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1>
가을이 점점 깊어갔다. 촬영은 크랭크업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이번 영화의 핵심이 되는 장면들을 찍고 있었다.
그 날에 촬영할 신은 좀 위험했다. 잘못 했다가는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액션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대본에는 대역을 쓴다고 되어 있었고, 대역 배우 또한 완벽하게 준비가 다 된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막 촬영에 들어가자고 하니 용우가 스스로 하겠다고 고집을 뿌린 것이다. 대역 쓰지말고 직접해야 되겠다고, 그래야 그 다음에 이어가는 장면에서도 감정이입이 더 쉽고 진실성있는 그림이 나올 거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감독이 완강히 그 제안을 거절했다. 아주 위험한 장면이니 제대로된 훈련도 받지 않은 니가 나서서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 거냐고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용우에겐 그것이 배우의 몸을 걱정해서 나온 말이 아니라 여기서 내가 다치면 작품이 마무리 못할까봐 불안해 하는 것같이 보여서 화가 났다. 더 좋은 그림을 찍는 것보다 작품 완성을 우선하는 비겁한 모습으로 여긴 것이다.
용우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으나 감독은 대역으로의 촬영을 강행했다. 화가 치밀어온 용우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촬영장에서 빠져나가버렸다.
방에 돌아와 맥주를 있는대로 연거푸 마셨지만 화는 가라않지 않았다. 욕실에 들어가 샤워로 머리를 세차게 감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TV를 봐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고 어떻게든 기분을 바꿔야 한다고 PC를 열어보기로 했다.
그날도 그 여자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 이야기는 학이가 만든 픽션이며 실재 인물이나 단체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