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에서도 이 「~こそ」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 보통은 '~야말로'라고 번역하면 되지만 의외로 번역이 까다로운 일본어가 바로 이 「~こそ」죠.

이에 관해서는 다음보다 네이버 일본어 사전이 더 자세히 잘 나와 있으므로 소개합니다.

계조사

I. 어떤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여 특히 내세우는 데 쓰는 말.

1. (강조하는 말에 붙여서)

a. …야 말로; …만은.

今度こそ敗けないよ

이번에는 안 지겠다

b. …하기[이기] 때문에; …하기[이기]에.

愛すればこそ

사랑하기에

2. [고어] 가상적인 조건하에서는 이렇게 된다는 점을 내세워 말하고, 실제로는 그 반대라는 것을 나타냄: 만약 …한다손치더라도.

いかるがの富(とみ)の小川(おがわ)の絶えばこそわが大王(おほきみ)の御名(みな)忘らえめ

만약 いかるが(=지명)의 작은 내의 흐름이 마르는 일이 있다면 그 때에는 대왕의 이름도 사람들이 잊을 것이나, 그런 일은 없을 게다.

3. (‘こそすれ’ ‘こそなれ’ ‘こそあれ’ 등의 꼴로) 일단 긍정하는 뜻을 나타냄: …할지언정; …이긴하나.

ほめこそすれ、決っして怒りはしない

칭찬은 할망정 결코 화내지는 않는다

感謝こそすれ、怒る事はなかろう

감사할지언정 화낼 것은 없지 않나

苦しみこそあれ、決っして楽しい毎日ではなかった

고통스러웠을지언정 결코 즐거운 나날은 아니었다

きれいにこそなれ、しみがつくようなことは絶対ありません

깨끗해질지언정 얼룩이 지는 일 따위는 절대로 없습니다.

4. (‘ばこそ’의 꼴로 뒤를 생략하여) 그러한 일이 전혀 있을 수 없음을 나타냄.

押しても引いても動かばこそ

밀어도 당기어도 꿈쩍도 않는다

情け容赦も有らばこそ

정상을 참작하여 용서해 줄 기미는 전혀 없다.

 

위에서 주황색으로 표시한 「~ばこそ」의 경우 위의 뜻풀이에서는 こそ의 뉘앙스를 생략해 버렸는데 문맥에 따라서는 '더더욱', 때로는 '도리어/오히려' 또 때로는 '비로소'라고 번역해 주면 더 매끄러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면

子供のことを思えばこそ、親は小言をいうもんだ。

자식을 생각하기에 더더욱 부모는 잔소리를 하는 법이다.

愛すればこそ傷つける。

사랑하기에 도리어 상처를 준다.

御社のご協力があればこそ、成功することができました。

귀사의 협조가 있었기에 비로소 성공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럼 아래와 같은 예문에서 쓰인 '코소'는 어떻게 번역하면 자연스러울까요? 결코 만만치는 않죠? 물론 고수분들은 답을 알고 있는 분도 많겠지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번역가나 번역 공부를 하는 분들 중에는 아마도 난감해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나요?

優勝こそできませんでしたが、とても大切なチームワークを学んだ大会でした。

彼女は身分こそ低かったが、その眩しい美しさのおかげで王の目に留まった。

年こそ若いけど、ベテラン顔負けの実力を持っている。

정답은...

 

 

 

바로 '비록'입니다. 아래와 같이 번역해 주면 매끄러워지지 않나요?

優勝こそできませんでしたが、とても大切なチームワークを学んだ大会でした。

우승은 비록 못했지만 대단히 소중한 팀워크를 배운 대회였습니다.

彼女は身分こそ低かったが、その眩しい美しさのおかげで王の目に留まった。

그녀는 신분은 비록 낮았지만 그 눈부신 아름다움 덕분에 왕의 눈에 들었다.

年こそ若いけど、ベテラン顔負けの実力を持っている。

나이는 비록 젊지만 베테랑 뺩치는 실력을 갖고 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마치...기 전에 말 나온 김에 하나 덧붙이고 넘어가죠. 혹시 일본인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그동안의 의아함이 풀릴 거라 생각합니다.

이 한국어 부사 '비록'의 쓰임새나 뉘앙스의 감을 잡지 못하는 일본인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검색을 해 보면 그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글들도 나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한국의 한일 사전들이 '비록'의 뜻을 잘못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네이버나 다음 둘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한국의 '비록'이라는 말은 가정문에 쓰이지 않잖아요? 쓰이나요?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 현재의 사실을 나타내는 부사 아닌가요? 쓰는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한국어도 참 어렵습니다) 적어도 표준국어대사전의 예문들 중에서는 가정문으로 쓰인 예가 안 나와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부사

I.

(‘-ㄹ지라도’, ‘-지마는’과 같은 어미가 붙는 용언과 함께 쓰여)

1.

아무리 그러하더라도.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아버지와 의논해야지.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비록 내가 저지른 일이기는 해도 나로서는 너무도 견디기 어려운 고문이었고….

출처 <<안정효, 하얀 전쟁>>

한 사람은 비록 넥타이가 뒤틀리고 중절모가 찌그러졌지만 그래도 정장이었고….

출처 <<이문열, 변경>>

나라 걱정하는 말이 비록 사리에 맞고 간절하다 하나 행함이 없으면 역시 공리공담일 뿐.

출처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1번 '사소한 것일지라도'가 언뜻 가정문인가 싶기도 한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죠?

아무튼 그런데도 이 '비록'을 '설령'이나 '가령'이라는 의미를 지닌 「たとえ・仮に」 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일본인들이 갈피를 못 잡을 수밖에요. 일본에서 편찬된 한일사전에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한국어 '비록'의 쓰임새와 뉘앙스의 갈피를 못 잡는 일본인이 많은 걸 봐서는 일본의 사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일본인이 이 글을 보신다면 한국어 '비록'은 사전에 설명된 것과는 다르게 쓰인다는 걸 아시고 앞으로는 헷갈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어 '비록'은 위의 '코소'라는 일본어 역어 후보군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앙대 앙~대 코패니즈 한자어>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