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테이루'는 단순한 과거의 사실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의 사실이 지금까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거나, 의미를 갖고 있다는 뉘앙스가 내포돼 있다는 저의 설명에 한 이웃분께서 얼마 전에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가를 물으셨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짧게 답변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동사에 일률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렇지 않으니 제가 늘 말하듯이 일본어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죠.

전에 블로그에 쓴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순간동사로 분류되는 동사에 '테이루'가 붙는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아래와 같이 현재진행형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アフリカでは内戦のために毎日多くの少年兵が死んでいます。

아프리카에서는 내전으로 인해 매일 많은 소년병이 죽고 있습니다.

凄まじい暴風で森の木々が次々と倒れています。

어마어마한 폭풍으로 숲의 나무들이 차례로 쓰러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 동사가 쓰인 맥락과 상황, 또한 그 동사 자체의 성격(내용)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비일본인으로서는 참 골치가 아픈 거죠. 먼저 '테이루' 표현이 현재 시점에 어떤 영향을 끼치거나 의미를 갖고 있는 뉘앙스로 쓰인 예 중에 하나를 소개하죠. 예전에 이 '테이루' 용법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일본 사이트에 질문 올린 것 중에 「私は東京大学を卒業しました」와 「私は東京大学を卒業してます」의 뉘앙스 차이에 관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일본인이 대답하기를 역시나 제 예상대로, 또한 그 외의 질문들에 대해 다른 여러 일본인들도 같은 대답을 했듯이, 전자의 경우는 단순한 과거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ている」로 표현하면 도쿄 대학을 졸업했으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라', '교수와 접촉을 원하면 내가 알아봐 주겠다' 등과 같은 내용의 말이 뒤따라 오는 경우를 상상할 수 있겠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이해가 되시죠?

하지만, 모든 동사와 상황에서 똑같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언젠가 영화를 감상했는데 어떤 장면이 나왔냐 하면, 친구를 집으로 불러서 친구가 초인종을 누르자 문을 열어 주면서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합니다. 참고로 OO짱은 집에 도착한 그 친구와 사이가 안 좋습니다.

"OO짱도 불렀는데 괜찮겠어?"

이것의 원대사는 뭘까요? 지금껏 제 블로그에서 '테이루'에 관한 글을 읽으신 분은 아마도 「呼んでる」를 떠올리겠죠? 하지만 그 원대사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OOちゃんも呼んだけど、いいかな?

아시다시피 전 오랫동안 '테이루/테이나이' 표현에 대해 파 왔던 사람인지라 당연히 호기심이 일더군요. 그래서 상황 설명을 한 뒤에 「OOも『呼んでる・呼んだ』けどいいかな?」라고 말할 때 어느 쪽을 쓰는 게 더 일반적인가를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예컨대

家に友達を〜 라고 할 경우

呼んだ : 友達はまだ来ていない

呼んでる : 友達はそこにいる

今度のパーティに友達を〜 라고 할 경우

呼んだ : 友達はたぶん来る

呼んでる : 友達が来るか来ないかは分からない

어떤가요? 신기하죠?

우리 한국인들로서는 이런 뉘앙스의 차이를 캐치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그러니 일본어는 파면 팔수록 어렵다는 말을 제가 입버릇처럼 하는 겁니다. ㅠ.ㅠ

아무튼 참고가 되시라고 오늘도 글 하나 올려봤습니다.

이 글을 보시게 될 일본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위의 제 질문에 답해 준 일본인의 설명이 틀린 거라면 말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와 제 이웃님들에게 아주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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