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마감이 촉박해서 만화 제작 관련 용어에 관해 이웃님들께 SOS 날렸고, 많은 분들이 흔쾌히 도와주셨는데 그 시리즈가 전격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ㅠ.ㅠ

이런 일 몇 번 겪어 봤지만, 또 당하니 좀 황당하네요. 다만 그나마 위안인 건 스케줄이 빡빡한 상태에서 들어온 의뢰라 진도를 미리 많이 빼 놓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

저는 스케줄에 여유가 있을 경우, 여유가 별로 없더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미리 진도를 빼놓고 시작하거든요. 무슨 말이냐 하면 예를 들어 일주일에 3번 납품하는 스케줄일 경우 처음 받았을 때 6번 납품 분 정도까지 진도를 미리 빼놓곤 합니다. 그러면 한 주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도중에 다른 업체의 의뢰가 들어왔을 때(시리즈물이 아니라 영화 한 편 등의 단편물) 고사하지 않고 받을 수가 있거든요.

아마도 BL물이다 보니 제작사 내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랄까, 일주일 두 번, 30분물 4편(하루 2편씩)을 납품하는 스케줄로 150편 일할 분량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ㅋ...

솔직히 프리랜서 번역가 입장에선 이런 의뢰가 꿀이라고 할 수 있죠.

아무튼, 저번에 이웃님들께서 도움을 주셨던 부분을 일단 정리해 놓고 넘어갈 필요는 있겠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제가 지금껏 번역하면서 정리했던 전문 용어(의학물, 낚시 프로 등)들도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려 볼까 싶기도 합니다.

일단, 납품했던 3화까지 나왔던 용어들이 다음과 같은데...

● ネーム : 콘티

네이버 오픈 사전에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습니다. 오픈사전의 경우 부정확한 내용도 있지만 다른 검색 결과와 대체로 비슷한 것 같으니 믿을 만한 거 같습니다.

일본 만화계에서 '콘티'를 의미한다. 좁은 의미로는 말풍선 안의 대사나 독백. 영어 'name'의 '지정하다'라는 뜻에서부터, 만화의 대사를 미리 지정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던 용어가 점차 콘티의 의미로 변화했다고 한다.

네이버 오픈사전

● ゲラ : 교정쇄, 교정지

이웃님께서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셨습니다. '교정지'라고 하면 교정한 종이라는 어감이 있으니 이 경우는 '교정쇄'라고 해야 시청자가 딱 와닿을 거 같습니다. 영상번역의 경우 전문용어를 그대로 써서는 시청자가 뜻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식으로 유연한 번역도 필요합니다.

게라는 어원이 galley고 팀원분이 이전 일했던 출판사에서는 교정지라고 불렀었다네요

● 校了 : 교정 끝내기, 완교, 완준?

이웃님의 도움 말씀을 참고하세요.

校了 교정끝내기? 한국에선 교료라는 말도 쓰고교정 끝내기나 완교나 완준으로 쓰나봐요

● トーン・トーン貼り : 톤(스크린톤) , 톤 붙이기

한국에서 스크린톤, 줄여서 톤이라고 쓰는 모양입니다. 배경의 무늬(마름모꼴 무늬 등), 음영 같은 건 만화가가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진 필름(스티커) 같은 게 있는데 이걸 오려서 붙이는 걸 말한다고 합니다.

● 下書き : 밑그림

이건 보통 초안, 초고의 뜻인데 만화 쪽에서는 '밑그림'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 コマ : 컷, 칸

● 色稿 : 컬러 원고

대본에는 稿라고 돼 있는데 검색해 보니 色校는 있는데 이건 찾아지지가 않던데 흔한 용어는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웃님께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을 주셨는데,

色校

読み方:いろこう

「色校正」を略した言い方。色校正は出版の分野における用語で、紙に刷られた後の印刷物の発色が想定通りか否かを確認する行程を指す語。

다른 두 분께서는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어요. 어쨋건 色稿는 흔한 용어가 아닌 것 맞는 것 같습니다.

色稿 컬러 원고를 말하는 게 아닐까요

色稿는 컬러 원고 맞아요. 보통은 흑백으로 연재하는 만화가 잡지나 단행본에서 컬러로 내는 원고를 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조언 주신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립니다.

● ペン入れ : 펜 터치, 펜 작업, 펜선 작업, 선따기, 선넣기

● 見開きにわったて白い

見開き는 책을 펼쳤을 때 좌우 양페이지를 뜻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한 이웃님께서는 인디자인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이걸 영어로 Spread라고 한다고 하시고, 또 다른 분께서는 '펼침면'이라고 번역된다고 하셨는데 문맥에 따라서는 이렇게 번역해야 자연스러운 경우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또 이런 대사가 나와요. 「見開きで日光東照宮なんて描いてんじゃないよ!」

 

무슨 말이냐 하면, 납기를 못 지킨 만화가 작업실에 가서 따지는 장면인데 납기도 못 지키는 주제에 이렇게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작업을 왜 하냐는 뜻으로 친 대사인 거죠. 바로 아래와 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그대로 '양면에 걸쳐서' 그리고 뒤의 대사는 '양면에다' 등으로 번역해 줘야 더 자연스러울 듯합니다.

오늘은 이만 보고 마칩니다.

 

<앙대 앙대 코패니즈 한자어>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