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드업
자신의 공 중에 가장 밋밋한 공이 느리게 날아간다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켄 루진스키는 스윙 이후에 챔프카지노 들어오는 공에 타석에 넘어진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두봉의 복수까지 해줬다
“yo, 글랜 공 쩌는데?”
“몰랐어? 내 주무기는 커브였어”
“뻔뻔한 자식 10년 입은 팬티 끈 같은 커브를 던져놓고 주무기라니”
“커브는 그게 좋은 거잖아”
“오, 젠장”
“크흐흐”
③
글랜은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오늘 경기의 역전을 포기한 화이트삭스가 하위순번의 불펜을 내며 꾸역꾸역 이닝을 먹는 동안 글랜 혼자서 9이닝을 다 책임졌으니까
솔직히 이런 걸 보면 누가 에이스라고 해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다
무서운 놈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본 투수 중에 최고의 천재는 글랜인 것 같다
최종 스코어는 10:0 질 수가 없는 경기였다
그 충성스럽기로 유명한 화이트삭스 팬들이 8회부터 경기장을 나갈 만큼 분위기가 일방적이었다
그럼에도 점수가 10점인 건 내가 홈런 뒤로 계속 볼넷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이 반가웠다
“두봉 박 선수, 4차전의 화이트삭스 선발은 마크 존스톤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시 대결하게 됐는데 자신 있습니까? 물론 3개의 홈런을 쳤지만 존스톤도 준비했을 테니까요”
질문이 아니라 존스톤이 선발이라는 사실이 반가웠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