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부 50회졸업식.
오랜만에 참가한 제 아이들의 모교 졸업식이였습니다.
몇번이고 참가하고 봐온 졸업식이였으나 학교강당에 들어선 저의 눈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어머니들의 모습이 안겨왔습니다.
아이들을 9년간 민족교육의 화원에서 자래워 졸업시키는 날에 그 기쁨과 자랑의 표현인듯 아름다운 치마저고리로 단장한 어머니들의 모습. 가슴흐뭇해짐을 금치 못했습니다.
얼마나 수고하셨습니까. 처음으로 아이의 졸업을 보는 어머니들이며 막내가 졸업하게 된 어머니들, 혹은 20년간의 학부모를 졸업하게 된 어머니들…
머나먼 통학길을 고심속에 보내며 지친 몸에 채찍질하여 곽밥을 지어주던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졸업식에서 입은 민족옷에 담은 깊은 뜻이 가슴뜨거이 안겨왔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참된 조선사람으로 떳떳이 살라고, 거치른 이역땅에서도 조선의 꽃으로 곱게 피라고 말없이 전하던것이라고.
희박해지기만 하는 민족성을 어떻게나 되찾으려는 지금이기에 그 모습들이 저에게는 더욱 귀하고 큰 자극으로 되였습니다.
사은회에서는 아이들이 부르는 민요에 맞추어 장고소리 울리는 학교강당이 졸업생들과 선생님, 학부모들의 춤판으로 환희의 도가니로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우리 학교는 우리들의 보금자리입니다.》, 《저희들을 우리 학교에 보내주셔서 참말 고맙습니다!》라고.
그날 졸업식에서 우리의 옷을 곱게 입어 신이 나게 어깨춤을 추던 어머니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눈에 아름다운 화폭으로, 또한 귀중한 민족의 넋으로 새겨졌을것입니다.
(리순희 니시도꾜조선제1초중급학교 학부모)