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인신공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죠. 일본도 '인신공격'이라는 용어가 사전에 실려 있습니다. 아래는 다이지린 사전의 뜻풀이입니다.

じんしん-こうげき [5] 【人身攻撃】

個人的な事情や私的な行動にまで立ち入ってその人を非難すること。

개인적인 사정이나 사적인 행동까지 들춰내서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

참고로 일본어 복합동사는 정말 골치 아플 때가 많죠. 이런 문맥에서 쓰인 「立ち入る」는 사전적 뜻풀이에 가깝게 번역하자면 '(깊이)파고들어서' 정도가 되겠는데, 개인적으로는 '들춰내서'라고 의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검색을 해 보면 실제로 쓰인 사례도 검색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뭐냐 하면, 일반인들 중에는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에 관해서도 여러 사이트에서 여러 번에 걸쳐서 질문을 해 봤는데 거의 대부분이 모른다는 반응, 사전에 있긴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쓸 일은 거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역시 재차 확인해 보려고 '인신공격'을 그대로 직역해서 감수를 맡겨 봤습니다. 그랬더니 감수자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래를 보시면 아시겠듯, 생소한 단어였는지 괄호 안에 '개인을 공격하는 것 같은?'이라고 되묻고 계시죠. 번역가도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이랄 수 있는데 한일 번역에 종사하는 감수자님한테도 생경한 용어였다는 방증인 것이죠.

昨夜の大統領選討論会は、政策の論戦・攻防 は影も形もなく、人身攻撃(個人を攻撃するような?)の

[ ]になってしまい、今、両候補は世論のバッシングを浴びている。

어젯밤의 대선 토론회는 정책 공방은 온데간데없고, 인신공격 공방전이 돼 버림으로써 지금 두 후보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선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고 종종 쓰고 접하는 용어인 '인신공격'을 어떻게 번역해야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질까요? 마침 최근에 중국의 싱하이밍 주한 대사의 말 때문에 시끄러웠죠. 이와 관련한 한국의 기사 중 하나가 다음과 같습니다.

 

 

이에 관해서 일본 역시 기사로 다룬 것이 있는데 어떻게 번역해 놨을까요?

 

 

바로 '인격공격'이라는 단어로 번역해 놨군요. 그런데 또다른 기사는 조금 다르게 번역을 해 놨습니다. 보실까요?

 

이걸 보더라도 일본은 '인신공격'이라는 말을 거의 안 쓴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리고 제가 질문을 했던 일본인 중에 한 일본인은 두 용어는 자주 쓰이는 말이긴 한데 뉘앙스 차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에 관해 설명해 놓은 아래 사이트의 설명을 보시죠.

 

 

'인격공격'은 인신공격이나 인격공격 논법, 개인공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죠. 다시 말해 사람에 따라서는 뉘앙스 차이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유의어인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말이죠.

다음은 더 골치 아픈 '인격 살인'에 대해 알아봅시다. 이걸 그대로 人格殺人이라고 해도 의미가 통할까요? 한자를 보고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먹기는 하겠지만 자연스러운 표현은 아닙니다. 그리고 일본은 '살인'과 '살해'를 엄격히 구분해서 씁니다. 우리의 경우 가족, 남성, 여성, 남편, 아내, 종업원 등등을 '살인하다'라는 식으로 말하죠. 검색해 보시면 이렇게 쓰인 예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 경우 '살인'이 아니라 '살해'라고 해야 올바른 사용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어 '인격 살인'을 人格殺害라고 하면 될까요? 일본은 '살인'과 '살해'를 엄격히 구분한다는 걸 알아서인지 이렇게 번역해 놓은 것들도 발견되기는 하는데, 이 역시도 뜻은 통할지 몰라도 자연스러운 일본어 표현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어 '인격 살인'을 대체 어떻게 번역해 주면 될까요? 그걸 알아볼 수 있는 단초는 바로 character assassination이라는 영어를 일본은 어떻게 번역하고 있는지에 있습니다.

일본이 character assassination를 번역해 놓은 것 중에는 人格抹殺과 人物破壊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일본 위키피디어의 설명에 따르면 character assassination라는 용어는 1930년대에 일반화되었다고 하는데, 거기 설명을 읽어 보면 한국에서 말하는 '인격 살인' 행위와 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한국은 또 어떻게 번역하고 있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인신공격'이라고 해 놓은 걸 많이 발견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말하는 인신공격과 인격 살인은 어감 차이가 상당히 크죠. '인격 살인'은 단순한 '인신공격'이 아니라 인신공격이나 비방, 중상모략 등을 통해서 한 사람의 인격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려 하는 것이라는 뉘앙스죠.

저랑 생각이 비슷해서인지 character assassination를 '인격 살인', '인격 암살' 등으로 번역해 놓은 것도 눈에 띕니다. 그중에 하나로서 위키피디아의 다음의 글을 보시죠.

 

 

저 역시도 character assassination는 인신공격이 아니라 이와 같은 뉘앙스로 번역해야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아무튼 그럼 '인격 살인'의 번역 방법이 해결이 된 거네요? 하지만 이 역시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여러 일본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이것도 人身攻撃와 마찬가지 널리 알려진 표현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좋을까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도록 「人格を踏みにじる行為」라는 식으로 풀어서 번역하는 게 좋을까요? 뭐 이건 번역자의 재량에 달렸다고 두리뭉실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겠네요.

아무튼 참 골치 아픕니다, 번역이라는 직업은. ㅠ.ㅠ

저보다 훨씬 언어 감각이 뛰어나신 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더 좋은 역어가 생각나신 분 계시면 부디 가르쳐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앙대 앙대 코패니즈 한자어>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