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앙상블 친구들과 아이컨택을 하면서 와 닿는 게 많다. 처음 연습 시작할 때는 어색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친구들도 이제는 따뜻하게 손을 잡고, 상대의 눈을 쳐다본다. 그 안에서 쌓이는 감정들이 노예들의 군무 장면을 특별하게 느끼게 한다.
‘검다는 건’ 넘버 초반 배우들과 서로 ‘쳐다보자’고 말은 했지만, 무슨 감정으로 쳐다보자는 말은 안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은 한 친구와 그 장면에서, ‘지금 너무 힘들고, 슬프지만 울지마! 무너지지마! 참고 버텨야 한다. 이런 눈빛이었다’ 고 말 한 적이 있다. 앙상블 친구 역시 ‘맞다’ 면서 서로 통했음을 실감했다. 공연하면서 그 친구들 때문에 ‘울컥 울컥’ 할 때가 많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노예장으로 출연 중인 배우 박송권이 23일 오전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정컬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검다는 건', '인간은' 단 두 장면에 등장하지만 진정성을 객석까지 전달하는 배우 박송권은 함께 노력한 앙상블들이 있어 두 장면이 진정한 생명을 입게 되었음을 전했다.
최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씬스틸러로 호평 받고 있는 박송권은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배우가 아니다. 2004년 뮤지컬 <파우스트>로 데뷔해 <노틀담의 곱추>,<드림걸즈>, <영웅>, <명성황후>, <내사랑 내곁에>, <보이첵>등을 통해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12년차 배우이다. 앙상블부터 시작해 성실히 배우의 길을 밟아왔다.
박송권은 “제가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노력형 배우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2시간 먼저 연습실에 와서 청소를 했고, 연습이 끝난 뒤 뒷정리를 하고 2시간 후에 귀가했다. 타고난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더 노력하려고 했다.”
박 배우는 단순히 본인이 유명세를 타고자 노력하는 배우가 아니다. ‘꿈을 포기한 후배 배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배역을 맡게 됐다. 배우가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후배들이 본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우리나라 뮤지컬 상황에서 앙상블이 차근 차근 배역을 맡기가 어렵다. 그 과정에서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을 몇몇 봤다. 앙상블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하다보면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저런 선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대한민국 대표 흑인(?)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송권은 인터뷰 마지막까지 앙상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호평을 하는 분도 있고, 혹평을 하시는 분도 계신 것을 안다. 관객들이 많이 와서 저희 작품을 봐주시고 계신다. 정말 혹평할 작품이면 관람하러 오지 않았을거다. 평은 갈릴 수 있지만 나쁜 작품은 아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함께 한 배우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다친 배우들도 있고, 안타깝게 인대가 끊어져서 작품에서 빠진 배우도 있다. 함께 고생한 배우들을 위해서라도 저희 작품이 잘 되었으면 한다. ”
한편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