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도 책 설명 줄이고 덜어 오는 겁니다. 3권 내용인데 250페이지 예상했던 게 현재 291페이지니까 색인까지 넣으면 300페이지 넘어가겠네요.

아무튼 제가 한창 일본어를 학습할 때 우리가 말하는 주당, 술꾼을 일본어로는 辛党(からとう) 또는 上戸(じょうご)라고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책에 아래와 같은 예문을 넣었는데 책에 쓸 거니 혹시나 싶어서 더 조사를 해 봤는데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상당한 주당인데 그날 따라 술기운이 빨리 돌았는지 대취하고 말았다.

 

먼저, 辛党의 경우 일본의 사전에도 여전히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그중 goo 사전은 아래와 같이 나와 있네요.

 

菓子などの甘いものよりも酒のほうを好む人。左党。⇔甘党。

 

과자 같은 단 것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네요. 근데 유의어로 左党(さとう), 반대말로 甘党(あまとう)를 제시하고 있네요. 이 역시도 다른 사전들도 비슷합니다. 근데 조금 묘한 게 단 걸 즐기는 사람을 甘党라고 하는데 왜 그 반대말인 辛党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일까요? 제 추측입니다만, 일본 사람들은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이 많죠. 그래서인지 애초에 음식을 맵게 만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옛날에는 매운 걸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술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단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고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甘党의 반대 개념으로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이 형성된 게 아닌가 합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매운 것뿐 아니라 짠 것도 辛い라고도 합니다. 塩辛い에서 '소금'을 빼고 짜다는 뜻으로도 쓰는 것이죠.

그리고 上戸의 경우 원래부터 있었던 단어는 아니고 술을 체질적으로 못 마시는 사람을 뜻하는 下戸(げこ)라는 말의 반대 개념으로 나중에 생긴 거라고 들었습니다. (戸의 읽는 법이 다르다는 점 유의) 그리고 下戸는 술을 많이 못 마시는 사람이란 뜻이 아니라 '체질적으로 술이 안 받는 사람'을 뜻합니다. 건강이나 종교상의 이유를 술을 절제하는 사람은 下戸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런데 요즘 젋은 일본인들은 辛党라는 말을 술꾼, 주당이라는 뜻이 아니라 매운 걸 좋아하고 잘 먹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고 있는 실정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上戸라는 말 또한 주당, 술꾼이 아니라 요즘은 泣き上戸나 笑い上戸의 형태로 쓰는데, 이건 술에 취하면 잘 우는 사람, 술에 취하면 잘 웃는 사람이라는 뜻인 것이죠.

그렇다면 주당, 술꾼이라는 뜻으로 辛党라는 말을 쓰면 이젠 안 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고 나이 많은 층에서는 주당, 술꾼이라고 알고 있고 그렇게 쓰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니까요. 아래 캡처를 참고하세요. NHK 방송문화연구소의 Q&A 코너에 나온 설문조사 내용입니다.

이게 2014년에 올라온 글인데 당시 30대 이하는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 40대 이상은 주당, 술꾼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많네요. 아무튼 지금 기준으로 보더라도 50대 이상에선 술꾼, 주당이라는 뜻으로 쓴다는 말이 되니까요. 더구나 전체 비율도 45% 대 29%로 저때만 해도 술꾼, 주당의 비율이 높았고 말이죠.

그리고 이에 관해 설명한 아래 캡처도 참고하시기를.

 

 

​답변에서 '현시점에서는 아직 전통적인 용법, 바꿔 말해 술꾼, 주당이라는 뜻을 지키는 게 좋겠다고 해 놨는데 10년쯤 지난 지금은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마지막으로 아래는 2년쯤 전에 술꾼, 주당, 주정꾼이라는 뉘앙스로 쓰이는, 아니면 썼던 아래의 일본어들 중에 요즘 잘 안 쓰는 건 어떤 건지를 물은 것에 대한 일본인의 답변입니다. 이것도 참고하시길.

飲んだくれ・酔いどれ・飲み助・酒飲み・飲み手・酒好き・酒客・上戸・左党・辛党

 

오늘은 요까지만.

<앙대 앙대 코패니즈 한자어>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