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 생각을 여과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대로 뱉어내는 어머니를 보고 있으면 겉잡을 수 없이 기분이 엉망이 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굳이 자신을 이해시키고 싶지 않고, 상대를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대화 자체가 무의미하고 에너지 낭비다. 

자신의 입맛대로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부모도 자식을 선택할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전부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나 부처님의 정신 상태가 되지 않고서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이 일어나는 순간, 부처님의 인자한 얼굴을 떠올리고서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힐 수도 있지만 그 상황이 무한 루프처럼 끝도 없이 반복된다면 결국 자제력을 잃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어머니가 살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맞지 앉는 부분을 맞춰주고 나의 사고방식으로는 도무지 용납하기 어려운 것까지 요구 당하며 그것을 아무렇지 않은 듯 참아내고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괴이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타인의 시간을 자신의 마음대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가족이든 그 누구든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말 한마디를 잘못해서 관계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고 나는 그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 발언에 대해 용서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