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日目

 

오늘은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이다.

처음의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원래는 하루에 물건 하나씩을 버리며 방안의 잡동사니와 함께 마음의 짐을 덜고자 했다. 만약 100일을 빠짐없이 계속한다면 상당히 덜어지겠지, 나의 우울도, 한탄도, 죄의식도. 그렇게 기대했는데 웬걸, 중간에 과로로 몸져눕기도, 버릴 물건을 찾지 못하기도, 물건의 마지막 사진을 찍기 귀찮아서 스킵하기도 하면서 그 계획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어찌 되었든 약 100일이 경과한 지금 나의 감상은 이렇다.

That's just because you don't know me very well.
네가 날 잘 모르기 때문이지.

나 스스로에게 위처럼 말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고, 심지어 어제저녁에는 감정이 마이너스적으로 증폭되어 길거리를 걸으며 '이렇게 괴로울 거면 차라리 사라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방안의 잡동사니는 전에 비해 늘어났고, 나의 우울도, 한탄도, 죄의식도 잘은 모르겠지만 깊어진 것 같다. 

내일은 또 다른 쇼핑의 결과물이 큰 박스로 배달되어 올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 모든 카오스가 일단락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Because that's what life is. So just enjoy it.
원래 인생은 그런 거니까 그냥 즐겨요.

곧 책장의 컬러도 정해서 살 것이다. 아마도 그게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