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린 포스팅, 서평 긁어 온 건 빼면 마지막 포스팅이 12월 5일이군요. 그동안 정신 없이 지내느라 포스팅을 못 했는데 내일부터는 번역 스케줄이 더 빡세지기 때문에 당분간 글 올릴 엄두도 못 낼 거 같아서 포스팅 한번 해 봅니다.

이 '완연'이라는 한자어도 한국과 일본이 뜻이 다릅니다. 그런데도 이걸 그대로 宛然으로 번역하는 한국인들이 꽤 많습니다. 한국 언론사의 일본어판 기사에서도 「宛然とした」로 번역해 놓을 걸 몇 차례 발견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일본에선 宛然(えんぜん)이라는 한자어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몇몇 일본인들에게 물어본 결과도 '모두 다' 처음 보는 한자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えんぜん이라고 치고 변환을 하려 하면 목록에 나오더군요. 일상생활에서 접할 일이 거의 없다는 것뿐 전혀 안 쓰는 한자어는 아니란 말이죠.

아무튼 그래서 처음에 1권에 썼다가 2권으로 밀린 건데 감수받을 때는 이것 역시 들어 있었습니다. 저 역시 '병색이 완연하다'를 일본어로 어떻게 번역할지 난감해서 감수자님께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더군요.

 

 

한마디로 감수자님도 번역하기 참 까다롭게 느낀다는 거죠. 저런 식으로 풀어서 번역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거죠. 참고로 저 당시 저는 「正真正銘の病人の顔色で」라고 번역해서 의견을 물은 것입니다.

그런데 영상번역이라면 글자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까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리하고 또 궁리하다가 쥐어짜낸 표현이 있습니다만, 사실 오늘은 이 '병색이 완연한'의 번역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포스팅을 하는 겁니다. 언어 감각 뛰어난 분들의 조언이 절실합니다. 아무튼 예제를 보시죠.

 

오랫동안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녀는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長い間[    1    ]で苦しんでいる彼女は[       2       ]で、

양약한약도 소용없었다며 한탄했다.

[ 3 ]も[ 4 ]も無駄だったと嘆いた。

가족을 난도질하고 난 뒤 뒤돌아보는 그 표정은 [              ].

家族を、[        6        ]振り向くその表情は宛然たる悪魔だった

해설

해설 짧게 가겠습니다. 일본의 한자어 '완연'은 한국과 달리 '흡사, 마치' 등의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아래는 후리가나 문고가 宛然의 읽는 법과 예문을 제시한 것들입니다. 더 긴 설명은 필요없겠죠?

 

 

모범 답안

1. 난치병 : 難病

일본은 '난치병'이라고 안 한다는 건 1권 복습이죠.

2. 병색이 완연한 얼굴 : 見るからに病人の顔

저는 머리를 짜내고 짜낸 끝에 이런 번역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병색이 완연하다는 말은 딱 봐도 병에 걸린 것 같다는 말이죠. 그래서 이렇게 의역해 봤는데 언어 감각 뛰어난 분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 부탁합니다. 2권을 쓰게 된다면 책에도 반영하겠습니다.

3. 양약 :西洋薬・新薬

일본은 이렇듯 서양약, 신약이라고 합니다.

4. 한약 : 漢方薬

한약 역시 '한방약'이라고 하는데 '한'의 한자가 한국과 다르죠.

5. 宛然たる悪魔だった : 흡사 악마 그 자체였다.

해설을 보셨듯이 일본어 '완연'은 이렇듯 '흡사, 마치' 등의 뉘앙스로 쓰이는 겁니다.

6. 난도질 하고 난 뒤 : めった刺しにした後

이것도 복습이죠. 그리고 1권 읽으신 분은 「めった切り」, 「めった打ち」도 외우고 계시죠?

오늘은 짧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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