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어떤 카페에서 히라가나, 카타카나조차 모르는 완전 노베이스 상태에서 일본어를 공부해서 3개월 만에 JLPT N1을 땄다는 유튜버와 관련해서 진짜 가짜 논쟁이 일었는데, 일본어는 어순도 비슷하고 한자어도 쓰고 문법도 비슷해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그냥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는데... 물론 하늘이 내린 천재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세상에 믿기 힘든 일도 종종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유튜버가 한둘이 아닌 모양입니다. ^^;

근데 며칠 전에 제가 종종 이용하는 일본어 Q&A 사이트에서 일본인의 질문에 코패니즈 일본어로 가르쳐 주는 분을 보고 포스팅 하나 하자 생각했는데 오늘 해 봅니다.

그럼 아래 문장을 번역해 볼까요?

내일 불꽃 축제 한다는데 학원 땡땡이치고 구경하러 갈래?

위의 문장에서 함정은 뭘까요? 아마도 '축제' 부분이 함정이 아닐까 생각한 분 계시나요? 한국에서 말하는 불꽃축제나 불꽃놀이를 일본은 「花火大会」라고 하니까 '축제' 부분을 「お祭り」라고 하는지 보려는 거 아닐까 싶어서요. 아니면 '구경' 부분이 함정일 거라고 생각한 분도 아마도 계시겠죠? '구경'과 「見物」역시 그 쓰임새가 100% 일치하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경우는 「見物に行く」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観に行く」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일 뿐이죠.

그렇다면 함정은 어디일까요? 사실 저도 이건 3,4년쯤 전에 우연히 어떤 글을 보고 처음 안 사실입니다. '와, 이 경우도 그렇게 하면 어색하구나!'하고 놀랐었죠. 그건 바로 '한다는데' 부분입니다. 한국어 '하다'와 일본어 '스루'도 서로 그대로 직역하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는 건 아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이 경우도 부자연스럽다는 걸 아는 분은 아마 거의 없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어쨌건 위의 문장을 자연스럽게 번역한다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明日、花火大会があるそうだけど、塾サボって観に行く?

이 경우에도 する라고 하면 부자연스럽다고? 저도 그랬지만 놀란 분들 많으시겠죠? 그런데 그렇다고 하니 우리야 그런 줄 알면 되는 거죠. 그리고 통째로 외우는 수밖에 없고요.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의아한 생각이 들긴 드시죠? 실제로 ”花火大会をする”라고 해서 검색해 보면 주루루룩 뜨니까요. 그럼 대체 위의 경우는 뭐가 부자연스럽다는 걸까요? 만일 ”花火大会をする”라는 말을 불꽃 축제를 주최하는 쪽에서 한 말이라면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경하러 가는 사람이 ”花火大会をする”라고 하면 부자연스럽다는 논리인 것이죠. 구경하는 사람이 불꽃 축제를 '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제 좀 수긍이 가시나요?

JLPT N1 정도만 따면 일본어 고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아주 기본적인 단어인 '하다'와 '스루'조차도 이렇듯 쓰임새 차이가 많이 납니다. N1 따셨다면 이제야 겨우 일본어 공부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셔야 됩니다. 결코 그건 끝이 아니에요. 특히 오로지 스펙만을 위해 시험만을 위해 일본어를 학습하신 분들. 언어라는 건 입체적으로 익혀야 제대로 구사할 수가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본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어가 코패니즈 투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제대로 된 일본어 공부가 시작되는 겁니다.

오늘도 쉬는 날을 이용해서 포스팅 하나 하고 갑니다.

아, 또 생각이 났는데 우리는 반에서 '톱을 했다'고 표현하죠. 일본은 이때도 する라고 하면 부자연스럽다고 합니다.

그럼 진짜로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