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기쁨의 귀로… 그리고 순교하는 날까지 9년이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9년간, 시스토와 데라사와 사람들은 마쓰오카 가나야마에 3일간 머물며 성모 마리아의 밤샘을 춤추고, 그 다음으로 또 오도에서 5일간 머물며 봉오도리를 추었다. 이 9년간 사이에 데라사와는 마을 전체가 크리스챤이 되고, 오도도 마을 전체가 크리스챤이 된다. 어디에서나 시스토의 전략대로 당당하게 불교 신자로 위장하고 절에 다니는 체 하지만 사실 마을 사람 모두가 세례를 받아 크리스챤이 되고 있었으며 주변 마을 사람들도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대관으로부터 촌장에 이르기까지 다 알고 있는 상태었다. 또한 크리스챤 춤은 이 지방의 크리스챤들에게 그냥 계속 되어갔다. 약260년 후 금교령이 철폐될 때까지 이 지방의 크리스챤들은 하나님에게 기원하면서 춤을 추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그 다음날, 파도레 안제리스와 3명의 동숙들은 마쓰오카 가나야마를 출발하여 우선 오도에 가 마을 사람들의 집단 세례를 치렀다. 데라사와의 15명도 함께 오도에 가 오도의 오하쿠쇼와 그 일가, 그리고 몇 십명의 마을 사람들의 세례식에 참가하여 기쁨을 같이 하였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승천을 모두와 같이 축하했다. 이 모든 일을 끝 마치고 로구사에몬과 데라사와 후지 효에이, 데라사와 타로 우에몬 세 사람은 파도레 일행을 도와 구보타 성하까지 가기 위해 여러분과 헤어져 파도레 일행과 함께 떠났다. 남은 12명의 데라사와 사람들은 함께 데라사와에 돌아 왔다.
이로부터 예수회의 파도레와 동숙들은 여관 주인으로, 또한 순회의 안내자로 된 데라사와 후지 효에이와 데라사와 타로 우에몬의 도움을 항상 받게 된다. 그리고 물론 로구사에몬의 도움도 컸다.
순교의 날까지 9년이 남아 있는 때였다.

92 “성모 마리아의 밤샘… 오도의 크리스챤 춤”


밤이 왔다. 광장에 또 어제와 같이 성대한 화톳불이 태워지고 사람들이 모여 왔다. 마그달레나가 원삼을 입고 오고, 시스토와 카타리나와 로구사에몬이 고려 나들이 옷을 입고 왔으며, 그외의 데라사와 사람들도 모두 다 왔다. 안제리스 신부와 동행한 3명의 동숙도 ‘테 데움’을 부르러 또 왔다. 카타리나가 눈을 크게 뜨며 외친다.
카타리나 “야 시스토, 저걸 보아요, 저건 뭔데요! “
카타리나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일본 와후쿠 (일본의 여복) 를 입은 여성들이다. 원삼과 모양이 비슷한 점이 있다. 카타리나와 시스토가 그 쪽에 가므로 데라사와 사람들도 모두 따라간다. 시스토나와 카타리나, 로구사에몬이 아는 사람도 몇이 있다. 오도의 마을 사람들이다. 오도는 봉오도리로 유명한 니시모나이의 마쓰오카 가나야마 곁에 있는 마을이다. 마쓰오카 가나야마에서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크리스챤이 많으므로 시스토는 몇번이나 오도에 가 본 일이 있었다. 이 오도의 크리스챤들이 크리스챤 춤에 적극적으로 끌려 든 것이다. 오도의 남자들 몇 명이 횡적까지 준비해 왔기에 데라사와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큰 화톳불 옆에는 기러기 모형이 또 갖추어져 있고 ‘테 데움’을 노래 부르려는 파도레와 동숙들, 그리고 로구사에몬과 요아킴 오에가 모여 있고, 횡적을 가진 남자들이 바로 그 옆에 서서 파도레를 응시하며 피리를 입에 대고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운 색갈의 일본 옷을 단 하루에 만들어 낸 오도의 여자들은 에리자베타 오에를 응시하며 준비하고 있다. 여하간 오도의 남녀들의 크리스챤 춤에 대한 열심은 범상치 않다. 파도레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6명의 남자가 힘차게 목소리를 합쳐 부른다. 춤도 동시에 시작된다. 이어 따라 파도레를 놀라게 한 것은 노래에 맞추어 1,2초의 간격을 두고 횡적을 부는 소리가 정확히 들려온다. 그들은 어제 들은 멜로디를 이미 기억한 것이다. 파도레는 매우 감격한다.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시칠리아인의 피가 끓어 올라왔다. 노래 한곡 마치자 파도레는 저도 몰래 큰 소리로 웨친다.
안제리스 “여러분. 이 크리스챤 춤은 얼마나 훌륭합니까. 어젯밤 오늘밤, 그리고 내일밤도 춘다고 하지요. 대단이 훌륭한 일입니다. 사실 크리스챤 달력으로 하면 이 3일간은 8월12일, 13일, 14일이며 성모 마리아의 3일간 밤샘에 겹치고 있는 것입니다. 8월12일 성모 마리아가 돌아가시고, 8월15일에 승천되었으니, 12일, 13일, 14일 밤에 밤샘을 하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의 승천을 축하하여 매년 마쓰오카 가나야마에서 올해와 같이 3일간 크리스챤 춤을 추는것이 어떻겠습니까.”
파도레의 이 제안에 마쓰오카 가나야마의 사람들은 매우 기뻐하며 떠든다. 모두 데라사와 사람들에게 매년 와서 같이 춤추자고 청한다. 파도레는 옆에 서있는 로구사에몬에게 묻는다.
안제리스 “요한, 매년 크리스챤 달력을 조사해서 이 3일간은 여기에서 춤을 추자요. 당신의 결혼 기념일이기도 하지요. 데라사와 다섯 사람의 세례 기념일도 되구요. 4일째에는 성모 마리아의 승천을 마쓰오카 가나야마의 크리스챤들과 함께 축하하면 어떻겠습니까? ” 거기에 또 림씨 두목이 다가 든다.
림씨 두목 “로구사에몬, 여기의 크리스챤 두목이 우리를 매년 와
주었으면 해. 숙박하는 장소는 맡겨 달라고 하지요. 모두 기뻐서 청하고 있지요. 어때요.” 라고.
로구사에몬이 저쪽을 보니 데라사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다. 무엇이가 카타리나와 마그달레나가 퐁퐁 뛰며 손뼉 치고 림씨 부인과 에리자베타 오에도 서로 어깨에 손을 얹고 기뻐하며 말한다. 함께 ‘테 데움’을 부르고 있던 요아킴 오에는 그것을 보고
요아킴오에 “저런 정녕 떠들어 대는구나.” 나이가 든 아내가 젊은
사람들처럼 떠들어 대는것이 매우 신기롭게 생각된다. 시스토가 정련 부문의 장인 전원에게 둘러싸인다.
시스토 “이제부터 매년 3일간 오늘과 같이 화토불을 피우기에
데라사와 사람들도 매년 와 주는게 어때.” 일은 이렇게 결정되고 마쓰오카 가나야마에서 제일 이름이 알려져 있는 시스토가 대표로 말한다.
시스토 “마쓰오카 가나야마의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매년
성모 마리아의 밤샘을 여기에서 지내며 우리 데라사와 사람들도 와서 춤을 추기로 합니다. 파도레 안제리스, 아주 훌륭한 제안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쁨의 함성이 크게 오른다. 그리고 또 춤이 시작된다.
그날 밤 카타리나는 잠자리 속에서 훌쩍거리며 울고 있었다. 시스토가 알아 차리고 상냥하게 부둥켜 안는다. 카타리나는 울면서 말한다.
카타리나 “박해 받은 아리마령 사람들이 불쌍해•••. 나 마음이 찔린 것 처럼 괴로와. 파도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하루 종일 그래요. 로구사에몬과 마그달레나의 결혼이나 데라사와 사람들의 세례나 크리스챤 춤이나 기뻐 할일도 많지만. 파도레가 마리아 마마의 밤샘에 대해 말했지요. 밤샘이라는 말이 그냥 잊어지지 않아요. 나, 그냥 순교한 사람들을 애도하며 춤을 추었어요•••.”
시스토 “나도 매우 가슴이 쓰라려. 매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려로부터 연행되고 그것이 7년간이나 계속 되였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려인들이 일본에 왔을까. 특히 아리마령이나 아마쿠사령은 영국민의 대부분이 크리스챤일 것이야. 영주나 가신도 모두 크리스챤이지. 고려인도 모두 크리스챤이 되었다고 해. 우리들 손자가 태어난 것 같이 그들에게도 이미 손자가 태여날 때가 되었을 것이지. 고려의 피를 이은 크리스챤 수는 아리마나 아마쿠사만이라도 몇 천명이 될거야. 그들에게 이후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가•••. 나의 마음은 절반은 기쁨이지만, 절반은 슬픔과 근심에 차 있어.” 여기까지 말하고 두사람은 입을 다물어 버리고 드디어 잠들어 버린다.
마쓰오카 가나야마의 크리스챤 춤의 마지막 날, 드디어 오도의 여성들은 모두 일본 와후쿠를 입고 왔다. 굉장한 정열이다. 이 3일간은 한결같이 와후쿠를 만드는 일과 춤추는 일로 보낸 것 같다. 춤이 끝나고 아직 붉게 타고 있는 큰 화톳불 앞에서 오도의 사람들이 데라사와 사람들을 불러 함께 둘러싼다. 오도의 오하쿠쇼가 오도의 사람들을 대표하여 말한다. 그는 내일 가족과 더불어 몇십명의 오도 사람들과 함께 파도레로부터 세례를 받는 것이었다.
오도의 오하쿠쇼 “시스토 선생님, 데라사와의 여러분, 또 25일간 더 지나면 오도의 봉오도리가 사작됩니다. 봉오도리의 5일간 데라사와의 여러분들도 함께 오셔 크리스챤 춤을 추지 않겠습니까? 될수 있으면 이제부터 매년 와 주십시오. 숙박하는 곳은 꼭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크리스챤 춤 뿐만아니라 신앙에 대해서도 지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스토 일행은 매우 기뻐하며 동의한다.

91 “영웅입니다… 고려인은 신앙에 있어서 일본인보다 훌륭합니다”


다음날, 파도레가 시스토와 카타리나, 로구사에몬을 불렀다. 이탈리아인 안제리스는 급히 본 화제로 들어간다. 파도레는 처음부터 슬픈 표정을 하고 말한다.
안제리스 “요한, 당신의 본가는 아리마령의 미에였다지요. 시스토,
카타리나, 당신들은 일본에 연행된 최초 2년간 아리마의 농가에서 살았다고 하셨지요.” 세 사람은 “예” 하고 대답한다.
안제리스 “작년 11월 말에 1만의 병사가 아리마령으로 크리스챤들을
박해하러 들어 갔습니다. 잔혹한 방법으로 죽음을 당한 순교자들도 많고 크리스챤들은 한 겨울에 산속으로 도망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에 순교한 크리스챤들이 또한 얼마나 되는지 모릅니다.” 카타리나는 새파랗게 질리고 있다. 시스토와 로구사에몬의 얼굴은 인차 고민과 비통의 표정으로 바뀐다. 카타리나는 쇼크에 말도 바로 못하고 시스토가 대신에 말한다.
시스토 “파도레 거기에는 우리 부부를 자기 아이처럼 사랑해 주었던 두번째로 되는 부모님이 계시고 어린이들, 그리고 우리들과 같이 고려로부터 연행되어 온 크리스챤 친구들이 몃천명이나 있지요•••.” 순간 카타리나의 눈으로는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시스토는 카타리나를 가까이 끌어 당겨 품에 안는다.
안제리스 “당신들의 친구 고려인들은 크리스챤 신앙에 있어서 매우
영웅적이고 용감하며 게다가 신비로운 은혜를 많이 받는 사람들입니다. 신앙에 있어서는 일본인보다도 훌륭합니다. 림씨 두목에게서 광산의 지하교회를 꾸려 온 것이 고려인 부부인 당신들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고려인라면 꼭 잘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지하 교회가 없는 다른 자방에서도 고려인들은 일본인들의 본보기가 되고 기둥과 같은 존재로 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스토 “파도레, 우리는 하찌간 호아킨과 오타 쥬리아의 이야기를
센다이에서 온 프란치스코회의 에도 동숙들에게서 들었습니다.”
안제리스 “하찌간 호아킨과 오타 쥬리아라고, 하찌간 호아킨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이제 금방 센다이 령에서부터 들었습니다.”
시스토 “어떤 소식입니까?”
안제리스 “나는 시칠리아 섬에서 태여 낫는데 거기는 나폴리 시칠리아 왕국입니다. 그 나라와 더불어 스페인 왕국 포르투갈 왕국, 그리고 스페인, 포르투갈의 전세계 식민지를 펠리페 3세라고 하는 사람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의 임금이지요. 센다이의 다테 마사무네라고 하는 영주가 프란치스코회의 루이스 소테러 신부를 그 임금과 로마 교황에게 파견하였는데 재 작년 10월28일에 출항하였다고 합니다. 루이스 소테러 신부는 목숨을 걸고 자기의 동료, 선교사, 수도사들에게 숙소와 성당을 제공해 준 하찌간 호아킨의 두개골을 최고 선물로써 펠리페 3세에게 드리려고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하찌간 호아킨은 프란치스코회가 일본에 심었던 첫 씨앗으로 에도 크리스챤 중의 최대 영웅이므로 순교자로서의 성스러운 유물로 숭경되여져 있다고 합니다.”
시스토와 카타리나는 이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다. 양녀 쿠라라의 순교한 부친과 같이 박해를 받아 함께 순교한 고려인이기에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사실 루이스 소테러 신부는 1616년5월16일에 마드리드에서 편지를 쓰고 그 편지와 함께 하찌간 호아킨의 두개골을 펠리페 3세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편지는 지금도 마드리드의 유명한 여 수도원에 보존되어 있다. 1616년 일찍 한 고려인 순교자가 이럴 정도의 영예를 받고 있었던 것은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역사 사실' 이라고 볼수 있다. 또한 이 편지의 문두에는 하찌간 호아킨이 고려 왕국의 출생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카타리나 “파도레, 오타 쥬리아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안제리스 “오타 쥬리아 한테서 편지를 받은 일 있습니다.”
카타리나 “예, 파도레는 오타 쥬리아를 아십니까.”
안제리스 “예, 매우 친한 사이지요. 나는 오타 쥬리아가 이에야스에게 시중들면서 슨푸에 살때 약5년간을 걸쳐 그녀의 신앙을 지도하였습니다.” 시스토와 카타리나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안제리스 “쥬리아는 지금 어부들의 집 9채나 10채밖에 없는 무인도와 같은 작은 섬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두 당장 굶어 죽을 지경으로 가난한 사람들 뿐이며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아무도 없고, 함께 따라간 크리스챤 하녀가 임신해 거기에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아이를 기르는 그 하녀를 돕고 있답니다.”
카타리나 “아니, 갓난아기를 기르고 있는가요.” 세 아이를 낳아 키운 카타리나는 그 고생을 알고 있다.
안제리스 “그래요. 일본의 제일 화려한 궁전에서 일본의 제일의 지위가 높은 사람을 시중하고 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일본의 제일 가난한 곳에서 하녀의 하녀로 일하고 있지요. 그러나 쥬리아는 그 섬을 이에즈스가 책형 된 카르와리오 언덕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갓난아기 어머니는 산에 땔나무를 하러 가고 쥬리아는 샘물을 길러 간답니다. 두사람이 사는 가난한 오두막집은 산에 가기도 샘으로 물길러 가기도 힘든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며 고생이 많다고 합니다. 고상하고 사치하게 보내오던 그 하녀는 밤까지 걸려서 겨우 얼마 안되는 땔나무를 해 온다고 합니다. 쥬리아는 물을 길을만한 마땅한 도구도 없기에 물을 들고 오두막집까지 돌아 왔을 때에는 물은 절반도 남지 않고 옷만이 흠뻑 젖어 있는다고 합니다.”
카타리나 “그렇게도 참•••. 갓난아기가 있는데도 음식도 물도 땔나무도 없다니•••.” 동정심이 깊은 카타리나는 언녕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제리스 “쥬리아는 카르와리오 언덕의 십자가 아래의 이에즈스의
발밑에서 일생을 마칠 생각이라고 써 보내 왔습니다.”
카타리나 “그래요.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
안제리스 “내가 나가사키에서 일본을 추방될 날을 기다리던 8개월 사이에 수도의 비구니 베아타 수도회의 14명 베아타와 같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박 마리나라고 하는 고려인 베아타가 있었지요. 고려인으로서는 맨 처음으로 베아타가 된 사람입니다. 지금 마닐라에 있습니다만”
베아타 라는 말을 몰라 시스토와 카타리나는 로구사에몬을 바라 본다.
로구사에몬 “남자는 수도사, 여자는 베아타 라고 하는 것이지요.”
시스토 “예, 우린 몰랐습니다.”
카타리나 “나도 처음 들었어요.”
안제리스 “박 마리나는 1572년 고려에서 태어났습니다.”
카타리나 “나보다 세살 위인데요.”
안제리스 “일본에 연행되어 1606년 34세에 세례를 받아 크리스챤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을 경과한 1612년 40세 때에 수녀로 되었습니다. 작년 1614년 금교령이 내릴 때 그녀의 집은 무너뜨려지고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 고문한다고 협박되고 교토의 큰 길우에 주머니에 넣은 채로 팽개쳐 버려졌다고 합니다. 그 후 또 한사람씩 서로 떼어 놓고 신앙을 버리라고 설득했지만 한 사람도 굴복하지 않았으므로 전원이 알몸으로 되어 추운 겨울에 교토의 큰 길에 내쳐 버려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알몸으로 매춘소에 끌려 가 능욕하고 정결을 빼앗는다고 협박하였다는 것입니다. 젊은 여성들은 도망쳐 버렸지만 박 마리나와 다른 여덦 사람은 용감하게 그대로 남았다고 합니다. 이 9명은 또한 목까지 자루에 넣어 바줄로 단단히 매여 두 자루를 막대기 하나에 매 끌고 다니고 저녁때에는 형장인 추운 강변으로 끌려 와 그대로 종일 내 버려 두었다 합니다. 그 후 교토의 큰 길에 다시 끌려 돌아왔는데 그 때 박 마리나는 서투른 일본어로 이렇게 웨쳤다고 합니다. '목숨을 버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이에즈스의 신앙을 그냥 굳게 지켰다.'라고”. 시스토와 카타리나, 로구사에몬은 이 이야기에 매우 감동되었다.
시스토 “파도레, 고려인은 신비로운 은혜를 많이 받은 사람들이란•••.”
안제리스 “그렇습니다. 재 작년 9월경이었지요. 마시마라고 하는
고려인 여성이 하늘로부터 내려온 많은 고상한 부인들이 주는 음식물로 12일간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감옥에 갇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팔팔하고 힘차게 살아 남은 것이지요. 최초의 9일 동안은 기둥에 얽매여 있었는데도.”
시스토 “예. 좀 더 상세히 들려 주십시오. “
안제리스 “좋아요. 마시마는 소녀 때에 일본에 연행되어 아리마에서 크리스챤이 되었습니다. 아리마 성에서 시녀로 있었습니다. 도구가와 이에야스의 증손인 제2부인은 크리스챤을 그만 둔 성주 동 미카엘과 함께 시녀들을 박해하기 사작하였습니다. 시녀들 중 제일 열심하고 용감한 크리스챤 마시마는 손에 염주를 강박으로 쥐어주면 그것을 땅에 던지고, 또한 다시 주어 불상의 얼굴에 내던졌다고 합니다. 제2부인은 마시마를 성중 탑 아래 지하층 기둥에 움직일 수 없게끔 묶어 놓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주지 않고 죽을 것이냐, 크리스챤을 그만 둘 것이냐고 협박하였다고 합니다. 9일후 바줄을 풀어 노았을 때 너무도 목이 말라 돌연 쏟아져 오는 비물을 조개 껍질로 떠 마시니 이상하게 매우 쓰고 이에즈스가 십자가 위에서 마신 식초와 담즙과 같은 맞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마신 뒤에는 다시 굶주림을 느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꿈속에서 무수한 고상한 여성들이 맛있는 음식을 갖다 주어 그것으로 마시마는 목숨을 이어냈다고 합니다. 마시마 자신에게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후 성주의 명령으로 한 부교에게 맡겨져 그 집에서 감시를 받으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머리를 짭게 자르고 헐망한 옷을 입고.” 시스토와 카타리나, 로구사에몬은 입을 다문 채 하늘을 보며 마시마의 모습을 그려본다.
안제리스 “사실 나는 11월8일 마카오로 가는 배에 태워져 바다로 향했는데 얼마 안 되어 비밀리에 마중 온 작은 배를 갈아타고 나가사키에 되돌아 왔지요. 아리마령에서의 대 박해는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11월16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약 일주일 후인 11월22일에 아리마령 구치노쓰에서 고려인 징크로 페토로와 미카엘이 순교하였습니다. 징크로 페토로는 순교 전야에 함께 기원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성모가 나타나 크게 위로를 받았소. 그러니 순교할 날이 가까워진 것 같아.”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성모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미카엘은 그전부터 환시자였습니다. 구치노쓰에 살면서 자주 파도레가 있는 가즈사에 밤길을 다녔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하나의 별이 보이고 있어 그 별이 길을 밝게 비추어 주어, 캄캄한 밤에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별의 환시는 미카엘이 구치노쓰에서 결혼할 때까지 지속되었다고 하며 결혼후에는 별의 환시가 없어지고 그 대신 자주 고상한 부인이나 천사들이 보였다고 합니다. 순교 하기 이틀전에 자신의 자매와 아내와 가시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꿈속에서 아름답고 고상한 부인들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크리스챤을 박해하러 병사들이 바로 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순교자로 되므로 준비 하세요' 라고.”
미카엘은 고려인으로서 최초의 환시자라고 합니다. 그 전날 미카엘은 밭에서 소량의 밀 종자를 뿌렸습니다. 아내가 먹을것이 거의 없어지므로 그만두라고 하니 미카엘은 미래를 예언하여 '이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너희들을 위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합니다. 미카엘은 예언의 하사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순교한 뒤 50일이 경과된 12월28일, 이 밀은 밤새 성장해 이삭이 나온 것이지요. 다른 밭의 보리는 아직 작은 싹이 나올 정도인데 1월6일에는 이삭이 익었다고 합니다. 기적의 보리알을 신기롭게 생각하여 모두 그 이삭을 따 가니, 두번째 이삭이 또 나오고 그것도 모두 따 가니 또 세번째 이삭이 나왔다고 합니다. 전대 미문의 사건이기에 파도레 스피노라와 파도레 모레혼이 조사해 보았다고 하는데 이 일은 확실히 사실였다고 합니다.”
시스토 “파도레, 두 사람은 어떻게 순교하였던가요?”
안제리스 “두 사람은 크리스챤 묘지의 땅에 넘어 뜨려져 몽둥이로 때려 맞아 눈과 코 귀로부터 피가 흘러 나왔다고 합니다. 그후 벌거숭이로 되고 양손을 뒤에 붙혀 매고 흙투성 짚위에 머리와 얼굴을 마구 짓밟히고 숨도 쉴수 없을 정도로 양손, 양팔, 목을 꽁꽁 묶여 굵은 막대기를 발과 다리 가랑이에 끼워 7∼8명이 그 위에 올라 타 뼈가 부서질 듯이 눌리웠다고 합니다. 그후 발가락 손가락을 몽땅 잘라버리고, 네 손가락 넓이가 되는 십자가의 인두질 소인을 눌리웠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쇠망치로 입을 맞아 입이 다 깨졌다고 합니다. 징크로 페토로는 그 때 엎드린 채로 신장 위에 큰 돌이 놓아졌지만 이에즈스와 마리아의 이름을 되풀이 하며 “돌아서지 않는다” 라고 대담히 말했기에 입술을 때려 맞았다는 것입니다. 드디어 칼로 어깨를 잘리우니 “목을 자르고 몸을 칼탕 맞아도 돌아 서지 않는다” 라고 말 했으므로 목을 잘리워 버렸답니다. 미카엘은 “나는 고려인 미카엘입니다. 나에게 주신 은혜를 하나님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라고 끈임없이 계속 말했으므로 입술을 때려 맞고 묘지의 입구 계단 밑에 끌려가 목을 잘리우고 몸을 칼탕 맡았다고 합니다. 그때 22명이 같이 순교했는데 그 장소에는 자주 하늘에서부터 빛 덩어리가 내려와, 그것이 또한 작은 22개의 빛 덩어리로 나뉘어지고 하늘에 다시 올라 가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격하였다고 합니다.”
시스토 “파도레, 어찌하여 하나님은 고려인들에게 그런 굉장한 박해의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것입니까?”
안제리스 “내가 알기에는 고려인은 일본인보다 더욱 열렬히 사람을 믿고 남에게 마음을 열어 줍니다. 그리고 일본인보다 실제적으로 봉사하여 사람들에게 선의를 행합니다. 꼭 하나님에게 대해서도 고려인이 일본인보다 더욱 열렬하게 믿고 하나님에게 마음을 열어 드리며 실제적으로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나님은 일본인에게 고려인의 뛰어난 신앙을 보여 주고 싶었으며 그 표징으로 될수 있는 많은 사건에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봅니다.”
시스토와 카타리나는 입을 다문채 듣고 있고 로구사에몬은 몇번이나 크게 머리를 끄덕인다. 그런 로구사에몬을 보며 파도레가 말을 건다.
안제리스 “요한, 어제 원내 긴잔으로부터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였는데요. 그 때에 이시미의 산다유 두목에게서 페토로히토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내 긴잔의 부교로 된후60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세례를 하사하였다는 사실을요. 기실 그에게 세례를 하사한 사람은 나였습니다. 후시미 교회에서 하사 하였지요.”
로구사에몬 “예 파도레, 그한테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어
화제는 페토로 히토미에게로 돌아 갔다.

90 “맹세… 죽음으로서, 두사람이 갈라질 때까지”

시스토가 장남 루이스와 차남 요아킴과 함께 이 날을 위해 일 주일간 걸쳐 만든 물건이 있었다. 한쌍의 기러기 모형이다. 한쌍의 기러기가 물우에 떠 있는 날개를 접은 모형이다. 나무를 깍아 만들고 채색 칠을 하였다. 로구사에몬에게 고려 나들이 옷을 입히고 난 시스토는 어깨 자루에서 그 기러기 모형을 꺼내 구사에몬에게 보인다.
시스토 “로구사에몬, 이건 한쌍의 기러기요.”
로구사에몬은 처음으로 보므로 보고도 잘 모른다.
로구사에몬 “기러기라고, 이건 무슨 의미인데요.”
시스토 “원래 마그달레나의 어머니에게 드리야 하는 것인데, 어머니가 안 계시므로 우선 후지 효에이에게 드리고 결혼식 장소에 꾸미게 하지요.”
로구사에몬 “응. 그러나 한쌍의 기러기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시스토 “이 기러기들은 한번 부부가 되면 일생 상대를 바꾸지 않고 상대가 죽었다 해도 다시 찾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부는 이 기러기와 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로구사에몬 “야 그래. 그거 참 종은 의미인데. 하지만 참 잘 만들었네요, 종은 장식물인데요.” 로구사에몬은 넋을 잃고 바라본다.
시스토 “예, 그럼 갑시다, 로구사에몬” 고려 나들이 옷 모습을 한 두사람이 후지 효에이의 곳으로 간다. 후지 효에이는 루이스와 야에의 결혼식 때에 기러기 모형을 보았기에 의미를 알고 있다. 시스토로부터 받은 기러기 모형을 로구사에몬이 후지 효에이에게 드리며 결혼식 장소에 갖추어 달라고 부탁하니 후지 효에이는 로구사에몬과 함께 크리스챤 두목의 집에 가 잘 보이는 곳에 꾸며 놓게끔 부탁한다.
후지 효에이가 숙박한 집 안쪽에서는 카타리나가 마그달레나에게 고려 나들이 옷을 입히고 있었다. 카타리나가 문을 작게 열고 얼굴을 보이며 외친다.
카타리나 “모두 준비되었어요.”
이말을 들은 여러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달려간다. 파도레에게 전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여러집에 알리려 가는 사람도 있다. 조금 지나서 사람들이 뒷따라 모여들어 마당에 꽉 찬다. 세례식을 하였던 장소에서 다시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크리스챤 우두머리 집의 큰 응접실은 장문을 모두 열고 밖에서도 보일수 있도록 하였다. 시스토와 로구사에몬이 파도레 앞에 섰다. 파도레는 희고 긴 가는 천을 목에 걸고 있다. 양쪽 끝에는 금실로 십자가가 수 놓아져 있다. 스톨라라고 하는 제복이다. 파도레가 후지 효에이에게 당부한다.
안제리스 “아버님, 당신의 딸을 이분의 곁으로 데려 오십시요.” 후지 효에이가 마그달레나를 마중 간다.
이쪽저쪽에서 “시작되였다, 시작되였다.” 하는 말소리가 들리고 크리스챤 뿐만 아니라 마쓰오카 가나야마 주민들도 모두 몰려 온다. 일이 끝나고 해가 지기 시작되는 때였다. 후지 효에이가 마그달레나를 부른다.
후지 효에이 “마그달레나, 아버지가 마중하러 왔다. 같이 가자.”
안 쪽에서 대답 소리가 들려온다.
마그달레나 “예, 아버님.”
장문이 크게 열리고 여름 황혼의 연한 광선속에 고려 신부의 옷을 입은 마그달레나가 나온다. 모여선 남녀들이 “야” 하고 환성을 올린다. 마그달레나는 엷은 비단을 머리에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모두 놀란 것은 원삼이라고 하는 고려 신부의 옷이었다. 반들반들한 가지 각색 천으로 만든 옷이다.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다. 여성들은 더 꼭꼭히 보려고 앞으로 닥쳐든다. 옷의 아름다움에 여성들이 더욱 소리치며 떠든다. 마그달레나는 후지 효에이의 팔에 자기 팔을 걸고 천천히 걷는다. 여성들은 모두 나도 저런 옷을 입어 보고 싶었으면 하고 웨친다. 고려 나들이 옷을 입은 카타리나가 일본 나들이 옷을 입은 림씨 부인과 에리자베타 오에 앞을 지나간다. 일행은 크리스챤 두목의 현관에 들어가 드디어 응접실에 올라간다. 파도레가 다시 당부한다.
안제리스 “아버지, 당신의 딸을 이분에게 맞겨 드리세요.”
후지 효에이는 마그달레나를 로구사에몬의 앞에 데려 와 손을 놓고 뒤에 물러선다. 어깨를 가까이 하고 조용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보며 파도레가 말한다.
안제리스 “루이스, 십자가에 걸려 있는 이에즈스와 함께 있는 분은 어머니 마리아와 요한, 그리고 마그달레나였지요. 당신은 마그달레나라고 하는 이름인 가진 이 여자와 결혼하고 새로운 삶의 길을 시작하는 것이므로 나는 당신에게 요한이라는 이름을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십자가에 세워진 이에즈스와 언제까지라도 함께 있고 마리아와 언제까지라도 함께 있을수 있게끔 이제부터 요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주십시오. 좋겠습니까?”
로구사에몬 “예 파도레, 감사합니다.”
안제리스 “두 사람 같이 무릎을 꿇으십시요.” 파도레는 제단 위의 십자가쪽에 뒤 돌아 서서 라틴어로 기원한다. 로구사에몬이 파도레와 교대로 라틴어로 기원하므로 마그달레나는 깜짝 놀란다. 파도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한다,
안제리스 “두 사람 모두 서세요. 요한.”
그리고는 로구사에몬에게 라틴어로 질문한다. 마그달레나를 아내로 하는 것을 원할 것인가고. 로구사에몬은 확실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한다.
로구사에몬 “보로…”
안제리스 “마그달레나, 결혼하고 싶다면 내가 라틴어로 물을 것이니
'보로' 라고 대답하세요. 결혼하고 싶지 않다면 고개를 가로 저으세요.” 로구사에몬이 근심스러운 시선으로 마그달레나를 바라본다. 마그달레나가 로구사에몬에게 묻는다.
마그달레나 “보로라느건 무슨 의미인데?”
로구사에몬 “나는 원합니다 하는 라틴어지요.”
마그달레나가 머리를 끄덕이고 또 파도레를 보고 파도레가 마그달레나에게 라틴어로 요한을 남편으로 하는 것을 원하는가고 질문한다. 마그달레나는 로구사에몬보다 더 큰 소리로 대답한다.
마그달레나 “절대로 보로. 죽어도 보로.”
파도레의 웃음이 오래동안 멈추지 않는다. 이탈리아인 파도레 안제리스는 호쾌하게 크게 웃는다. 마그달레나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지만 다행히 얼굴에 베일을 쓰고 있었기에 보이지 않는다. 웃음이 멈춰지자 파도레는 힘 있게 마그달레나의 오른손을 잡아 당겨 로구사에몬의 오른손 위에 놓고 꽉 쥐도록 한다. 그리고 목에 걸고 있는 스톨라의 한 쪽 끝을 풀어 빙글빙글 세바퀴나 두사람의 손에 감는다. 두사람은 마주 향해 서로 응시한다.
안제리스 “요한, 나의 뒤에 따라 맹세하세요. 나 요한은 마그달레나를 아내로 합니다.” 큰 목소리로 천천히 로구사에몬이 그 말을 되풀이한다.
안제리스 “오늘부터.” 로구사에몬이 되풀이한다.
안제리스 “순경에 처해 있을 때나 역경에 처해 있을 때나.”
로구사에몬이 되풀이한다.
안제리스 “부유한 때나, 가난할 때나.” 로구사에몬이 되풀이한다.
안제리스 “병 들어 있을 때나, 건강할 때나.”
로구사에몬이 되풀이한다.
안제리스 “죽음으로 두사람이 갈라질 때까지.”
로구사에몬이 되풀이한다.
안제리스 “나는 충성을 다할 것을 아내에게 맹세합니다.” 로구사에몬은 베일를 건너 마그달레나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맹세한다. 그 목소리에는 평범하지 않은 그 무엇언가 느껴지고 있다. 시스토와 카타리나는 감격에 울고 있다. 로구사에몬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울었다. 물론 제일 감격되어 있는 것은 마그달레나이다. 그러나 이에 따라 자신도 같은 맹세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닷고 다시 긴장해 진다. 난생 처음 표준어로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때었다. 언제보다도 높고 떨리는 목소리가 되어 파도레에 따라 맹세한다.
마그달레나 “나 마그달레나는 요한을 남편으로 맞이합니다. 오늘부터
순경에 처해 있을 때나 역경에 처해 있을 때나, 부유한 때나, 가난할 때나, 병 들어 있을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으로 두사람이 갈라질 때까지 충성을 다할 것을 남편에게 맹세합니다.”
파도레가 두사람의 서로 잡은 손 위에 십자를 그으며 라틴어로 말한다. “나는 당신들의 혼인을 허락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파도레는 세번이나 돌려 감고 있던 스톨라를 풀고 두사람의 서로 잡은 손에 성수를 뿌린다. 그리고 눈으로 로구사에몬에게 암시하니 로구사에몬은 마그달레나의 손을 놓고 양손으로 살그머니 마그달레나의 얼굴 앞에 가리워진 베일를 올려 머리위에 접어 놓는다. 그리고는 마그달레나의 볼을 양손으로 잡고 마그달레나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붙인다. 로구사에몬에게 있어서 난생 처음으로 하는 키스이다. 마그달레나 역시 난생 처음이다. 로구사에몬은 마그달레나에게 따스한 애정과 존경에 가득찬 키스를 보낸다. 마그달레나의 심장은 두근두근하고 이제 금방 가슴속으로부터 뛰어 나올 듯 하다. 행복으로 하여 온 몸이 녹아날 것 같다. “결혼하였구나.” 라고, 행복의 실감에 마그달레나는 지금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안제리스 “축복을 드립니다. 무릎을 꿇으세요.” 그리고 파도레는
마지막으로 축복의 기도를 올린다. 로구사에몬은 감격에 울고 있다. 파도레가 기도를 끝냈지만, 감격에 울고 있는 로구사에몬과 마그달레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파도레는 뜨거운 미소를 띤 얼굴로 두 사람을 응시한다. 그리고 또 감격에 울고 있는 시스토와 카타리나 두사람에게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 두분의 고려 부부가 일본중의 광산을 묶어 지하 교회를 만든 것이구나. 평범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하나님은 아렇게 큰 일을 하신 것이구나.” 라고 생각힌다.
결혼식은 끝났다. 밖에서 한창 보고 있던 여러 사람들이 축복하며 떠들어 대고 있다. 그 뒤 땅 한복판에는 여러 남자들이 굴은 땔나무를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 그 사람들은 마쓰오카 가나야마의 정련 부문의 장인들이다. 시스토는 여기에서 고려식 화로를 만들어 기술을 전수하고 크리스챤들을 가르쳤던 것이다. 큰 은인인 시스토 선생님을 위해 큰 화톳불을 피워 결혼식에 축하의 꽃을 더 첨해 드리려는 것이었다. 굉장히 많은 나무를 쌓아 올린다. 불이 붙여졌다. 점점 불 기세가 강해진다. 정련 직장에서 불길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불 막기 수건' 을 쓰고 화톳불을 마구 계속 뚜지어 태운다. 얼굴, 머리, 목, 가슴을 불에타지 않게끔 가리우고 두 눈 구멍만 남긴 수건이다. 이미 해가 저물어 어두어져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화톳불을 둘러싼다.
시스토 “야 고맙네 카타리나. 이렇게 축하해 주어서. 답례로 무언가 해 드리기 싶은데.”
카타리나 “응, 무얼 할 수 있을가.” 이 회화를 들은 에리자베타 오에가 두사람에게 말한다.
에리자베타오에 “이 사람들에게 답례로 크리스챤 춤을 가르칩시다.”
카타리나 “아, 그게 좋아. 여기 모두 모여요.” 데라사와의 15명이
모여 상의한다. 11개월전에 전략회의를 할 때 당당히 불교 신자로 위장하려는 방침에 따라 봉오도리(일종의 일본 지방 춤) 처럼 보이는 춤을 만들어 모두 함께 추자고 에리자베타 오에가 제안하고 모두들, 특히 여성들이 대찬성하여 에리자베타 오에가 동작을 붙여 만들어 진 크리스챤 춤이었다. 에리자베타 오에는 '테 데움'이라고 하는 노래곡을 춤에 맞추었다. 이것은 경사로운 큰 축제 때에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이다. 노래 내용은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다. 축하 노래인데도 멜로디는 단조하다. 몇번 들으면 누구나 다 부를 수 있는 노래이며, 기억하기도 쉬운 멜로디이다. 데라사와 가나야마의 크리스챤 공동체에서 콧노래로 부르면서 에리자베타 오에가 춤에 맞추었다. 에도 풍격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춤이다.
로구사에몬 “파도레 안제리스, 이제부터 '테 데움'에 맞춰 춤을 춥니다.
보시지 않겠습니까?”
안제리스 “에, '테 데움'에 맞추어 춤을 춘다고. 그거 참 좋아. 노래
하기를 좋아하지요.” 이리하여 파도레와 3명의 동숙, 로구사에몬, 그리고 요아킴 오에가 '테 데움'을 라틴어로 부르려고 화톳불 쪽으로 향했다. 후지 효에이와 로구사에몬은 기러기 모형을 화톳불 가까이에 가져 왔다. 기러기 모형이 춤추는 화톳불에 빚나고 있다. 데라사와의 나머지 13명이 화톳불을 둘러싼다. 로구사에몬이 큰 소리로 웨친다.
로구사에몬 “여러분, 오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례로 크리스챤
춤을 가르치려고 하니 함께 배워서 추어 봅시다.” 로구사에몬이 하나, 둘, 셋하고 부르고 이어서 노래 춤이 시작된다. '불 막기 수건'을 쓰고 화톳불 가까이에 있던 정련 부문 장인들도 시스토 선생님이 권하므로 같이 흉내며 수건을 친 모습 그대로 팔다리를 놀리기 사작한다. 에도 풍격의 세련되고 고상하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용한 춤이 모두를 놀라게 한다. 그리고 여성들 모두가 부럽게 보는 것이 마그달레나의 원삼 고려옷 춤 모습이다.
큰 화톳불 곁에 있는 한쌍의 기러기, 머리에 수건을 치고 알락딸락한 색갈의 아름다운 원삼을 입고 춤추는 마그달레나의 아름다움 춤 모습 '테 데움'의 명절•••. 마쓰오카 가나야마 사람들은 놀람과 함께 열광적인 환영을 보냈다. 그리고 내일 밤도, 모레 밤도 이춤을 춰줘, 이 춤과 멜로디를 꼭 기억할 때까지 춤을 춰 라고 하며 데라사와에서 온 15명 사람들에게 신신 부탁한다. 이렇게 된 바 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또한 기러기 모형을 저희들에게 달라고 한다. 후지 효에이가 씨원히 마리를 끄덕이고 선물 하기로 대답했다. 그리고 또 내일도 모레도 마그달레나와 같은 가지 각색 천으로 만든 원삼을 입고 춤 추어 보겠다고 시스토와 카타리나와, 로구사에몬에게 고려 나들이 옷도 만들어 달라고 하니 그것도 그렇게 해 드리겠다고 답복하는 수 밖에 없었다.

89 “세례… 크리스챤 마을의 탄생”

데라자와 마을에서 온 15명이 마쓰오카 가나야마에 도착한 이튿날, 의사로 변장한 파도레 안제리스가 3명의 동숙과 함께 마스다 긴잔의 호리고들에게 안내되여 마쓰오카 가나야마에 왔다.
파도레 안제리스는 시칠리아섬 출생의 이탈리아인이며 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쓰오카 가나야마 크리스챤 우두머리의 집을 향하고 있었다. 집 주변에는 많은 크리스챤과 세례를 받아 크리스챤이 되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데라사와의 15명도 그중에 끼여 있었다. 원내에서도 와 있다. 산다유 두목 역시 세례를 하사 받으려는 사람들을 데리고 와 있다.
파도레는 갓을 벗는다. 눈곽이 깊고 코가 높으며 수염 투성인 얼굴이 나타난다. 크리스챤들은 큰 감격에 무릅을 꿀고 머리를 숙인다. 파도레는 작은 십자를 그리고 끈임없이 축복을 보내며 걷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데라사와에서 온 15명 사람들의 앞으로 파도레가 지날 때, 로구사에몬은 파도레를 향해 말을 건다.
로구사에몬 “파도레 안제리스, 동숙 루이스입니다.” 파도레가 깜짝 놀라며 멈춰서 로구사에몬을 주시한다. 양손을 크게 펼치고 앞으로 온다.
안제리스 “오, 루이스.”
파도레는 이렇게 외치며 재회를 기뻐하고 힘 있게 핫구 한다. 이 광경에 데라사와에서 온 모두들은 감격하고 마그달레나는 눈물을 흘린다.
안제리스 “루이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지금 뭘하고 있는거요,
루이스.” 세 동숙과 핫구하고 로구사에몬이 대답한다.
로구사에몬 “지금 이 부근에 있는 데라자와라고 하는 촌에서 살고
있습니다. 파도레, 오늘 마을 사람 5명의 세례와.” 로구사에몬은 마그달레나의 손을 잡아 당겨 파도레의 눈앞에 세우고 다른 한 손으로 마그달레나의 머리를 만지며 말한다.
로구사에몬 “나와 이 사람의 결혼 식을 올리려고 합니다. 마그달레나라고 합니다. “
마그달레나 “파도레, 나 마그달레나라고 합니다. 많이 부탁드립니다.” 파도레는 크게 머리를 끄덕이고, 애무에 찬 눈길로 마그달레나를 응시하고 나서 가까이 당겨 핫구한다.
안제리스 “마그달레나, 축하합니다. 결혼식을 한다니 매우 기쁨니다.
저녁에 선선해지면 시작하지요. 루이스와 합의 할 테니까요.” 마그달레나는 대단히 기뻐하며 파도레에 향해 크게 머리를 끄덕인다.
안제리스 “루이스, 무언가 먹고나서 세례를 합시다. 그리고 저녁때까지 죄의 고백을 듣겠습니다. 마그달레나와 함께 죄의 고백에 오세요. 먼저 두사람의 죄의 고백을 듣겠습니다. 준비가 되면 곧 결혼식을 하지요. 그럼 또 다시 뵙시다.”
로구사에몬과 파도레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모여온 사람들과 데라자와 촌의 동숙들이 로구사에몬과 마그달레나의 결혼식에 대해 모두들에게 전한다.
모두 로구사에몬을 잘 알고 있이므로 “가요 가, 보러 가자” 하며 떠들어 댄다. 파도레와 3명의 동숙이 식사를 끝내고 세례 준비가 시작되었다. 림씨 두목이 세례 도구를 파도레에게 건너주면서 설명하고 있다. 파도레가 깜짝 놀라고 있다.
안제리스 “그러면 이런 훌륭한 지하교회를 당신이 이시미로부터
꾸렸습니까?”
림씨 두목 “아닙니다. 오늘 저녁 파도레가 결혼식에 증인을 서기로 되어 있는 고려인 부부가 꾸린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는 안 오셨지만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고려 정련 기술을 가진 선생님이며, 히데요시가 고려를 침략했을 때 일본으로 연행되어 와 아리마에서 크리스챤으로 된, 시스토와 그의 부인 카타리나가 이시미의 우리 집에서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21년을 걸쳐 꾸려 왔습니다.”
안제리스 “고려 부부가? 아리마에서 크리스챤이 되어•••.
21년을 걸쳐 꾸렸다구요•••. 아리마에는 몆년 있었는데.”
림씨 두목 “온지 이듬해 부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파도레는 머리를 끄덕이고 입을 다문다. 조금 생각하고 나서
안제리스 “알았습니다. 여기의 세례에는 이 도구를 사용합시다. 끝나면 꼭 되돌려 드릴테니깐. 중요한 물건이지요.”
여기에 삼일간 밖에 머물지 않을 계획인 파도레는 세례식을 최단의 시간내에 끈내려 한다. 제일 첫날인 오늘 세례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남녀 몇십명이나 된다. 박해 시기이므로 신앙을 최후까지 지켜 싸우도록 파도레는 열렬히 격려하고 그로부터 한사람 한사람에게 남자들로부터 세례를 하사하기 시작한다. 다섯 사람 중 겐고로는 마테오, 겐고로의 어머니는 안나, 야사부로는 루이스, 시로 효에이는 파울로스, 마고쥬로는 토마스라고 하는 세례명을 받았다.
세례식이 끝나고 데라자와촌의 15명이 다시 모였다. 데라자와촌 크리스챤 마을이 탄생 된 후의 최초의 성원들이다. 11개월전 시스토가 시작하였던 크리스챤 마을 계획이 이렇게 빨리 데라자와촌에 실현 되었다. 크게 기뻐하는 15명 중, 시스토와 그리고 그와 함께 전도 여행 다니고 있는 카타리나, 로구사에몬이 제일 기뻐한다. 진정 데라사와 가나야마의 크리스챤 공동체가, 카타리나와 림씨 부인을 중심으로 하여 서로 사랑하고 돕는 천국과 같은 공동체로 발전하였으며 다른 광산에서도 그것을 보고 서로 배워 같은 공동체가 그후 약2년간에 뒤에 뒤를 이어 만들어지고,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자주적인 크리스챤 마을이 꾸려졌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