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아주 잠시 산으로 향해 달리는 구간이 있다. 


녹색 파도가 밀려온다.


숨통이 트인다.


산속 신사의 계단과 산정으로 이어지는 긴 계단.

왠지 신비롭고, 왠지 성스럽다.


겹겹이 쌓인 녹색 바다 한가운데,

하늘로 이어질 것 같은 계단이 서 있다.


이대로 달리면 하늘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산속의 조용한 정자가 떠오른다.


철쭉은 환하게 웃고,

바람은 얼굴을 스친다.


어디선가 새소리도 들려온다.


그냥 이대로 산으로 향하고 싶다.


나는 이 년 넘게 틈만 나면 산을 찾았다.


피곤할 때,

마음이 무거울 때,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싶을 때.


발걸음은 늘 산을 향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언제나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겨울 끝자락,

말없이 피어난 매화 한 송이가

어느새 나무 가득 번지는 기쁨도 보았다.


벚꽃 아래서 웃는 사람들.


목련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장미원 가장자리에서

눈치 없이 환하게 피어 있는 민들레.


빛을 잃어가는 숲속에서도

끝내 색을 놓지 않던 노란 잎과 붉은 잎.


그리고 아련하면서도 강인했던 동백꽃.


탁한 나뭇잎들이 신록으로 바뀔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약동했다.


마치 산소의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는 것 같았다.


산은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


눈물을 훔쳐주었고,

마음을 쉬게 해주었고,

감성을 키워주었다.


그리고 산소와 문장을 선물해 주었다.


산으로 뻗어가는 길.


파도처럼 밀려오는 첩첩의 녹색.


저 계단으로 달려가고 싶다.


일도,

책임도,

오늘 해야 할 모든 것도 잠시 잊고.


그저 산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직장 주차장 쪽으로 핸들을 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