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韓映像翻訳に興味のある方のために韓国の方のブログの記事を紹介させていただきます。

 

 

요즘은 영화 속에서 각 지방의 사투리들이 마구마구 등장하죠. 그런데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아니, 그 뒤로도 오랫동안 영화는 거의 다 표준어로 돼 있고, 간혹 사투리를 쓰는 등장인물이 있긴 해도 주연급은 거의 없고 일부 조연들이 사투리를 쓰고, 또 쓰더라도 영화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시 말해 타지방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수위 조절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영화 전체가 온통 사투리로 도배된, 그것도 적절히 수위가 조절된 사투리가 아니라 실제로 그 지방에서 쓰는 적나라한 사투리로 모든 대사가 이뤄진 영화의 시초는(제가 본 영화 중에서는) <친구>가 아니었나 합니다. 아마 당시만 해도 설령 영화의 배경이 부산이라고 해도 주연급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이 '완벽한' 사투리로 대사를 하게 하는 건 어느 정도 모험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대성공을 거둔 뒤에 영화 속에서 사투리 대사는 더욱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친구>의 흥행 성공 이후로 <황산벌> <평양성> <범죄와의 전쟁> <해운대> 등등등등 그야말로 '사투리 영화 전성시대'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영화 속 사투리가 일상적이 됐고, 국민들이 각 지방의 사투리를 많이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이 지금은 각 지역의 사투리를 옛날에 비해 많이 이해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사투리가 등장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된 거겠죠.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서울 사람들은 특히 경상도 사투리는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제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맨처음 서울의 미용실을 찾았을 때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서울말은 의문문이나 부탁이나 요청을 하는 경우 말끝의 억양이 올라가죠. 근데 경상도 사투리는 말끝의 억양이 오히려 약간 내려갑니다.) 

미용사 : 어떻게 해 드릴까요?
나 : 대충 단정하게요.
(사투리 못 알아듣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짧게 말하곤 했죠)

머리를 거의 다 깎았을 때 거울을 보고 내 머리를 확인하고 나서...
나 : 앞머리 쪼매만 더 치 주실래요.
(사실 이것도 부산이면 '치 주이소'라고 했을 텐데 나름 생각해서 말한 거임 --;;)

미용사 : ???
(아, 못 알아듣는구나, 퍼뜩 알아차리고는)
나 : 앞머리 조금만 더 치 주실래요.
미용사 : ?????
(또 아차 싶어서)
나 : 앞머리 조금만 더
주실래요.
미용사 : ㅠ.ㅠ
나 : 앞머리 조금만 더 쳐 주실래

(사실상 말끝, 즉 '요'의 억양만 올렸지 전체적인 억양은 경상도 억양 그대로임다 ㅠ.ㅠ)


그제서야 알아먹더라는... --;;;;;

아무튼 그렇다면 영화 속 자막의 사정은 어떨까요? 특히 일본영화에서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의 대사를 자막으로도 사투리로 번역할 수 있을까요? 아쉽지만 그 답은 '아니오'입니다. 이렇게 사투리 영화 전성시대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인데 어째서 아직도 영화 속 자막에선 사투리를 쓰지 못하게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첫째, 일본의 각 지역의 사투리가 주는 어감과 한국의 사투리의 어감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고자 사투리로 번역을 시도해 봤자,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영화 속 캐릭터를 망쳐버리는 허무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저마다 각 지방 사투리에 대한 인상, 선입견 같은 게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사투리 자막으로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건 그야말로 지난한 일이거든요.

둘째, 귀로 듣는 사투리와 글로 적힌 사투리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또한 귀로 들을 때는 그 캐릭터의 억양이나 표정 등으로 그 의미가 비교적 전달되기 쉽지만, '사투리 영화 전성시대'가 온 지금도  사투리가 글로 적혀 있으면 타지역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가 번역자가 지방 출신 번역자가 아니면 번역된 사투리가 엉터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뿐더러, 아울러 그런 엉터리 사투리 자막은 해당 지역 사람들에겐 거부감을 주기 마련이죠. 이는 곧 '제가 늘상 강조하는' 자막이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고 말겠죠.

셋째, 외국 영화의 사투리 대사를 한국의 사투리로 번역해 놓으면 자막(글)이 정돈된 느낌이 들지 않고 난잡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관객이나 시청자의 정신도 산란해집니다. ㅠ.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극중의 캐릭터가 사투리를 쓰더라도 자막으로는 표준어로 번역하는 게 원칙입니다. 다만, 극의 흐름상 등장인물이 사투리를 쓴다는 걸 반드시 알려야 하는 장면이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대사 전체를 사투리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사투리를 쓰는구나'하고 알 수 있을 정도만 사투리로 처리하는 게 관례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 외의 대사는 다시 표준어로 처리해 주고요. 

사투리 얘기가 나왔으니 생각이 나는데, '글로 적힌' 사투리 소설 중에 백미는 단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너무도 맛깔나게 구사한 조정래의 <태백산맥>이죠. 근데, 이런 경우도 있는데 왜 자막으로는 사투리를 쓰면 안 되느냐, 번역자의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소설은 좀 못 알아먹겠으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뜻을 추측해 볼 수 있지만 금세 떴다 사라지고 마는 영화 자막에선 그런 게 불가능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