 일어나는 걸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일본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같은 뜻으로 이 悲喜交々라는 말을 쓰고 있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코토방크 등 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은 보충설명을 달아 놓고 있습니다.

「悲喜交交いたる」[補説]一人の人間が喜びと悲しみを味わうことであり、「悲喜交々の当落発表」のように「喜ぶ人と悲しむ人が入り乱れる」の意で使うのは誤り。

한 사람의 인간이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것으로 '희비 교차의 당락 발표'라는 표현처럼 기뻐하는 사람과 슬퍼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는 뜻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하고 있죠.

아무튼 여기에 대해 책에 예제로 썼으니 다시 한번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번 포스팅과 관련된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아래는 NHK 사이트에 나와 있는 설명입니다.

 

 

선거나 입시 합격자 발표 뉴스나 프로에서 悲喜交々라는 표현을 각기 다른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틀린 게 아니냐는 질문에 '틀렸다'고 답변하고 있죠. 그리고 저 답변을 한 사람도 신입 기자 시절에 悲喜交々를 잘못된 의미로 썼다가 데스크한테 꾸중을 들었다는 고백도 하고 있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일반인뿐 아니라 TV 뉴스 같은 데서 기자 등도 이런 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사실이죠. 다시 말해 아주 많은 일본인들이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쓰는 사례가 아주 널리 퍼져 있다는 방증인 것이죠.

아무튼, 근데 빨간 줄 친 곳을 보시죠. 이건 뭘 의미할까요? 저런 모습을 묘사함에 있어서 일본어 '광경'과 '정경'을 둘 다 쓸 수 있다는 말인 거 맞죠? 즉, 감수자님은 '광경'이라고 고쳐 놨는데 '정경'을 써도 틀린 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다시 한번 확인차 일본 사이트에 질문을 올렸습니다.

아래와 같은 예문을 제시하고 둘 중 어느 걸 쓰는 게 더 자연스럽냐고 질문을 해 본 것이죠.

今、ここ合格発表の掲示板の前では、悲喜こもごもの「情景・光景」「展開されて・繰り広げられて」います。

그랬더니 달린 답변이 아래와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 경우에 悲喜交々라는 표현을 많은 일본인들이 쓰고 있는 모양인데 이건 오용이 아니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도 달아 줬습니다.

 

이분은 '정경'을 택해 주셨네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단어나 표현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많듯이 일본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누가 틀렸다 맞다를 따지는 게 아니라 이렇듯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또 한번 느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일찍 포스팅하려 했는데 번역 마감해야 할 게 늦어져서 이제야 포스팅합니다.

밥먹자, 밥!

 

<앙대 앙대 코패니즈 한자어>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