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가스라이팅으로부터 벗어나서 홀가분하다. 해방감을 느낀다.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나는 어머니에게서 좋음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싫음을 느끼기도 한다. 하나로 뭉뚱그려서 '좋음'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어머니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게 되어서 행복하다. 은연중 나를 무시하는 그 발언의 연속성에서 벗어나 있다. 스스로는 무시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도 올려다 보고 싶지 않다.  나는 부모를 공경한 적이 없다. 가여운 사람들이라고는 느낀 적이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대화가 없었다. 심리학에서 보면, 유년기에 아버지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던 사람은 자라서도 사회성이 없어서 특정 단체에 적응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정확히 나를 지칭하는 것 같아서 심리학이란 것이 나름 쓸만한 것이네, 라고 느꼈다. 

나는 지금 도쿄에 있다. 일을 끝내고 저녁 늦게 스타벅스에 앉아서 아이스 라떼를 마시고 있다. 머리 위로 UFO 편대처럼 줄줄이 둥근 오렌지빛 램프가 떠있다. 공기는 따뜻하고 커피 향기가 퍼져있다. 일상이라고 불렀던 저 갑갑한 상자 같은 곳에서 벗어나 낯선 문자의 공간으로 이동해있다. 약속 시간까지 30분이 남았다. 잠시 후에는 Orie가 올 것이다.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