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의 사랑스러운 요정



이번 ‘정익진의 무비세프’의 배우는 누가일까. 오랫동안 생각했다. 장쯔이? 앤 밴크로프트? 크리스틴 스튜어트? 문득, 엠마 스톤(Emma Stone)이 떠올랐다.



영화배우 엠마 스톤(Emma Stone). ‘라라랜드의 주연 배우로 친숙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깊은 내공과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임을 느낄 수 있다.

엠마 스톤이 출연한 영화는 즐거운 분위기다. 어둡고 칙칙하고 이상한 그런 영화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밝고, 명랑하고 톡톡 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런 영화의 배역에 잘 어울렸다. 이름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도 생각나고, 영국의 지성파 배우 엠마 톰슨이 떠오르기도 하는 건 사실이다.



찾아본 바에 따르면, 엠마 스톤은 스웨덴계 미국인 혈통으로 본명은 에밀리(Emily)이지만, 미국배우협회에 에밀리 스톤이라는 배우가 이미 등록되어 있어 엠마(Emma) 스톤으로 바꾸었다. 가족과 친구들은 여전히 에밀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에밀리 진 ‘엠마’ 스톤(Emily Jean ‘Emma’ Stone, 1988년~ )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집안은 건설사를 경영하는 부유층이었고 종교는 루터교였지만, 가톨릭계 사립 여학교인 제이비어 대학 입시 학교에 다녔다. 2000년 11살 때 처음으로 청소년 연극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Wind in the Willows)에서 역을 맡아 배우의 꿈을 키워나간다. 14살 때 배우가 되기로 작정하고 그것을 허락받기 위해 부모님 앞에서 마돈나의 노래 ‘할리우드(HOLLYWOOD)’를 부르며 오디션을 봤다.



15살 때 배우 활동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떠나 2년 동안 홈 스쿨링을 하며 엄마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의 아파트에 살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이 이야기는 마치 영화 ‘라라랜드’에서 배우 꿈을 가진 주인공 미아(엠마 스톤)가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줄거리와 비슷하다. 배우를 향한 꿈은 계속되었다.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특유의 탁한 목소리가 의외로 매력적이다. 그 목소리 때문에 각종 오디션에서 단연 돋보였던 엠마 스톤은 더 많은 역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너무 날리지 않기 위해 금발을 짙은 갈색으로 염색하기도 했다.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속 엠마 스톤. 깊고 강렬한 세계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엠마 스톤의 영화 중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비교적 최근에 봤는데 영화 자체가 수작이라 이야기해 볼 만 하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엠마 스톤이 아니다. 조명받아야 할 사람이 여럿이다. 엠마 스톤(애비게일 역) 뿐 아니라 또 한 명 여왕의 여자 레이철 와이즈(사라 말버러 역)의 연기도 뛰어나고,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앤 여왕 역의 올리비아 콜먼의 인생 연기도 볼 수 있다.



올리비아 콜먼은 이 영화로 제9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다. 최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 엄청난 애도와 관심을 불렀다. 영국 왕실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주인공 앤 여왕과 닿을 것이다. 각의 배우가 연기를 펼치면서 여러 재미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엠마 스톤(애비게일)이 마차에서 내동댕이쳐져 진흙탕 속으로 엎어지는 장면, 진흙 묻은 얼굴로 먼 친척뻘 사라 말버러(레이첼 와이즈)를 만나는 장면이다. 사라의 그 쌀쌀맞고, 분기탱천했던 모습도 볼만했다. 줄거리를 초간단으로 살펴본다.



절대 권력을 가졌지만, 히스테릭하고 약간은 ‘또라이’ 기질을 가진 영국의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권력의 핵심 사라 말버러(레이첼 와이즈), 신분 상승을 노리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 하녀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은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 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영화평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들여다볼 수 있겠다 싶어 인용한다. 영화 주간지 ‘씨네 21’ 이화정 기자의 글이다.



“치정극마저도 구조가 읽히게 만드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힘, 여왕의 침소로 가기까지, 궁 내부의 복도는 복잡하다. 어느 것이 문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 그곳에서, 여왕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한 두 여자의 일대 각축전. 18세기 영국, 전장이 한창인 가운데 왕실 안에서 그 전장을 좌지우지할 은밀한 진짜 전쟁이 펼쳐진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직접적이고도 심지어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서사다. 그럼에도 마음을 뺐고 뺏으려는 세 여자의 레이스는 단순히 계급을 향한 ‘욕망’ 하나만으로 간단하게 수렴되지 않는다. 치정극의 서사에 한층 격조를 더해주는 올리비아 콜맨, 엠마 스톤, 레이첼 와이즈 세 배우의 연기 배틀이, 감히 다른 누구도 끼어들 틈 없는 긴장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존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요르고스 란티모스(1973년~ )는 그리스의 영화감독. 대표작으로 ‘송곳니’(2009) ‘더 랍스터’(2015)가 있다. 그리스에서 활동했으나 ‘송곳니’의 국제적 명성에 힘입어 영미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고 ‘더 랍스터’부터 영어권 영화를 하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포스터이다. 이 장면에서 노란 옷을 입고 춤추는 엠마 스톤의 모습은 세계 수많은 영화팬의 가슴으로 들어가서 박혔는데 아마 한동안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 시절엔 워낙 매니악한 이미지가 강해서, ‘송곳니’로 알게 된 사람들은 대체로 그의 성공에 회의적이었다. 한국에서도 ‘송곳니’는 일부 삭제된 채로 때늦은 개봉했다. 또 다른 영화 ‘알프스’는 공개되지도 않았다. 프랑소와 애플 오종 감독이 게이 영화의 대가라면, 요르고스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왠지 개운치 않고 찝찝한 영화의 대가. 스탠리 큐브릭과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니 조금은 알 만하다. 비현실적이고 우화적인 설정과 서사, 정교하고 인공적인 미장센, 무미건조하면서도 신경을 긁어대는 연기 지도가 특징이며 파격적이고 금기의 선을 넘는 소재도 자주 쓴다. 불쾌한 작품으로 유명한 감독인데 그것이 매력이 될 수도 있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엠마 스톤의 일화를 소개한다. ‘가장 섹시한 여배우(World‘s Sexiest Women)’ 명단에 오른 것에 대해 우째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엠마는 말도 안 된다(ridiculous)며 자신(로맨틱 코메디에 썩 잘 어울리는 배우)은 코미디에 관심이 많고, 출연작을 보면 코미디 영화에 제법 출연한 편이며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린 시절에는 격리불안(separation anxiety)을 비롯한 불안 증세가 있어 외출도 꺼려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치료 과정 중 동네 소극장에서 연기한 경험, 특히 코미디 연기를 배우면서 불안 증세가 조금식 나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럴까. 영화 ‘라라랜드’나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서 그의 모습은 상큼 발랄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유머감각도 넘쳐흘러 보는 이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돈가 않게 한다.



뭐랄까 하얀 얼굴에 실핏줄까지 보이는 소녀의 티를 벗어날 것 같지 않아 보여 늙을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잘 웃는다.



엠마 스톤이 주연한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 포스터.

‘라라랜드’는 앞서 이 연재의 라인언 고슬링 편에서 언급했지만, 이 영화에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엠마(미아 분)의 춤추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이들이 보여준 춤사위는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대체 이게 무슨 춤이지? 1920년대 미국을 강타한 스윙댄스라 한다. 스윙재즈에 맞춰 추는 춤이다. 한국에서는 뉴트로(New-tro) 트렌드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홍콩 베트남 유럽 등 세계 젊은이들도 즐기는 춤이다.



남녀가 밀착하여 추는 커플댄스가 부담스럽다면, 스윙댄스보다 좋은 것은 없다. 스윙댄스는 남녀가 서로 사인을 보내며 춤추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느끼하지 않고 춤 자체가 워낙 심플하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다. 기본 스텝과 몇 가지 동작만 익히면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으니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복장도 깔끔한 정장은 물론 물 빠진 청바지라도 상관없다. 신발도 운동화면 충분하다.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다나와 삶의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춤과 음악이 함께하는 스윙댄스는 평범한 일상에 폰팅 파문을 던져준다.



음악과 춤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색상이다. 이들이 춤출 때 노랑, 흑과 백이 섞인 색은 두 마리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팔랑거리며 헤엄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생동감 넘치고 아름답다. 색은 감정의 매개물이다. 노란색을 가장 강조하는 동시에 남성은 대체로 흑백으로, 여성은 컬러풀하게 색을 입혀 장면을 중립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미아의 경우 초반에는 여성미가 돋보이는 생기 넘치는 컬러로 구성했지만, 캐릭터가 자기 경력에 집중할수록 채도를 줄여 세련된 느낌으로 바꾼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처음 함께 춤출 때, 장소는 LA의 할리우드 힐스다.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거대한 입간판으로 이름난 바로 그 산이다. 두 사람은 사랑스러운 밤을 낭비할 수 없다고 노래하며 서로의 마음을 웨이보 탐색한다. 이때 미아는 동작에 따라 살랑거리는 샛노란 드레스로 막 시작된 사랑의 설레는 감정을 표현한다. 여기에 목선과 팔을 돋보이게 하는 발랄하고 경쾌한 의상 디자인으로 화창한 앞날을 예고했다.



영화 ‘크루엘라’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뿜어내는 엠마 스톤.

드디어 이들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의상이 더욱 중요하다. 데이트를 위해 미아가 입은 의상이 눈길을 끌었다. 아름다운 별이 가득한 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춤추는 장면에는 청순한 흰색 드레스가 등장한다. 허리춤까지 깊이 파인 등 뒤 라인과 하늘하늘한 소재가 두 사람의 낭만적 분위기를 부추기며 ‘라라랜드’의 황홀한 환상성을 보여준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Magic in the Moonlight)는 우디 앨런이 감독·각본을 맡아 2014년에 개봉한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상반된 평을 받았다. 비평가들은 콜린 퍼스와 엠마 스톤의 연기는 칭찬하는 반면 각본에 쓰인 클리셰(상투성)를 비판하였다. 우디 앨런 감독 영화들은 대체로 말이 많은 편임을 고려할 때,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유럽 최고 마술사, 스탠리(콜린 퍼스)가 소피(점쟁이/ 엠마 스톤)를 만나 시나 그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밝혀내는 과정에서 스탠리가 먼저 소피를 사랑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a. 정말 대단해. 삶은 비극일 뿐이라 믿었는데



그 이상이 있단 걸 보여주다니. 뭔가 신비롭고, 뭔가 마법 같은 것.



b. 이 세상이 신의 의도든 아니든, 어떤 마법이 존재하는 건 분명해.



a. 내 비관주의는 그대로 있어요.



근데 당신은 내 암울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예요.



b. 뭔 말인진 잘 모르겠지만, 사는 덴 환상이 필요하대요.



a. 착각 속에 살 순 없어.



b. 그래야 된다니까요. 인생을 헤쳐 나가려면.



a. 상식과 이해를 넘어서는 설명 불가능한 이유로 최근 내가



작은, 아주 작지만 당신 미소에 감정을 느꼈다는 거요.



b. 본인이 여러 번 말했잖아요. 머리보다 감정이 앞서면 망한다고.



a. 근데 난, 당신을 사랑해요.



‘크루엘라’(Cruella)는 2021년 개봉한 미국 범죄 코미디 드라마 영화다. 감독은 크레이그 길레스피이고, 주인공 크루엘라 역을 엠마 스톤이 연기한다. 이 영화에서 엠마는 왕방울만 한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과장되고 용감무쌍한 연기를 선보인다. 화장 짙은 분장에다 반은 검은색 반은 흰색인 머리카락을 한 엠마 모습은 강렬하다. 망가지는 모습도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엠마 스톤이 가진 모든 특질이 이 한 편 영화 속에 총망라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