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못 알고 있었던 일본어'를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이 역시 감수 과정에서 제가 잘못 알고, 잘못 썼음이 밝혀진 케이스입니다. 아마도,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긴히'라는 한국어 표현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折り入って」라고 알고 있고 그렇게 써 온 사람이 많을 거 같은데... 아닌가요?

사전을 찾아봐도 자세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고 말이죠.

아무튼, 혹시 저처럼 오용해 왔던 분에게는 유익한 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제가 어떻게 썼길래 감수 과정에서 지적을 당했는지를 말씀드리면...

'긴히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를 아래와 같이 번역해 놨었습니다.

折り入ってお目通りを申し出ております。

그랬더니 감수자님께서 「折り入って」라는 말은 주로 話、願い(頼み)、相談 같은 말들과 짝을 지어 쓰는 말로서, '뵙다'라는 말과 짝을 지어 사용하는 건 부자연스럽다고 하시더군요. 머리를 땅~ 치는 충격(?)과 함께 또 배움의 기쁨이 솟아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저처럼 몰랐던 사람들)에게 알려줄 지식이 하나 더 늘었으니까요. ^^;;

그런데 한국어인 '긴히'는 쓰임새의 폭이 조금 더 넓죠? 위와 같이 '긴히 (찾아)뵙다 / 만나다'라는 식으로도 쓰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긴히 의논(상의)드리다 / 부탁드리다 / 드릴 말씀이 있다'라는 식으로도 쓰고 말이죠.

또 이와는 조금 다른 뉘앙스로 '긴히 쓸 곳이 있으니...'라고도 하고요.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한국 사람들도 한국어 표현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꽤 되듯이, 감수자님들이라고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니 이 또한 확인을 위해 여러 일본인들에게 물어도 보고, 또 「折り入って」의 쓰임새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여러 사이트의 글들도 살펴봤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1. 감수자님들의 의견대로 「折り入って」는 주로 話、願い(頼み)、相談 등의 말과 짝을 지어 쓰는, 어떤 의미에선 정형화된 표현이다.

2. 다만 이 표현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니고, 정말로 진지한, 중요한, 절실한 부탁이나 의논이나 이야기일 때 쓰는 것이기 때문에 남발이나 남용은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折り入って」라면서 말문을 떼면 경우에 따라서는 듣는 사람이 긴장할 수도 있을 정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단, 한 일본인은 「折り入って」의 사전 속 뜻풀이에 비추어볼 때 「折り入ってお目にかかりたい」라는 식으로 말해도 틀린 표현이라고까지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자신도 일반적인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으니 이 역시 참고하시기를...

아무튼, 어쨌건, 여하튼!

그러므로 앞으로 한국어 '긴히'를 일본어로 번역할 때는 무조건 「折り入って」라고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참고로, 위의 「お目通り」라는 말은 제가 일본 시대극에서 몇 차례 듣고 외웠던 것으로서 '만나다'의 높임말인 '뵙다, 알현하다'는 뜻을 지닌 말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감수자님은 처음 듣는 말이다. 두 번째 감수자님은 보고 들은 적은 있는데 요즘은 쓰는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라는 말을 하시더군요.

하긴, 우리도 사극을 거의 보지 않거나, 담 쌓고 사는 사람일 경우 사극에서 나오는 어려운 표현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겠죠. '참람한 망발'이라거나 '통촉하여 주소서'라거나, '승은을 입다' 등등 어려운 말을 쓰면 뭔 말인지 못 알아들을 수 있겠죠.

참고로, '승은을 입다'의 '승은(承恩)'은 임금의 눈에 들어서 잠자리를 하는 영광을 얻는 걸 뜻하는데 이걸 '성은(聖恩)을 입다'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되더군요. 하지만 '성은'에는 그런 뜻이 없고 그냥 '임금의 은혜'라는 뜻만 있습니다. 반면 '승은'에는 양쪽의 뜻이 다 있습니다.

아무튼, 「お目通り」의 뜻을 일본인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사이트도 있고, 사용례 또한 검색이 되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시대극을 좋아하는 분 중에 이 표현을 몰랐던 분이 계신다면 이참에 기억해 두시면 청해에 도움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