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댓글이 안 달리고 썰렁하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됐었는데 너무도 많은 이웃님들께서 다양한 의견을 주셔서 놀랐고 또한 고맙습니다.

이 글로 직행하신 분들은 무슨 영문이지? 하실 테니 아래 글부터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https://blog.naver.com/iveen/222869178583

「はみ出し者」 번역, 이웃님들 의견을 구합니다

おい、お前は、はみ出し者なの? 일주일에 8화씩 납품했던 30분물 번역이 지난 주에 드디어 끝나고 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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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이어 다시 한번 말하자면, 「はみ出し者」는 삐져나온 자, 튀어나온 자라는 말이니 기존의 사회 규범, 사회적 통념, 체제, 틀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 또는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기존의 틀 안에 담아 둘 수 없는 사람 등을 말하는 것이죠. 이렇게 대단히 포괄적인 뉘앙스로 쓰일 수 있는 말이니 문맥에 따라서 다양한 역어 후보군이 있을 수 있겠죠. 그리고 이건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고 했죠. 이걸 영어로 어떻게 번역했는지를 검색해 보니 pioneer(개척자/선구자)라고 번역해 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우선 저의 '번역하기 까다로운 표현'이라는 파일에 메모해 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중에서 실제로 번역해서 보냈던 게 '이단아, 튀는 자, 사회 부적응자'입니다.

(사회의/시대의)이단아, 튀는 자, 사회 부적응자, 문제아

반항아, 별종, 꼴통, 반골(반골 기질)

그럼 여러 이웃분들께서 주신 의견을 취합한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 꼴통

따로 의견을 말씀해 주지 않으셨지만 제가 제시한 것 중에는 '꼴통'이 제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 분도 이게 괜찮겠다고 해 주셨고요. 

● 모난 돌

'모난 저를'을 포함해서 세 분이 같은 의견을 주셨고, 또 댓글의 의견을 보고 '모난 돌'에 한 표를 던진 분도 계셨습니다. 

● 미운 오리 새끼

무리에 순응하지 않고, 체제에 반항하고 튀는 짓만 골라서 하면 미운 오리 새끼 되는 거죠. ^^

문맥에 따라 적절한 역어 후보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아웃사이더

연상어 유의어를 설명하는 사전에 아웃사이더가 들어 있고, 또 '하미다시모노'의 뜻을 묻는 외국인의 질문에 Outlaw와 비슷한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글도 발견했습니다. 이 역시 문맥에 따라 적절한 역어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또 다른 한 분도 이걸 제시하셨고요. 

● 겉도는/겉돌던/겉돌기만 하던

비슷한 의견을 세 분이 주셨습니다. 기존 질서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면 겉돌 수밖에 없겠죠. 이 역시 문맥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역어일 듯합니다. 그리고 '하미다시모노'의 뜻을 설명하는 사이트 중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었습니다. 

ある組織や体制についていけない人(落ちこぼれ)

落ちこぼれ는 흔히 낙오자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조직이나 체제에 적응 못하고 낙오된 사람은 겉돌 수밖에 없죠. 저는 개인적으로 落ちこぼれ를 '겉도는 사람'이라고도 번역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별난/ 별종

저 위에 제가 메모해 둔 것 중에 '별종'이 있죠. 그런데 '별난'이라는 의견을 주시길래 여기선 살짝 애매한 거 같다는 답글을 달았는데 그 뒤에 또 한 분께서 '별난'과 '별종'을 제시하시더군요. 그래서 생각해 보니 '별나다'라는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는 '별종'도 포함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별종'을 제시한 분이 또 한 분 계시고요. 

● 사회 부적응자

위에서 이미 이렇게 번역해서 보낸 적이 있다고 했는데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 많네요. '사회'를 빼고 그냥 '부적응자' 포함해서 네 분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유의어를 설명하는 사이트에서도 '부적응자'를 제시한 곳도 있고요. 

● 독불장군

의외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죠, 아마? 근데 국어사전의 2번 뜻풀이로 아래와 같은 게 있습니다. 

명사

1.

무슨 일이든 자기 생각대로 혼자서 처리하는 사람.

그는 독불장군이라서 충고해 줘 봐야 소용없다.

2.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을 받는 외로운 사람.

깊은 고정 관념의 벽을 허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우리 집 설은 그 후 마을 공동체에서 소외된 독불장군의 설이 되고 말았다.

출처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3.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남과 의논하고 협조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

요즘은 거의 1번 의미로만 쓰지 않나요? 하지만 2번의 뜻으로 볼 때는 가능한 역어가 아닌가 합니다. 「はみ出し者」의 유의어를 설명하는 사이트에서 「のけ者」를 제시한 곳도 있거든요. 즉, 「はみ出し者」는 따돌림당하는 사람, 제껴 놓은 사람이라는 뉘앙스로도 쓰인다는 말이고, 아래 제 질문에 답변한 캡처 이미지에서도 「のけ者」라고 답변했듯이요. 

● 세상이 버린 나

사회적 통념, 틀을 벗어나는 짓을 자꾸 하면 세상의 따돌림을 당하고 버림받게 되겠죠. 문맥에 따라 가능한 역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아래에 '(세상이)내놓은 놈'의 뉘앙스와도 비슷하고 말이죠. 

● 내놓은 놈

달린 댓글들을 쭉 읽어 보다가 문득 (사회가/사람들이/부모가)내놓은 인간(자식)이라는 말이 떠올랐는데 그와 거의 동시에 이 댓글을 다신 분이 계셨습니다. 문맥에 따라 적절한 역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내놓은 인간'이란 말을 의식하고 아래와 같이 작문을 해서 「はみ出し者」의 쓰임새가 자연스러운지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입니다. 

あの人は、悪さばかりして一族の間では、はみ出し者でした。

 

● 문제아

직접 의견울 주시진 않으셨는데, 제가 제시한 예 중에서는 '학생'이라는 점에서 '문제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천덕꾸러기

위의 '미운 오래 새끼'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문맥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 덜떨어진 놈

제가 의견을 구한 극중 대사의 경우는 '덜떨어진 놈'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はみ出し者의 유의어를 설명하는 사이트들에서는 「半端者・半端なやつ」도 유의어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Weblio 유의어 사전에서도 같은 단어를 유의어로 올려놨고요. 이 설명이 정확하다는 걸 전제로 할 때 이같은 뉘앙스로 쓰인 경우라면 '덜떨어진 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확신은 없네요. 그런 뉘앙스로 쓰인 문장을 발견하기를 빌어 봅니다. 

● 삐딱한 구석이 있는/늘 삐딱선만 타던

기존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늘 삐딱하게 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으니 이 역시 문맥에 따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 사회성이 부족한

이것도 '사회 부적응자'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죠? 

● 탕아

'탕아'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방탕한 사나이'라고 나오는데, '돌아온 탕아'라는 말도 있듯이 꼭 방탕하다는 의미로만 쓰이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 보니 손흥민 기사에 

10경기 9골 5도움...英 매체 "손흥민, 돌아온 탕아"

이런 타이틀도 검색이 되네요. 손흥민이 방탕한 선수는 아니죠? ^^

● 낙오자

저 위에 はみ出し者의 뜻을 설명하는 글에서 落ちこぼれ라는 말도 나왔죠. 따라서 '낙오자'도 문맥에 따라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역어일 거 같습니다. 

의견 제시해 주신 이웃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저도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위의 여러 의견들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문맥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한 역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번역을 가르치는 몇몇 강사 등이 같은 하나의 대사를 놓고도 이렇게 다양한 번역이 나온다는 사실이 놀랍다, 감탄했다 등의 말씀을 했던 게 문득 떠올랐는데 저 역시 이번에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 '하미다시모노'처럼 말뜻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단어나 표현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겠죠. 이래서 번역이란 작업은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경탄을 자아내는 작업이 아닌가 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래서 제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역어는 뭘까요? 저는 아래와 같이 번역했습니다.

그 녀석 부모님도 모난 돌인 나를 보듬어 안아 주셨다

저와 생각이 다른 분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대사에 가장 어울리는 역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습니다. 의견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