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시카고 쪽의 기자인가 보다
질문을 하는 표정이 송곳 같다 생긴 것도 조금은
“야구에 절대적인 건 없죠 100% 자신 있는 상대도 없습니다 마크 존스톤의 공이요? 그의 공은 최고라고요! 메이저리그의 누가 벳메이트 됐든 그를 쉽게 볼 수 있는 타자는 없을 겁니다”
기자의 표정이 풀어진다
이 정도면 듣고 싶어 하던 대답은 충분히 됐을 테지
그리고 이 포인트에서 살짝 둘러보니 내 인터뷰에 익숙한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의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내 인터뷰의 킬 포인트는 바로
“하지만”
이 단어 이후니까
“저라면 조금 다를 수도 있죠 저는 홈런을 77개나 때린 홈런왕이고, 그에게도 3개를 쳤으니까요 그것도 하루에”
시카고 언론의 기자들 표정이 다시 썩어 들어간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너네가 야구를 못하는 걸
솔직히 그렇지 않나
립서비스를 받고 싶은 건 이해한다만 존스톤 같은 투수에게 뻔한 소릴 하면 오히려 실례라고
물론 내 성격이 좀 그렇다는 건 나도 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적당히 둥글둥글한 인터뷰를 하면 좋을 텐데 그러질 못하니까
“두봉 박, 존스톤은 뛰어난 투숩니다 최소한 레드삭스의 조쉬 가드너보다는요 4차전이 그렇게 쉬울 것 같습니까?”
하지만 이런 짜증나는 질문을 듣거나
“두봉 박, 아시아의 선수들은 예의에 민감하다고 들었습니다 베테랑인 존스톤을 조금 더 존중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렇게 답도 없는 돌려까기를 당한다거나
“두봉 박 선수, 4차전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만약 홈런을 치지 못하면 어쩌시겠습니까?”
속이 뻔히 보이는 도발을 당한다면 참을 수가 없다
내 안에 있던 아주 작은 착함이 연기처럼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