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껴 본적이 있나요?
2011년3월11일 오후 2시28분...
일본에서 일어난 일명 3.11東日本大震災대지진...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저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그날도 다른날과 다름없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둘째딸을 마중하고 한시름 놓으려 거실에 누웠지요.
그날따라 자영업을 하는 남편도 여느때보다 일찍 들어와 있었어요.
큰아이는 초등학생 이라 학교에서 있을 시간이었습니다.
세살자리 막내와 둘째는 인형놀이를 막 하려던 참이었어요.
그때였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소리와 진동...
당시 13층에 살고 있었는데 ...뇌리를 스치는 것은 아,지진이구나...였어요.
그런데 다른때보다 좀 느낌이 달랐어요.
원래 느긋한 성격인 전 왠만한 일로 자리에 벌떡 일어나는 일은 없는데 그땐 저도 모르게 몸이 반사적으로 일으켜 졌지요.
쿠쿠쿵 쿠루루 끼거끼걱...
마치 밑에서 누가 아파트 전체의 뿌리를 뽑아내려는 느낌...
그러다가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아~~지진 ... 좀 있으면 멈출거야 ! 멈추겠지...
늘 있었던 지진이라 생각하고 믿고 싶어서 스스로를 달래듯이 마음으로 얘기했어요.
아이들이 놀라서 저에게로 달려왔죠.
어~~엉 엄마~
응 괜찮아,괜찮을거야 !
벌써 내가슴은 불안과 공포심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 의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남편도 늘 있는 지진이겠지...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괜찮아 금방 멈출거야! 하는 말을 하면서도 이번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그의 표정으로 알게되었지요.
좌우로 흔들리는 범위가 커지면서 집안에 가구들이 몹시 흔들리며 창가에 있던 어항이 출렁거리다가 누가 힘것 밀어붙인것처럼 떨어졌어요.
그 앞으로 화분이 날아와 덮치듯이 떨어지고 부엌에서는 날카로운 소리들이 카랑카랑 들렸어요.
아이들은 비명을 지를수도 없을정도로 공포에 질려 있는것 같았어요. 앞쪽에 막내를 안고 둘째를 왼쪽에 끼고 있는 내 팔에도 힘이 가기 시작했지요.
세살자리 막내는 내 가슴에 구멍이라도 뚤듯이 파고 들었어요.
가슴이 아픈것보다 이게 꿈이었으면...하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을때 ...아,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잠깐 혼미해진듯한 한구석의 의식이 다시 돌아오면서
비스듬히 보이는 아이들 방에서 카세트라디오가 떨어지며
엄청난 볼륨과 함께 지진속보가 들려 오기 시작했어요.
다급하게 들려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아~현실이구나...
우리집만 그러는게 아니구나...
그런 현실감이 들면서 아이들 방의 피아노가 옆으로 밀리는게 보였지요.
그리고 ,다시 엄청난 둔탁한소리들이 아이들 방에서 들렸어요.
책상 옷장 ...온갓 가구들이 무너지고 떨어지고 날아가는 마치 공포의 오케스트라 처럼.
그렇게 시작된 지진은 잠시 멈춘듯 하다가 이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그 흔들림은 마치 놀이동산에서 바이킹을 탄 느낌... 이러다가 아파트가 부러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의 고층건물들은 지진태세를 갖추었다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머리속엔 그런지식은 실제로 벌어지는 이 현실앞에서 떠오르지도 ,설령 떠올랐다 하더라도 믿을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옆으로 쓰러지듯이 , 내려갈 때마다 느껴지는 가슴이 철렁한 느낌 ...
그때마다 아이들이 신음소리를 내고 그러다가 울음소리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이쯤되니 지진에 익숙한 남편도 서있을수가 없게 되었고 태도가 달라졌어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소파를 잡고 서있었던것 같은데
그런건 부질없는 일이겠구나 하고 인식할수밖에 없는 현실이 보인거지요.
아~세상에 이런일이 나에게 있을 줄이야...
아파트가 넘어지면...살수 없겠다...13층이 넘어지면...그 물리적인 힘이란 ...
그래도 혹시 아이들을 안고 소파가 방패막이 되어 준다면...
제머리속에서 절망적인 생각과 더불어 살수있는 방법또한 모색하기시작했어요.
아직 하교하지 않고 있는 큰딸은 오히려 학교라는 장소에
있다는게 안전 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혹시 혼자 남아도 우리 큰 딸은 잘 살수있을거야...
내 마음이 큰아이와의 마지막을 연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니 절망적인 슬픔에 가슴이 미어졌지요.
그러면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마치 마지막 인사를 하라는 재촉처럼 저절로 기도를 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종교가 없었던 저의 마음에서 하느님...하고
부모님과 친구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한사람씩 제가 건넨 말은 고맙다는 말이었어요.
정말 고마웠다고 이렇게 가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이런 엄청난 재해속에서 아마도 헤아릴수 없는 피해와 수 많은 사람들이 죽을텐데 ...그들중에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인사도 못한채 가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
기도라는 것을 하면서도 그나마 나는 이렇게 아이들을 품에 안고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조차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