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에 유학을 한 것은,
당신이라는 사람이 나고 자란 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당신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게 궁금해서였다.
배우고 싶었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형성된 그 곳에 관하여, 나도 그 곳에 간다면 무언가 알 수 있을까.
동기는 그것만으로 아주 충분했고 일본에 도착해 생활한 뒤로 얼마간은 매일 행복했다. 외롭고 슬플 때도 많았지만, 매 순간이 배움이고 기쁨이었다. 그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영롱한 순간 순간이었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었다.
곁에는 있지 못해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었어도, 배움과 교류의 매 순간이 가슴 벅차고 감동적이었다. 그런 순간이 인생을 관통하는 보물과 같은 것임을 지금은 절절히 느낀다.
지금의 나는 부러졌고 낱낱이 흩어져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아픈 시간에 있다. 하지만 이 순간 조차도 반짝거린다. 언젠가 내가 빛날 시간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너무 많은 세월을 미래에 걸었던 것 같다. 「언젠가는 그 곳에서 그 사람과」 라며 늘 저 멀리를 보고, 내가 선 자리를 등한시했다. 그래서 아프고 지친 것 같다.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힘든 시간도, 내게는 소중한 선물같은 시간이다. 매일 조금씩 깨우쳐 나가면서 조금씩 힘을 낸다. 하루 하루 변해가는 과정에 있다. 아마 죽을 날까지 나는 그럴 것이다. 그게 나의 장점이고 또 싫어도 어쩔 수 없는 내 모습이리라.
일본은 어려운 곳이다. 마음 편하지 않다. 신경쓸 일도 많다. 내가 나일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내가 가 보고 살아보았던 곳 중 가장 어렵고 또 외로웠다.
그렇지만 나를 매료시키는 사람들과 나를 사로잡는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나는 일본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만큼 괴롭고 외롭고 슬펐던 것 같다. 친구가 생기지 않아서 외롭고 마음을 온전히 털어놓을 수 없어서 슬프고 괴로웠다. 그래서 너무도 어딘가로 또 다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쌓아온 보석같은 시간들이 여전히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변함없이 나를 바라봐준다.
부끄럽지 않고 싶다.
아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그런 것이다. 스스로에게 「고생했어, 많이 힘들었지?」라고 말하더라도, 적당히 피해가서 편하고 좋은 삶보다는 힘들고 괴로운 길이더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삶.
지금의 내가 원하는 것이 시간이 흐른 뒤에 되돌아보면 바보같고 멍청한 일일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지금 내게 의미있는 것을, 지키고 싶다. 부러지고 낱낱이 흩어져도, 어깨의 힘을 빼는 시간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도망치지 않고, 두 발로 서려고 매일 조금씩 노력한다.
다시는 스톡홀름에서 마음 졸이며 어디에도 마음 둘 수 없이 슬픈 순간을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스톡홀름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나는 도망치지 않고 지금 이 자리를 지킨다. 지금의 휴직기도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위해 힘을 쌓는 시간일 뿐, 도망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내 자리를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굳건히 지키며 발전시켜 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받아온, 그리고 받고 있는 사랑과 헌신에 대한 내 나름의 감사이며 보답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