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年2月1日
- 자 여기 콜라요.
- 고마워요.
- 장 대리님, 저 다이어트하면 콜라 안 마시는데.
- 진짜 좀 말하지.
- 뭐 하실 거냐고 물어보지도 않으셨잖아요. 커피로 바꿔주세요.
- 몰라. 먹든 말든 알아서 해. 아무튼 하영 씨는 그게 문제야. 윗사람이 사주면 아무거나 좀 마시면 안돼?
- 알았어요. 마실게요.
- =====
- 콜라 대신 커피 마시고 싶다고 한 게 그렇게 잘못이에요?
- 아 잘못은 아니지. 근데 사주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조금 화가 날 수도 있지.
- 장 대리님은 아직도 제가 신입사원으로 보이나 봐요. 뭐든지 ‘예 예 좋습니다’던가 멋모르던 시절 얘기죠. 맨날 자기말에 복종하라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요.
- 모르겠다. 어떻게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이야. 이따가 장대리 오거든 진짜 얘기해봐 하고 싶은 말 다.
네, ‘먹든 말든 알아서 해라’라는 표현에서 ‘든’ 그리고 ‘멋모르던 시절’에서의 ‘던’. 이렇게 ‘든’과 ‘던’은 참 자주 쓰는 표현인데요. 가끔 이 두 말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두 표현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든’은 ‘이것이든 저것이든 골라라’ ‘있든 가든 맘대로 해라’에서처럼 선택의 상황에 쓰입니다. 반면에 ‘던’은 ‘그 학생이 누구였던지 기억이 안 난다’ ‘물장구 치던 어린 시절’이란 표현에서처럼 과거의 상황을 나타내는데요. ‘던걸’ ‘던고’ ‘던데’ ‘던들’등도 과거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즉 선택하는 경우에는 ‘든’을 쓰고요 과거와 관련된 경우에는 ‘던’을 쓴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 그럼 예문을 통해 좀 더 확실하게 구분해 볼까요? ‘눈이 시리게 푸르던 날들’ ‘그 사람 말 잘 하던데?’ ‘어젯밤에 춥던 걸’등과 같은 표현은 과거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던’을 씁니다. 또 ‘가든 말든 알아서 해’ ‘하든 말든 내 맘대로 해라’ 등과 같은 표현에서 선택을 의미하는 ‘든’을 써야 합니다.
자 끝으로 ‘든’ 혹은 ‘던’과 함께 알아두면 좋은 표현입니다. ‘던지’와 ‘든지’란 말이 있지요. 이것도 구분해서 써야 하는데요. ‘던지’는 ‘그날따라 날씨는 왜 그리 춥단지’처럼 지난 일을 회상하며 막연하게 의문을 나타낼 때 쓰이는 연결 어미입니다. 반면에 ‘든지’는 무엇이나 가리지 않음을 나타내는 보조사인데요. ‘비행기든지 기차든지 아무거나 타라’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