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의 지시가 있었지만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작전일 뿐이라던 생각조차 싫었다
어쩐지 승부하면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존스톤은 실패했고, 엔리케는 작전을 따른 뒤 계속 후회를 했다
그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집중했고, 퍼스트카지노 평생 처음으로 완벽하다 싶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승부를 하길 잘했다 싶었다
그런 공을 다시 한 번 던질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 그 괴물 같은 녀석으로 인한 긴장감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었다
물론 감독님께 질책은 들었다
그 까다로운 괴물 녀석을 삼진으로 잡아낸 일이라 잘했다는 칭찬으로 끝난 잔소리긴 했지만
“이번에도 싸울 거지? 감독님도 안 말리실 거 같은데?”
“벤츠”
포수인 메르세데스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진짜 쩌는 공이었어 이번에도 삼진으로 잡자고”
“좋아”
타자들의 공격이 끝났다
다른 때 같았으면 더 긴 휴식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했을 테지만 지금은 반가웠다
그 괴물 녀석에게 다시 최고의 슬라이더를 던져보고 싶었다
그게 된다면 마운드에서 폭군처럼 날뛰고 있는 글랜 에반스가 하나도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닝 첫 타자로 나온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