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日目
댓글은 남기지 않는 편인데
어느 날 과몰입한 일이 있어서 뭐라 뭐라 주절주절 댓글을 달아놓았다. 한참 전의 일이라 거의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알림이 떠서 보니 누군가가 대댓글을 남겼다.
대강의 내용은, '사실 그들은 매우 사이가 좋으며, 애정이 흘러넘치는 관계다. 그런데 당신이 이런 댓글을 써버리면 그 댓글을 읽은 또 다른 사람들이 오해를 하게 된다.'라는 것이었다. 매우 정중한 문체였지만 토론 습관이 들어 있지 않은 주입식 인생을 살아온 나로서는 '내 말이 부정당하는 것 =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약간 상심했다. 그 대댓글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본다. 아마도 당사자들이 내 댓글을 본다면 불쾌할 수도, 슬플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니!'하면서.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항시 노력하며 살지만 실생활은 맘처럼 되지 않는다. 또 누군가를 상처 주었겠구나, 나는 왜 이리도 모자란 사람인 것인가...
...라고 또 한없이 자기 책망에 빠진다.
그러다간 한도가 없을 듯하여 다시 마음을 잡고 변명을 늘어놔본다. '혹여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지만, 그건 나의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