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짠 예제 중에 '호승심'을 집어넣어서 만든 게 있는데 이 '호승심'은 일본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요? '호승심'이라는 한자어 요즘은 잘 안 쓰나요? 저도 오늘 처음 알았는데 이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더군요. 하지만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반드시 이기려는 마음'이라고 실려 있네요.

근데 일본에선 이 한자어를 쓰지 않죠. 그럼 대체 뭐라고 번역하면 좋을까요? 위의 사전에 비슷한 말로 '승부욕'을 제시해 놨네요. 아~ 그럼 勝負欲라고 하면 되겠네?

No, no~! 일본은 勝負欲이라는 말도 쓰지 않습니다. 그럼 저는 뭐라고 해 놨을까요? 바로 「負けず嫌い」랑 「負けん気」를 제시했습니다. 다들 들어보신 말이죠? 하지만 책에 쓰는 거니까 한 번 더 조사해 보자 싶어서 조사하다가 흥미로운 걸 발견해서 포스팅을 해 봅니다.

우리는 보통 "승부욕이 강한 아이다", "얘는 승부욕이 너무 지나쳐서 탈이야"라는 식으로 표현하죠. 그래서 저는 '승부욕이 강하다'를 「負けず嫌いだ」 또는 「負けん気が強い」라고 번역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이 둘에는 뉘앙스 차이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참, 여기서 잠깐. 이 「負けず嫌い」에서 「ず」는 부정의 뜻, 그러니까 「負けない」라는 말이니 '지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이 되잖아요. 그런데 왜 이걸 '지는 걸 싫어한다'는 뜻으로 쓰고 있을까요? 아마 이미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건 「負け嫌い」와 지지 않겠다는 정신을 뜻하는 「負けじ魂」를 혼동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한마디로 이거 역시 오용이 정착된 케이스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둘의 뉘앙스 차이는 뭘까요? 「負けず嫌い」는 지지 않을 만한 실력이 있든 없든 무조건 지는 걸 (극도로)싫어하는 기질을 말하는 거고, 「負けん気が強い」는 지는 걸 싫어하는데 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해서 실제로 지는 일, 혹은 진 일이 (거의)없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조금 자뻑 기질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흥미롭죠?

본인이 '나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라고 하니까 '너는 지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負けん気が強いでしょ'라고 했다는 말.

아무튼 그런데 이 일본인도 두 표현의 뜻의 차이를 잘 몰랐다고 하니, 일본사람들도 둘을 혼동해서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두 표현의 차이를 설명해 놓은 게 여럿 있는데, 비슷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