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미오는 서로를 배려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때로는 서로를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고민하다가 괴로워지는 경우도 있다.

나는 미오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기가 어려웠고, 미오는 그런 나를 여전히 사랑해줬다.

상대의 진정한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나도 그런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는 괴로움.

그렇다고 놓치고 싶지도 않은 이기심.

6월의 첫 만남을 이후로 나와 미오의 거리는 서로를 위한 정도로 조금 벌어졌다.

나는 미오와의 관계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갈피를 못 잡은 채 전과 같이 나는 미오와 대화를 하며 일상을 보냈다.

나는 가끔 헬로톡 라이브로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득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올해 1월초, 나고야 여행을 갔을 때 호텔에서 토크 라이브를 할 때부터 알게 된 사람이었다.

그 당시, 자신도 나고야에 있다면서 메세지로 서로의 여행상황을 공유했던 사람이었는데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 들어 다시 답장이 왔다.

그동안 너무 바빴는데, 다시 헬로톡을 들어와 보니 나에 대한 기억이 있어 라이브도 찾아보고 답장도 하게 된 것 같다.

그녀는 3살 연하였고, 밝고 명랑하게 메세지를 보내는 사람이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존재는 나에게 작은 흥미를 느끼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 날 갑자기 미오는 나에게 말했다.

 

「チョンウォルはもし気になる人がいるの? (청월은 혹시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어?)」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잠시 머뭇거리다 문득 최근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그녀를 떠올렸다.

 

「自分もよくわからないけど、会話してる子がいるよ。でも、妹みたいな感じだと思ってる。(나도 잘 모르겠지만, 대화하는 아이가 있어. 근데, 여동생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

 

「そっが。もしライブによく入ってくる人なの? (그렇구나. 혹시 라이브에 자주 들어오는 사람이야?)」

 

나는 미오에게 그 아이가 여동생 같다고 설명한 이유가 정말 그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미오가 나를 떠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오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내가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생각인지, 지금 하는 말이 진실인지조차.

당연히 미오는 나의 마음속을 싫어도 자연스레 눈치 채고 있었다.

 

「そっか。チョンウォルに好きな人ができたなら私はもう邪魔なのかもだね。もっと頑張りたかったのにくやしいな。(그렇구나. 청월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나는 이제 방해일지도 모르겠네. 좀 더 노력하고 싶었는데 분하네.)」

 

미오는 나를 떠나려는 듯한 말을 했다.

나는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평온한 말투로, 하지만 내심으로는 필사적으로 미오를 안심시키고 싶었다.

나의 미오에 대한 연락이 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지고, 그렇게 미오의 괴로움을 알면서도 제멋대로 덮어둔 채로 일상이 이어졌다.

사실 미오는 지난번 6월의 만남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노력해서 나에게 달라진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며 11월쯤에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

나는 미오를 다시 만나서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신의 기분을 잘 모르면서도 11월에도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저 인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또 다른 고뇌를 심어줄 계기가 찾아왔다.

여동생 같은 그 아이에게서 메세지가 온 것이다.

 

「私、10月に韓国に行くね。(나, 10월에 한국에 갈게.)」

 

「そっか。友達とくるの? (그렇구나. 친구랑 오는 거니?)」

 

「一人で行くよ。チョンウォルさんとも会いたいし。(혼자서 갈 거야. 청월 씨도 만나보고 싶어.)」

 

나는 그 아이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약간의 설렘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미오에 대한 미안함도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미오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기가 어려웠고, 갑자기 나타난 그 아이는 나의 흥미를 자꾸 부추겼다.

미오와는 연인 관계는 아니었고 그 아이를 알아보는 것만의 시간이라면 만나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 아이가 10월에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알고 난 이후로 나는 그 아이와도 대화를 하는 시간이 종종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미오는 나에게 말했다.

 

「うらない先生が今年に彼ははミオさんと出会ってから自分の中でなにかが変わって行くことを感じてるって。(우라나이 선생님이 올해에 그는 미오 씨와 만난 이후로 자신의 내면속 뭔가가 변해가는 걸 느끼고 있다고 했어.)」

 

「そんな彼には他の女がついてくるのも彼の成長に必要なことだからね。(그런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는 것은 그의 성장에 필요한 일이야.)」

 

「でも、それをミオさんがぜんぶ我慢する必要はないよ。苦しすぎたらあきらめてもいいからね。(근데, 그것을 미오 씨가 전부 참을 필요는 없어. 너무 괴로우면 포기해도 괜찮아.)」

 

「人生には正しい答えはないからね。(인생에는 올바른 답이 없으니까.)」

 

「じゃ、私が彼を諦めたら彼はどうになりますか? (그럼 제가 그를 포기하면 그는 어떻게 되나요?)」

 

「多分、彼はずっと自分を大変にさせながらいきるかもね。自分の選択が間違ってたのかを後悔したりね。(아마도, 그는 계속 자신을 몰아넣고 살아가겠지. 자신의 선택이 잘못이었을까를 후회하기도 하면서 말이지.)」

 

미오는 우라나이 선생님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말을 이어갔다.

 

「この世界でチョンウォルを好きな気持ちは私が一番だと思うよ。(세상에서 청월을 좋아하는 마음은 내가 일등이라고 생각해.)」

 

「私に誰よりも大切で好きな人を他の人に取られるのはとてもくるしい。(내게 누구보다 소중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은 너무 괴로워.)」

 

「たまにその子を思い出したら殺したくなるくらいくるしいし、そんな汚い自分が大嫌い。(가끔 그 아이를 생각하면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 그런 더러운 생각을 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워.)」

 

나는 어두워진 내면의 미오를 바라보면서 내가 얼마나 그녀를 몰아넣고 있는지를 새삼 느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의 호기심도 지키면서 미오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ミオをくるしくさせてごめんね。ミオは汚くないよ。もし、黒いミオが顔を出したら俺がちゃんと聞いてあげるね。(미오를 괴롭게 만들어서 미안해. 미오는 더럽지 않아. 혹시 어두운 미오가 얼굴을 비추면 내가 잘 들어줄게.)」

 

나는 그럴 듯한 위로로 자신의 이기심을 포장하며 미오를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미오는 나날이 어두워지는 때가 많아졌고, 나는 미오의 어두워진 물들을 조금이라도 맑게 해주고 싶은 생각으로 늘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상이 빈번해지다보니 어느 순간 나도 어두운 내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미오에게 보답해주고 싶은데 나는 미오와 같은 감정이 아니야.'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되돌려주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는 게 괴로워.'

'미오가 애초에 내 타입이었으면, 나와 나이가 멀지 않았으면 모든 게 순조로웠잖아.'

'나도 이런 내가 싫고 이기적인 거 누구보다 잘 알아.'

'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이젠 나도 모르겠어.'

 

이렇게까지 몰렸을 때의 나라는 인간은 언제나 관계를 끊어왔었다.

자신이 더 이상 괴롭지 않기 위해.

이 사람은 아니었어 라고 제멋대로 상대방을 판단해버리고 마음의 문에 자물쇠를 잠그고 영원히 그 사람에게서 자신의 마음을 보호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미오에게만큼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의 한 켠에서 미오를 포기하면 절대 안된다는 간절한 호소가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관계를 끊어버리고 잠시 후회에 잠기다 잊으면 그만일 텐데.

왜 미오한테는 그게 안되지?

 

「俺はミオをくるしくさせるとしてもミオとの絆はあきらめたくない。(나는 미오를 괴롭게 만들더라도 미오와의 인연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는 막다른 길목에서 스스로가 부끄러운 인간이 되더라도 미오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