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彼の話】19. 달의 부름 (月の声)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어느새 12월이 되어버렸다.어릴 때보다 1년이 지나가는 시간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2023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은 변화가 찾아온 1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그 중심에는 미오와의 만남이 있었다.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자신이란 사람을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한계기.12월은 마치 이런 나의 변화에, 올해의 마지막 클라이막스가 되어주기로 작정한 것처럼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했다.나의 사랑하는 가족, 누나의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항상 함께 있을 것 같던 누나도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나아가기 시작했다.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누나가 만나고 있던 남자친구는 누나보다 연상으로 많이 무뚝뚝한 편이었다.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누나는 그런 형님(남자친구)의 무신경하고 무뚝뚝한 모습에 지쳐있었다.곧 결혼식이 있는데도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맞나?' 하며 갈팡질팡하는 누나는 항상 고민에 빠져있었다.최근 미오에 대해 오해가 풀린 누나는 결혼에 대한 고민 때문에 가끔씩 나를 통해서 미오와 미오의 우라나이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나는 이런 누나의 고민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서 미오와 상담해보기로 했다.「その彼氏さんはなにも分からない小学生の子供みたいな人だよ。チョンウォルのお姉さんがもったいないと思う。 (그 남자친구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아이 같은 사람이야. 청월의 누나가 그 사람에게는 너무 과분하다고 생각해.)」「お姉ちゃんが幸せになれるかな。(누나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幸せにはなれるよ。 結婚したら彼氏も変わり始まるよ。ただ幸せになるくらいに変わるまでの時間が長くかかるかもだけど。その前にお姉さんが疲れちゃうかもね。(행복해질 수는 있어. 결혼하고 나면 그 사람도 변하기 시작할 거야. 다만 행복해질 정도로 변화하기까지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그 전에 누나가 지쳐버릴지도.)」「チョンウォルみたいな人と結婚したらお姉さんも幸せになれるのに。(청월 같은 사람과 결혼하면 누나도 행복할 텐데.)」누나는 예전에 친척들에게 '동생만 아니었으면 청월이랑 결혼하고 싶어'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물론 바로 옆에서 그런 누나의 말을 듣고 있으면 조금 부끄러웠지만.나는 누나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누나의 괴로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었다.마침 12월은 누나의 생일이기도 하기에 우선 누나를 위한 생일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어떤 선물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타로 카드가 떠올랐다.누나도 미오와 비슷하게 영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누나의 인생에 조언자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서울 종로에 있는 대형 서점, '교보문고 キョボムンゴ' 에서 타로 카드를 찾아보기로 했다.오랜만에 찾아간 교보문고는 12월의 분위기에 맞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놓았고 귀여운 소품들이 곳곳에서 보였다.규모가 큰 서점이라서 돌아다니면서 찾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기에 검색 컴퓨터를 이용해서 타로 카드가 있는 코너를 찾았다.서로 멀리 떨어진 두 곳에 타로 카드에 관한 안내가 있었다.처음 본 곳은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의 벽면에 다양한 타로 카드들과 설명 책자들의 세트들이 진열되어 있었다.나 말고도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타로 카드들을 살펴보고 있었다.근데 타로 카드를 사러왔지만, 어떤 카드가 좋은 지도 잘 모르겠고 마음에 드는 카드가 보이지 않아서 고르지를 못하고 있었다.결국은 마땅히 끌리는 카드가 없었기에 남은 한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머릿속에 기억해둔 진열대 번호대로 찾아가 보니 아까 전에 봤던 곳보다 더 협소한 곳이었다.협소하달까, 애초에 아무도 관심이 없을 법한 바닥면의 조그만 수납 공간속에 소량의 타로 카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아까 전 진열대의 카드들에 비해서 대우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하나 둘씩 위로 쌓여있던 타로 카드 박스들을 꺼내보면서 밑의, 또 그 밑의 카드들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다.이번에도 그다지 마음에 드는 카드가 없다고 생각이 들던 찰나에, 가장 밑에 있던 카드 박스 하나를 꺼냈다.밤하늘에 떠 있는 푸른색의 보름달이 겨울의 눈이 뒤덮은 듯한 하얀 나무들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Moonology' ORACLE CARDS.오라클 카드? 오라클 카드는 들어본 적이 없다.타로 카드랑 비슷한 건가?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아이를 본 순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이미 마음속에서정한 주제에 아직 더 괜찮은 카드들이 있는지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지만, 쓸데없는 짓임을 인정하기로 했다.나는 이 밝은 달을 보자마자 얼마 전 미오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チョンウォルは月だよ。お姉さんも。お父さんも。みんな月として生まれたの。でもお母さんは違う。チョンウォルのお母さんは太陽。(청월은 달이야. 청월의 누나도. 청월의 아버지도. 모두 달의 기운을 가지고 태어났어. 하지만 어머니는 달라. 청월의 어머니는 태양이야.)」「チョンウォルの家族は月が三つなのに太陽が1人だからお母さんがどんどんみんなのために頑張るのが疲れるかもね。(청월의 가족은 달이 셋인데 태양이 하나라서 어머니가 이제는 혼자서 감당하기가 버거울 지도 몰라.)」나는 미오가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있었다.왜 어머니가 태양이고 나머지 우리들이 달인지는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나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お姉さんが悩みがあったりこころが不安な時には月を見ながら願うといい方向につれてくれるよ。(누나가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면 달을 보면서 기도하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야.)」미오는 누나가 결혼에 대한 고민으로 불안해할 때 우라나이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달을 봐주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마침 미오에게 달과 태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밝은 달이 비추는 카드를 발견해버렸다.우리 집의 창문은 넓고 크지만, 달을 바라보기에는 주변의 구조물들이 막혀있어서 애매했기 때문에,나는 이 아이를 누나에게 선물하기로 결정했다.달 카드를 결정하고서 나는 미오에게 메세지를 보냈고 미오는 나에게 말했다.「その子がチョンウォルを呼んでた見たい。お姉さんにいいプレゼントになると思う。(그 아이가 청월을 부르고 있었나봐. 누나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 같아.)」나는 때로는 미오와 만난 이후로 많은 일들이 나에게 우연처럼 다가올 때 일일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의심할 때가 있다.하지만 나는 이 아이가 나를 불렀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계속 잠들어 있던 것이 나를 기다리는 겨울잠은 아니었을까.나는 이 아이를 사이즈가 딱 맞는 포장 박스 속에 넣어서 누나에게 선물했다.누나는 카드를 선물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했고 기뻐했다.이제부터 이 카드의 주인은 누나이기에 주인이 되는 의식을 치르기로 했다.나는 카드를 살 때 미오에게 카드의 주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 들었기 때문에 누나에게도 설명해줬다.-먼저 손을 씻는다.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간 박스이기에 자신의 손을 씻어 더러움을 씻어낸 상태로 맞이한다.-카드 박스를 열기 전에 박스를 가볍게 노크하듯 두드리며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다.-각각의 카드들의 그림과 메세지들을 자신의 눈에 새긴다.-카드들을 섞고 정리해서 다시 박스에 넣는다.누나는 카드의 주인이 되었다.미오가 말해주기로는, 오라클 카드는 신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카드라는 듯하다.누나는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청월, 내 카드의 첫 손님으로 받아줄게. (チョンウォル、私のカードの最初お客様にうけてあげる。)」누나는 설명서를 조금 읽어보더니 카드들을 섞어서 뒤집은 상태로 내 눈앞에 펼치기 시작했다.「자, 마음이 끌리는 카드들을 10장 뽑아봐. (ほら、こころが向かうカードを10個選んで見て。)」나는 재미삼아 누나의 첫 손님이 되어주기로 했다.차례로 카드들을 뽑기 시작했고 마침내 10장을 모두 뽑아서 누나에게 건넸다.누나는 그 카드들을 어떤 형태를 갖춰서 모양을 만들어 진열하기 시작했다.이 카드들이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 있을 미래에 대해서 얘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뽑은 카드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내용을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너 자신을 믿어라 (自分を信じて。)''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때이다 (怖さを超えて新しい事をやってみる時。)''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変化が近づいてる。)''바라던 것을 성취하기 직전의 순간이다 (望んでいた物を取れるすぐ前の瞬間だ。)''그것을 이룰 수 있을지는 스스로의 믿음이 중요하다 (それを叶えるかどうかは自分を信じる事が大事。)''결과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는 자신의 방식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結果がよくない方向に向かう時には自分のやり方をまた治り戻す必要がある。)''두려워하는 길이 당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怖かってる道があなたが進めないといけない道だ。)'많은 카드들이 하나같이 나에게 믿으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그것은 나에게 이제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아가야할 때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뽑은 카드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두 장의 카드가 있었다.한 장은 중간에 나왔던 카드였다.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두 마리의 물고기가 서로의 꼬리를 뒤쫓는 듯 원을 그리며 우주를 헤엄치고 있었다.'New Moon in Pisces' - Meditate and contemplate누나는 이 카드가 소울 메이트, 운명의 연인과 같은 의미를 지닌 카드라고 말했다.하지만 나는 누나가 설명해주기도 전에 그림을 본 순간 왠지 모르게 미오가 생각이 났다.나중의 일이지만 나는 이 카드에 대해서 미오에게 말했을 때 몇 가지 키워드들이 겹친다는 것을 깨달았다.미오와 나는 같은 3월 생일로, 둘 다 물고기자리이다.'Pisces'는 쌍둥이 물고기자리를 뜻하는 단어로 미오가 전에 말해줬던 트윈이란 영혼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서로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듯 서로의 꼬리를 쫓아갈 수밖에 없는, 하지만 그렇다고 떨어질 수도 없는 굴레와 같은 형태.이것도 우연일까.나는 이 쌍둥이 물고기 카드를 바라보면서 어디까지가 우연인 건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한편, 인상 깊었던 나머지 한 장의 카드는 맨 마지막에 뽑았던 카드였다.이 카드는 처음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카드 박스에 그려져 있던 푸른색의 보름달 카드였다.'Blue Moon' - Believe in the impossible누나는 설명서를 읽으며 나에게 말했다.「이 카드는 가장 특별한 카드입니다. (このカードは一番特別なカードです。)」「이 카드를 뽑았다면 당신은 엄청난 행운아입니다. (このカードを選んだあなたはすごくラッキーな人です。)」「언젠가 당신에게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을 이루어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いつかあなたに誰にも不可能な事を叶えてくれる機会が来ます。)」「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당신이 얼마나 그것을 믿는가에 달려있습니다. (その機会をとれるかはあなたがどのくらいそれを信じるかに決めてます。)」'첫 손님인데 가장 대단한 카드를 뽑았네' 라며 나에게 말하는 누나.나는 이 푸른 달의 카드가 너무 밝고 보기가 좋아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다.미오에게 나중에 이 카드에 대해서 신경이 쓰여서 물어봤다.「多分それはカードたちの王様だよ。一番偉い。そんなカードを選んだのはチョンウォルにそのカードがきっと何かの意味になってくれると思う。(아마도 그건 그 카드들의 왕이야. 가장 위대해. 그런 카드를 뽑았다는 것은 청월에게 그 카드가 분명 어떤 의미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많은 카드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들을 해줬다고 생각한다.지금의 나의 상황과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 변화에 대한 불안함에 대해서 격려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나는 재미삼아 해본 것 치고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 채로 누나가 자신의 카드를 뽑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신기하게도 누나가 뽑은 것은 내가 뽑은 내용들과는 또 다른 내용들이었다.「청월이 뽑은 카드들이 다 비슷한 내용이길래 다 그런 메세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또 전혀 다르잖아? 신기하네~ (チョンウォルが選んだカードがみんな同じ内容だったからそんなカードばかりかと思ってたけど、私はまた全然違うじゃん? 不思議だね~)」누나는 간략하게 3장의 카드만 뽑았다.그 카드들은 누나에게 행복이 곧 찾아오고 있으니 인내하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누나는 역시나 납득하지 못했다.「여기서 얼마나 더 인내하라는 거야? (いつまでもっと我慢しろうって事なんだよー?)」나는 그 카드들이 누나에게 하는 말들이 무슨 의미인지 왠지 모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내가 누나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들도 있으니까.우리들은 오라클 카드를 정리하기로 했다.누나가 앞으로 인생의 고민이 있을 때마다 이 카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나는 밤에 미오와의 통화에서도 오라클 카드에 대한 얘기를 했다.「カードたちは俺に信じろって言ってた。だからこれからはそれがどんな事だとしても信じる力をバカにしないように決めた。ミオとのずっと繋がれると信じる事にした。(카드들은 나에게 믿으라는 말을 했어. 그래서 앞으로 그것이 무엇이던지 믿는 힘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어. 미오와의 관계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믿어보기로 했어.)」「うん、信じたら宇宙がそのように聞いてくれるよ。(응, 믿으면 우주가 그렇게 만들어줄 거야.)」믿는다는 것.지금까지의 나에게 가장 부족한 면모였을 지도 모른다.항상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먼저 떠올려버리기 때문이다.곧 나에게 닥쳐올 변화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믿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카드들은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나는 믿는다는 것에 대한 행위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잠이 들 때까지 나를 부르고, 나에게 뽑혔던 푸른 달의 카드를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