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라는 말이 안도보다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있다. 2024년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군사 공격한 뒤 재개된 미국·이란 간의 직접적인 핵협상도 표면적으로는 대화의 장으로 비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충돌과 긴장이 명확하게 공존하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이 협상이 왜 '합의'나 '정전'과 같은 안정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충돌의 징후로서 기능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의제 설정'에 있다. 군사 공격이라는 강경한 선택 후에 외교적 접촉이 재개되었지만, 근본적인 대립은 바로 이 출발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란은 '위협이나 부당한 요구가 없는 공정한 협상'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논란의 범위를 핵문제에만 한정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즉, 탄도미사일이나 지역무장세력에 대한 지원 등의 논점을 협상장에서 철저히 배제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핵 프로그램만의 논의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해, 미사일 문제, 지역에 있어서의 무장 세력 지원, 나아가 인권 문제까지를 포함한 포괄적인 과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의제의 범위를 둘러싼 격차는 협상의 '내용' 이전에 '틀'이나 '절차' 단계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면, 협상 장소의 선정조차, 단순한 지리적 문제가 아니라, 어느 범위의 의제를 취급할 것인지를 선취하여 나타내는 신호로서 기능한다. 이란이 터키가 아닌 오만을 협상지로 선호하는 배경에는 과거 핵문제 중심의 대화 흐름을 유지하려는 전략이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 지역 파트너십, 그리고 협상결열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비용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핵만'을 다루는 틀과 보다 광범위한 '핵 플러스' 의제와의 줄다리기는 표면적 타협 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의 일상적인 의사 결정 구조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위기를 관리할 때 정부가 어떤 의제를 먼저 제시할지는 미디어 보도의 흐름과 여론의 프레이밍에 직결된다. 핵문제로 한정된 협상은 일시적인 진전을 낳을 수 있지만 미사일문제나 지역분쟁 등 근본적인 갈등이 남아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쟁점을 한꺼번에 제시하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조건'으로 받기 쉽다. 궁극적으로 신뢰를 좌우하는 것은 협상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이나 절차가 얼마나 투명하고 납득가능한가이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강경책이나 융화책의 선택이 아니라 책임있는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공감을 얻는 것, 그리고 논쟁적인 의제를 어떤 순서로 정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이번 미국·이란 핵협상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합의문서의 한 문장이 아니라 의제를 둘러싼 대립에 의해 협상이 중단될 가능성에 있다. 현실적으로는, 모든 쟁점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계적인 접근과 끈끈한 중개가야말로, 타협에 이르는 유일한 실마리로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